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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 수교 30년] ③ SK베트남 고종환 대표 "명확한 스토리 제시해야"

송고시간2022-1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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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베트남 하노이사무소의 고종환 대표는 현지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들의 성공 요건으로 명확한 비전 수립과 정부·민간 영역에서 인적 네트워킹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7년간 베트남 정·관계 및 민간 기업들을 상대하면서 구축한 노하우 때문에 SK 그룹 내에서는 '신남방' 전문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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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민간에 '성장의 청사진' 보여주며 네크워킹해야"

"현지인 직원들 자존심 강해…성취도에 따른 적절한 보상 필요"

고종환 SK베트남 하노이 사무소 대표
고종환 SK베트남 하노이 사무소 대표

(하노이=연합뉴스) 고종환 SK베트남 하노이 사무소 대표가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 대표는 현지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에게 명확한 성공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2.11.30
bumsoo@yna.co.kr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SK 베트남 하노이사무소의 고종환 대표는 현지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들의 성공 요건으로 명확한 비전 수립과 정부·민간 영역에서 인적 네트워킹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고 대표는 지난 2007년부터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서 주재 경험을 쌓으면서 SK의 동남아 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7년간 베트남 정·관계 및 민간 기업들을 상대하면서 구축한 노하우 때문에 SK 그룹 내에서는 '신남방'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지난달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했다.

-- 간단하게 약력을 소개해달라.

▲ 지난 1997년에 SK텔레콤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6년간 그룹에서 근무해왔다. 2007년부터는 베트남과 싱가포르에서 주재 경험을 쌓으면서 동남아 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해왔다. 이후 SK그룹이 베트남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 2019년 하노이 주재원으로 부임한 뒤 현재 현지 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다.

-- 베트남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이 많다. 오랜 기간 주재원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준다면.

▲ 베트남에서는 정부 뿐 아니라 민간과의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하다.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어울리는게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만남을 유지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공공 부문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사업을 통해 베트남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는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는 한편 목적 달성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 개인도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게 필수적이다.

--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 베트남 공무원 사회도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고위급 공무원 중 다수가 젊고 능력이 있으며 배움을 통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려는 사람들이다. 대체로 영어도 잘한다. 이제 뇌물 등 과거의 접근 방식에 의해 움직이는 공무원들은 극소수다.

특히 베트남 공무원들은 한국의 산업화 과정 및 경제 성장 모델에 대해 존경심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게 바람직하다.

-- 앞으로 어떤 사업 분야가 유망할 걸로 전망하나.

▲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천달러를 상회하고 연평균 GDP 성장률도 7% 내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재 관련 사업이 다른 영역에 비해 더 빨리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SK가 최대 식음료 유통기업인 마산그룹에 투자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제2 금융권 사업도 눈여겨볼 만하다. 절반이 넘는 인구가 제도권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보니 급전이 필요할 경우 골목 전당포에서 돈을 빌리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 하지만 고금리 전당포 등 대부업 역시 크고작은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2금융권 사업자들이 등장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아울러 도로, 항만, 공항 등 물자와 노동력의 흐름을 원활히 해주는 교통·물류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기업 주재원으로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 베트남 만큼 한국사람들이 적응하기 편한 곳을 찾기 어려울 거다. 2007년부터 베트남, 싱가포르 주재 생활을 포함해 15년 넘게 동남아 각국을 돌아다니며 사업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베트남은 한국과 문화적으로 유사하고, 사람들의 성향도 비슷해서 왠지 모르게 더 정이 가는 곳이다. 교민 수도 많아서 한국인 커뮤니티도 활성화돼있다.

-- 어려웠던 부분도 있을텐데.

▲ 다른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로 생활 인프라 수준이 열악하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좁은 도로에 수많은 오토바이와 차들이 몰려나와 출퇴근 시간에는 거의 움직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하노이의 경우 오토바이 매연을 비롯해 주변 도시에 밀집해 있는 공장에서 뿜어내는 유해 가스 및 공기가 순환되지 않는 지리적인 특징으로 인해 대기오염이 매우 심각하다.

-- 의사 소통은 어떻게 하나.

