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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 시도냐, 정책 판단이냐…'구속 기로' 서훈

송고시간2022-12-0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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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 청와대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일 결정된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관계를 고려해 관련 정보를 은폐·왜곡했다고 보는 검찰과 정책적 판단이라는 서 전 실장 측의 주장이 법정에서 팽팽하게 맞부딪힐 전망이다.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두고도 양측의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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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몰이 허위공문서" vs "무죄 공소장도 허위공문서냐"

혐의 소명 여부와 증거인멸·도주우려 감안할 듯

기자회견 참석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기자회견 참석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2022.10.27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박재현 조다운 기자 = 전 정부 청와대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일 결정된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관계를 고려해 관련 정보를 은폐·왜곡했다고 보는 검찰과 정책적 판단이라는 서 전 실장 측의 주장이 법정에서 팽팽하게 맞부딪힐 전망이다.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두고도 양측의 공방이 예상된다.

◇ 쟁점① 피격 이튿날 새벽 회의에서 무슨 일이

검찰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 열린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주목한다.

이 회의에서 당시 청와대가 이씨의 피격 사망 사실을 '은폐'하기로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 전 실장이 국정원, 국방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 공유된 SI(특별취급 기밀 정보) 등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려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회의 종료 뒤 청와대와 관계부처에 "첩보 내용 등 보안을 유지하고 '로키'(low key)로 대응하라"는 취지의 지침과 자료 삭제 지시가 내려갔다는 관련자의 진술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이 대목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서 전 실장 측은 은폐 시도는 말도 안 되는 일이며, 삭제 지시 자체도 없었다고 반박한다.

당시 첩보는 국방부·국가정보원·안보실·통일부 등 여러 부처가 공유했고 이씨의 피격 사실을 인지한 인원만 300명이 넘기 때문에 은폐 시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공식 발표 때까지 보안을 유지하려고 했을 뿐이며, 민감한 정보가 불필요한 기관까지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배포선 조정을 삭제로 규정하는 것은 왜곡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해 사건 당시 생산된 문서를 확보하려 시도했지만 당시 회의록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서해 공무원 피격 관련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검찰, 서해 공무원 피격 관련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둘러싼 기록 삭제·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직원들이 건물을 오가고 있다. 2022.9.1 kjhpress@yna.co.kr

◇ 쟁점② 정책 판단이냐 '월북 몰이'냐

피격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후 청와대 안보라인의 대응도 관심사다.

검찰은 회의 당일인 23일 밤 10시 50분께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이씨의 피격 사실이 의도치 않게 알려지자 서 전 실장 등이 섣불리 '월북 몰이'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2020년 당시 해양경찰청은 이씨 사망 1주일 뒤인 9월 29일 그가 북한 경비정에 발견됐을 때 월북 의사를 명확히 밝혔으며, 도박 빚 등 월북 동기도 있었다는 내용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해경은 새 정부 출범 뒤 올해 6월 16일 "북한 해역까지 이동한 경위와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2020년 이씨의 자진 월북으로 몰기 위해 국방부, 국정원, 해경 등이 수사결과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도록 했다고 의심한다.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청구서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당시 악화한 남북관계를 상세히 기술하며 관계 개선을 위해 이씨를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아갔다는 취지로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실장 측은 여러 경로로 수집된 첩보를 기초로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일 뿐 월북 몰이가 아니라는 점을 강력히 주장한다.

당시 청와대 안보라인은 이씨의 실종 직후 선박 실족, 극단적 선택, 월북 기도 등 세 가지 가능성을 상정하고 정보를 분석했다고 한다.

이후 이씨가 북한수역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발견됐고, 월북 의사를 밝힌 것이 첩보를 통해 확인돼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상황을 관리했다는 것이 서 전 실장 측의 반박이다.

서 전 실장 측은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검찰 공소장으로 기소된 이가 무죄를 선고받으면 허위공문서작성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고려해도 이씨를 월북자로 몰아서 얻는 이득도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 정부가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한 사람을 사살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 체제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요인이라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서 전 실장 측은 이 사건이 당시 정부가 중대하고도 급박한 상황에서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뿐이라며, 사후적으로 사법적 판단을 할 대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北 피격 사망' 공무원 수색하는 경비함
'北 피격 사망' 공무원 수색하는 경비함

(인천=연합뉴스) 3일 군과 해양경찰이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사라졌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 등을 찾기 위해 연평도 서방부터 소청도 남방까지 해역을 광범위하게 수색하고 있다. 2020.10.3 [해양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ong@yna.co.kr

◇ 법원 판단, 혐의 소명·구속 필요성에 달려

서 전 실장의 구속 여부는 일단 검찰의 혐의 소명에 달렸다. 혐의에 부합하는 관련자들 진술과 그를 뒷받침할 객관적 물증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우선이다. 당시 안보실에서 관계 기관에 지시를 내리는 과정에서 내부 규정이나 예규, 지침 등을 어긴 사례가 발견됐는지도 관건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은폐냐 홀드(발표 유예)냐를 입증하려면 당시 관계자들의 진술이 중요하다"라며 "확보한 진술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는지에 따라 재판부의 판단이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안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첩보 삭제든 배부선 조정이든 관련 규정에 따라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가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며 "기존 방식과 현저하게 다르게 행동했다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혐의가 소명됐다 해도 서 전 실장을 구속할 필요가 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청와대 안보실을 비롯한 국방부와 해경 등 당시 업무수행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최종 책임자로서, 주요 관련자와 관계와 조사에 임하는 태도 등을 고려했을 때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서 전 실장 측은 주거가 일정해 도주 우려가 없고, 이미 관련자들 조사가 마무리 단계라 증거인멸 우려도 낮다고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서 전 실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검찰은 그의 구속 기간 '윗선'인 문재인 전 대통령과 관련성은 없는지 집중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영장이 기각되면 윗선으로 확대할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박지원 전 국정원장 소환을 끝으로 이미 조사를 끝낸 피의자들을 일괄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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