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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 "타일처럼 붙은 고독한 삶…그 자국에 찬사를"

송고시간2022-12-0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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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43) 작가가 한해의 끝자락에 느끼는 보통의 마음을 헤아리듯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책을 내놓았다.

최근 전화로 만난 김 작가는 일상 속 평범한 이들의 크리스마스 기억을 모티프로 연작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작가는 "단편들이 타일처럼 붙어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데, 개인의 삶이 모인 우리 사회도 타일처럼 하나의 벽면, 즉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며 "또 그 삶은 타일의 줄눈처럼 미세한 간격이 있어 고독해지거나 주체적으로 살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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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13년 만에 첫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출간

김금희 작가
김금희 작가

[ⓒ신나라. 창비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한해의 소멸을 실감하게 된다. 1년을 또 버텨냈다는 안도감과 정신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는 아쉬움이 묘하게 교차하는 때다.

김금희(43) 작가가 한해의 끝자락에 느끼는 보통의 마음을 헤아리듯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책을 내놓았다. 등단 13년 만에 처음 쓴 연작 소설 '크리스마스 타일'(창비)이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일곱 편의 이야기가 타일 조각처럼 나란히 이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12월까지 온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어요. 먹고 사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아니까요. 건너온 그 자국들에 대한 작은 찬사 같은 걸 작가로서 해주고 싶었어요."

최근 전화로 만난 김 작가는 일상 속 평범한 이들의 크리스마스 기억을 모티프로 연작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크리스마스와 타일,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은 작가가 연작을 써봐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떠오른 제목이다.

김 작가는 "단편들이 타일처럼 붙어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데, 개인의 삶이 모인 우리 사회도 타일처럼 하나의 벽면, 즉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며 "또 그 삶은 타일의 줄눈처럼 미세한 간격이 있어 고독해지거나 주체적으로 살기도 한다"고 했다.

김금희 '크리스마스 타일' 표지
김금희 '크리스마스 타일' 표지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둔 채 인연을 맺고 있다.

방송사 PD 지민과 함께 일하는 방송 작가 동료들과 지인 등이 각 이야기를 끌고 간다.

연작의 출발이 된 건 부산으로 취재까지 다녀오며 쓴 단편 '크리스마스에는'이다. 지민이 프로그램 섭외 차 부산으로 가 옛 연인을 만나면서 함께 보냈던 크리스마스이브의 기억을 떠올리는 이야기다. 지민은 이별의 이유를 되새김질하고, 풋풋했던 시절의 감정을 추스르며 비로소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는 날을 맞는다.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자의 날이 있다."

김 작가는 "'크리스마스에는'을 크리스마스 배경으로 쓰고 나니 이야기가 깊어지는 느낌이었다"며 "한 편의 소동극으로 끝날 게 아니라 크리스마스 날이 가진 타인에 대한 이해, 가난한 사람에 대한 자비, 어려움을 살피는 시선을 더해 이 인물들을 데리고 여러 번의 크리스마스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가 김금희
소설가 김금희

[ⓒ신나라. 창비 제공]

소설 속 인물들이 품은 크리스마스 기억은 조명 장식이 가득한 화사한 시즌처럼 요란하게 반짝거리진 않는다.

암 수술 끝에 업무에 복귀한 작가 은하는 새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쿠바에서 맞은 크리스마스의 작은 기적을 떠올리고('은하의 방'), 미용실에서 일하는 진희는 소개팅을 앞두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처음 만났던 어린 시절 첫사랑을('하바나 눈사람 클럽') 그려본다. 겨울에 왔던 반려견을 잃고 슬픔을 극복하려 애쓰는 세미('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중국 연수에서 만난 현지인 친구와 크리스마스 선물로 평안을 빈 옥주('월계동 옥주') 등 상실감과 아련함이 내내 교차한다.

그러나 작가는 크고 작은 감정의 동요를 맞닥뜨린 이들이 그 자리에 맴돌도록 두진 않는다. 자기 각성과 치유를 통해 보통의 일상으로 걸어 나가는 모습은 코로나19와 함께 세 번의 겨울을 맞은 우리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긴다.

지난 3년에 걸쳐 연작을 쓴 김 작가는 "극도의 격리에서 사회가 벗어나는 상황인데도 우리가 어디로, 어떤 관계로 돌아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관계망을 성찰해보는 시기가 이 겨울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등단했지만 처음 연작을 집필한 그는 작가로서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고 돌아봤다.

"단편을 청탁받아 문예지들에 싣고 그걸 묶어 책을 내는 패턴에 익숙했어요. 연작 작업을 하니 작가 스스로 중심 주제를 정하고 기획하는 부분이 많았죠. 장편을 쓰는 느낌이었어요."

지금껏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등 숱한 상을 받은 그는 지난 2020년 저작권을 일정 기간 출판사에 양도하라고 요구한 이상문학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처음엔 지면이 없어 투고하고 반려 당하는 작가였다"며 "상을 받으면서 동기 부여가 됐고 문단 안에서 성장하며 그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이상문학상 사태를 겪으며 작가로서의 삶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 단편 중심 작업을 하고 수상하고 이름이 알려지고 책으로 가는 시스템에 피로감이 몰려왔다"고 돌아봤다.

한동안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던 그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한 이번 소설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앞으로 제가 쓰고 싶은 글을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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