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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불재' '분좋카'를 아시나요?…신간 '말의 트렌드'

송고시간2022-11-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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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분좋카'(분위기 좋은 카페)와 같이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의 세계에 사는 요즘 청춘들은 칼럼에 실린 청년의 답변에 고개를 갸웃거릴 공산이 크다.

최근 출간된 '말의 트렌드'(인플루엔셜)는 이런 '별다줄'의 세계를 탐구한 책이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정유라 바이브컴퍼니 소셜 빅데이터 연구원은 신조어의 세계, 더 나아가 그 말을 쓰는 이들의 일상과 계급, 사회의 분위기 등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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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연구원이 쓴 요즘 말 탐구서

카페 이미지
카페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냉면을 먹으러 갔는데, 여자 친구가 비빔냉면을 '비냉'이라고 말해서 헤어졌어요. 없어 보인달까…. 비빔냉면을 비냉으로까지 줄여 말하는 사람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죠."

2000년대 중반 한 잡지에 실린 칼럼 내용의 일부다.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분좋카'(분위기 좋은 카페)와 같이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의 세계에 사는 요즘 청춘들은 칼럼에 실린 청년의 답변에 고개를 갸웃거릴 공산이 크다.

최근 출간된 '말의 트렌드'(인플루엔셜)는 이런 '별다줄'의 세계를 탐구한 책이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정유라 바이브컴퍼니 소셜 빅데이터 연구원은 신조어의 세계, 더 나아가 그 말을 쓰는 이들의 일상과 계급, 사회의 분위기 등을 조명한다.

비빔냉면
비빔냉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저자에 따르면 줄임말은 "없어 보이는 말"이 아니라 특정 집단에서 자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형성된 말이다. 자주 쓰니까 편하게, 그리고 빨리 말하고자 축약어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컴퓨터 키보드로 비유하자면 줄임말은 일종의 단축키인 셈이다.

가령, 학원 스케줄 때문에 학생들은 '편도'(편의점 도시락)와 '삼김'(삼각김밥)으로 저녁을 해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에게 편도와 삼김은 일상적이고 친숙한 단어이므로 줄여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편도와 삼김이 낯선 이는 그 일상에 바짝 들어가 있지 않아서다. 무배(무료배송), 무나(무료나눔), 택포(택배비 포함)와 같은 줄임말도 마찬가지다. 이 말에 친숙하지 않다면 온라인 물물교환을 해보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혼술 시장
혼술 시장

[연합뉴스TV 제공]

줄임말은 시대의 가치관과 사회 분위기를 전하기도 한다.

혼밥·혼술 등 접두사 '혼~'은 1인 생활의 대중화를 알렸고, K팝·K방역 등 접두사 'K~'는 애국주의와 문화적 특색을 드러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 텅텅 빈 통장이라는 뜻의 '텅장', 마이너스 통장의 줄임 '마통'은 우리 사회의 과열되고 극단적인 소비양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줄임말은 사회 계급을 드러내기도 한다. 부동산 계급의 세분화 경향은 강남 3구에 이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나타난다.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는 취업난 속 이들 회사에 대한 구직자들의 선망이 고스란히 배어있고,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 중심주의가 견고하게 깔려 있다.

책 표지 이미지
책 표지 이미지

[인플루센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저자는 "말을 줄여 부르는 사람을 '없어 보인다'고 폄하하기보다는 '왜 줄였을까?'를 먼저 생각해보면 좋겠다"며 "언어는 일상생활의 반영이다. 오늘의 일상성이 줄임말의 생성과 변화에 촘촘히 스며 있다"고 말한다.

34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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