▲ 처음 베트남에 부임했던 2007년에는 정부·민간 영역에서 만나는 파트너들 중 영어 구사가 가능한 비율이 매우 낮았다. 이에 베트남어를 열심히 공부했지만 단기간 내에 비즈니스를 위해 의사 소통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매번 통역을 대동해 미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새는 정부와 민간을 막론하고 영어로 의사 소통하는 데에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베트남 사람들의 교육열과 성공을 위한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 하노이와 호찌민 등 지역별 특성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 호찌민과 하노이 2개 도시에서 주재 생활을 했는데 두곳은 조금 과장해서 다른 나라가 아닐까 하는 정도로 큰 차이를 느꼈다.

위 아래로 길쭉하고 중간은 산악지대로 막혀있는 베트남의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과거부터 왕래가 적었다고 들었다. 또 베트남 전쟁 시 북남 간의 갈등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발음도 다르고, 사용하는 단어에도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성향도 다르다. 호찌민 사람들은 대체로 부드럽고 온화하면서도 개방적인 성향이다. 하노이는 이와는 상당히 다르다.

--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는데 비해 SK는 현지 최대 기업인 빈그룹을 포함해 민간회사 지분 투자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SK의 비전은 무엇인가.

▲ 미·중 무역 갈등으로 촉발된 중국 현지 사업의 불확실성 때문에 지난 2016년 말부터 다른 시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1년간의 연구와 토론 끝에 베트남을 전략 시장으로 정한 뒤 진입 전략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베트남 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초기부터 독자적으로 진출하기보다는 현지 유력 파트너와의 협력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 현지 유력 민간 기업 투자, 유망 스타트업 발굴 등을 검토했고 이중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민간 기업 투자를 우선적으로 단행했다.

이들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뿐 아니라 함께 새로운 영역에 투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에는 SK그룹이 중점적으로 추진중인 그린에너지, 바이오·헬스케어, 하이테크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제2의 SK그룹'을 베트남에서 실현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현지인 직원들에 대한 인사 관리가 여러모로 중요할거 같은데.

▲ 참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만나는 현지 직원들은 한국에서 일했던 동료들과 비교해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근면성실하고 성공에 대한 열망이 클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 또한 두드러진다.

다만 한가지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 베트남 직원들은 자존심이 유난히 강하다. 공개적으로 칭찬 받으면 매우 기뻐하지만 반대로 꾸중을 들으면 실망감이 꽤 오래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개인에 대한 칭찬은 공개적으로 하되 지적해야할 경우에는 따로 조용히 불러서 잘못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게 좋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 채용 노하우는.

▲ 채용은 신중하게 할 것을 권유한다. 인건비 조금 아끼려고 적당한 역량을 가진 후보자를 선택하지 말고 다소 급여 수준이 높더라도 훌륭한 역량을 보유한 후보자를 장기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몸값을 올리기 위해 이직을 자주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자신을 믿어주고 성장시키려는 회사에 로열티를 지닌 직원들도 있다.

또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적용되는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는 직원들이 많다. 처음에 좀 답답하더라도 하나하나 세세히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단계적으로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해 반드시 달성하도록 유도하면서 성취도에 따라 보상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 도입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 직원과의 소통과 관련해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베트남 최대 명절인 '뗏'(음력 설)과 추석에 선물을 준비해서 전 직원의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다. 부모님들을 만나서 훌륭한 자녀들을 SK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잘 성장시키겠다고 인사를 드렸다. 부모님 및 직원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시간도 있었다. 이런 순간이 현지 직원들에게는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회사를 떠난 직원들에게도 명절마다 선물을 보내면서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베트남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베트남의 내부 성장 동력이 취약한 만큼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향후에도 FDI(외국인직접투자) 의존도가 클 수 밖에 없다. FDI의 장점은 외부 자본의 유입 뿐 아니라 선진 시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데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새로운 사업에 대한 법과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주먹구구식의 행정이 이뤄지면서 일부 영역에서 FDI 투자가 제약을 받고 있다.

요컨대 자국 산업의 생태계 보호도 중요하지만 계속해서 소수 지분 투자만 허용될 경우 경영 혁신, 기술 이전, 고급 인력 육성 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베트남 정부가 미래지향적인 정책 도입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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