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예능이야? 다큐야?"…기와 만들고 모시실 뽑는 '전통 노동'

송고시간2022-12-04 07:40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정효민·김인식 PD 인터뷰

"어른들에게는 익숙해 반갑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신선한 재미"

왼쪽부터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정효민 PD, 김인식 PD
왼쪽부터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정효민 PD, 김인식 PD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둥근 통에 붙어있는 건조된 기와를 한 장씩 떼어내고, 겉을 벗겨낸 모시풀의 얇은 대를 입으로 물고 한올 한올 뽑아낸다.

전통문화를 조명한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예능에서 펼쳐진다.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은 예능인 유재석과 이광수, 배구선수 김연경이 함께 전통 노동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효민·김인식 PD는 "노동을 예능으로 유쾌하게 풀어보고 싶었다"고 프로그램을 기획한 의도를 밝혔다.

두 사람이 예전에 함께 연출했던 tvN 예능 '일로 만난 사이'(2019)의 확장판이라고 했다. '일로 만난 사이'가 주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을 찾아다녔다면, '코리아 넘버원'은 전통을 지키는 장인들을 찾아간다.

김 PD는 "전작('일로 만난 사이')에서 몸을 써서 노동하고 땀 흘리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K팝이나 K드라마 인기를 보면 한국적인 게 주목받고 있는 시기여서 이런 부분을 프로그램에 접목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 PD는 "요즘 '힙'하다는(인기 있는) 카페에 가면 나전칠기 장식이 들어간 가구들이 있는데, 어렸을 때 시골집에 가면 있던 것들"이라며 "전통을 소재로 하면 어른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요즘엔 쉽게 접할 수 없어 반가움을,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8부작에는 음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전통 장, 고궁이나 한옥마을 등에서 볼 수 있는 기와, 할머니 집 장롱을 화려하게 장식한 나전칠기 등 익숙한 듯 낯선 전통 문화유산이 담겼다.

전통 기와를 만드는 국가 무형문화재 제와장, 370년 이어온 종갓집 마당에 놓인 1천200개 항아리, 얇디얇은 모시를 짜는 베틀 등이 나오다 보니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지만, 유재석·이광수·김연경 새 사람이 장인들을 따라 노동을 하며 만들어내는 몸개그와 입담이 잔잔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유재석은 땀을 뻘뻘 흘리며 허리를 90도로 굽힌 채 항아리에서 간장을 퍼 올리고, 이광수는 얼굴에 흙물을 잔뜩 묻힌 긴 채 기와에 문양을 찍기 위해 석고 틀을 두드린다. 똑 부러지는 듯한 이미지의 배구선수 김연경은 의외로 일머리가 없어 구박을 받는다. 세 남매 같은 유재석, 이광수, 김연경이 티격태격하며 장인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은 웃음을 주고, 노동 중간에 먹는 식혜, 쌈밥 등 새참은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 세계에 서비스되는 넷플릭스 콘텐츠이다 보니 한국 전통을 세계에 알리는 효과도 있다. 다만 제작진은 이런 공익적 성격보다는 '웃음'에 초점을 둔 예능으로 출발한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정 PD는 "처음부터 전통을 '알린다'는 목표를 두지는 않았다. 그런 목표를 두면 더 보기 싫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재미에 좀 더 중점을 둬서 시청자들이 전통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장벽을 낮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PD도 "무언가를 설명하려 들기보다는 멤버들이 장인들의 전수생처럼 열심히 일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담으려고 했다"며 "장인들도 멤버들의 장난에 맞장구를 쳐주고, '먹고 살기 쉬운 게 없다'는 농담도 해주다 보니 분위기가 무겁지 않게 흘러갔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전통에 대한 이해와 애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광수는 2화 '장' 편에서 "간장도 콩으로 만드는 줄 몰랐다"고 고백하고, 김연경은 4화 '모시' 편에서 김연경은 "모시풀 잎으로 떡도 만들어요?"라며 놀란다. 유재석은 8화 '나전칠기' 편에서 섬세하게 완성되는 장식에 감탄한다.

김 PD는 "사실 저도 간장을 콩으로 만드는지 몰랐다"며 "저나 광수 씨처럼 삶에 밀접하지만 잘 몰랐던 것들을 새롭게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런 점이 젊은 세대에게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PD는 "전통 기와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나니 기와가 있는 건물들을 볼 때 '저게 한 장 한 장 다 힘들게 만들어진 거구나'라고 새롭게 다가온다"며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이번 프로그램을 만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eran@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