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옥상에 유기된 아기…왜 3년 동안 아무도 몰랐나
송고시간2022-11-23 15:31
만 3세 미만 체계적 관리 안 돼…부실한 사회 안전망 '도마'
(포천=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숨진 15개월 된 아기를 친부모가 김치통에 숨겨 3년간이나 유기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영유아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장기간 사체가 유기된 배경으로는 우선 만 3세가 안 된 어린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기 어려운 제도적 미비점이 거론된다. 또 부모와 아동의 등록주소가 다른데다 아동의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일치하지 않다 보니 지자체나 지역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기도 어려웠다.
23일 포천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아이의 시신이 발견된 계기는 올해 10월 실시된 만 3세 아동 중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고,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의료 기록도 없는 보건복지부의 e아동행복지원사업 전수조사다.
이 사업은 복지부가 예방주사 미접종 등 정보를 활용해 위기 아동을 발굴하는 조사로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상시 실시된다. 하지만 전수조사는 매년 10월에 만 3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는 숨진 아이와 출생 연도가 같은 2018년생이 대상이었다.
포천시 관계자는 "만 3세가 되면 대부분 어린이집 등에 다니게 되고, 이때까지 아이를 키우며 병원 진료나 건강검진도 여러 차례 할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 중앙정부서 명단이 내려오면 지자체 담당자가 조사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3세보다 어린 아동이라도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부모가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이 있으면 별도 신고가 있는 경우 보건복지부나 지자체 등 기관에서 별도로 발굴해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3세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전수 조사 같은 강제성은 없고, 이번 사례처럼 부모와 아이의 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모두 다른 경우에도 작동되기 힘든 시스템이다.
부모의 아동 방임 등 범죄를 이웃이나 부녀회 등 지역 공동체에서 알고 신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역시 주소지 문제로 인지되지 못했다.
결국 올해 10월 이전까지는 아이가 숨진 사실을 정부도, 지자체도, 지역 공동체도 몰랐다.
이번 조사 때도 해당 지역 읍·면·동 담당자가 아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아이의 부모는 이혼한 상태로 각자 주소지도 달라 어려움이 있었다.
담당자가 연락하면 부모는 "전남편이 데려갔다", "전 부인이 키워서 잘 모른다"는 식으로 서로 떠넘기거나 "지인 집에서 지낸다고 들었는데 확인해서 연락해주겠다"고 말하며 차일피일 미루는 등 조사가 쉽지 않았다.
결국 이를 수상하게 여긴 포천시에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수사를 통해 살아 있었다면 만 4세가 됐을 아이의 시신이 발견됐다. 전수 조사가 시작된 지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한 지자체 아동 복지 담당자는 "아동 방임 등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지자체나 지역 아동복지 기관에서도 최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려 하는 추세이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전수조사 전까지 아이의 존재조차 인지되기 힘든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천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및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A(34·여)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현재는 A씨와 이혼한 친부 B(29·남)씨는 사체은닉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가 2020년 1월 초 경기 평택시의 자택에서 15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A씨는 당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던 남편을 면회한다는 등의 이유로 장시간 아이만 남겨놓고 집을 비우는 등 상습적으로 아동을 방임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딸이 사망했음에도 관계당국에 신고하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집 안 베란다에 시신을 방치해뒀다가 이후 시신을 캐리어에 옮겨 친정집에 임시 보관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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