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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고금리 몰아닥친 경제 한파…팍팍한 삶에 시름하는 서민

송고시간2022-11-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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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고유가·고금리로 한껏 움츠러든 서민의 삶이 올겨울 경제 한파 예보에 또다시 바짝 얼어붙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데 갚아야 할 원리금은 많고, '서민 연료'로 불리는 등유 가격마저 심상치 않아 주름은 늘어만 간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경제 한파'에 내몰린 가정을 지원할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가뭄에 단비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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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연료' 등윳값 껑충·장바구니 썰렁,"월급으로 생활 어려워"

"연탄은행·무료급식소 줄줄이 타격"…다가 올 겨울이 더 무서워

서울 시내 주유소
서울 시내 주유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고환율·고유가·고금리로 한껏 움츠러든 서민의 삶이 올겨울 경제 한파 예보에 또다시 바짝 얼어붙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데 갚아야 할 원리금은 많고, '서민 연료'로 불리는 등유 가격마저 심상치 않아 주름은 늘어만 간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경제 한파'에 내몰린 가정을 지원할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가뭄에 단비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고물가ㆍ고금리ㆍ고유가 (PG)
고물가ㆍ고금리ㆍ고유가 (PG)

[양온하 제작] 사진합성 · 일러스트

◇ 뛰는 등윳값에 '뜨끈한 아랫목'도 사치

90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서해 연평도 주민 김모(70)씨는 다가올 겨울 걱정에 눈앞이 캄캄하다.

고유가 행진에 보일러에 들어가는 등유 한 드럼이 32만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큰 섬 지역이라 이르면 9월부터 보일러를 켜는데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지난달에만 등유 한 드럼을 썼다.

김씨는 "밤에 전기장판만 틀어도 한 드럼은 그냥 쓰고, 11월부터는 아무리 아껴도 두 드럼은 때야 살 수가 있다"며 "지금도 온수를 웬만하면 안 쓰려고 하지만 한겨울에는 어쩔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충북 충주시에 거주하는 장모(60)씨 부부의 방은 아침 기온이 2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날에도 냉골이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오른 등유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겨울철 보일러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등유량이 한 달 평균 두 드럼인 것을 고려하면 월급의 약 30%가 난방비로만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지자체가 에너지바우처 제도로 취약계층 난방비를 지원하고 있다지만, 장씨는 "한 해 최대 37만원인 지원금으로 치솟은 난방비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LPG·등유·연탄값 인상(PG)
LPG·등유·연탄값 인상(PG)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 장바구니 물가도 이미 꼭대기…"은행 빚은 어쩌나"

생활 물가가 들썩이면 서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단연 먹거리다.

21일 대구시 동구의 한 전통시장은 최근의 경제 여파를 보여주듯 한산했다.

정육점과 채소가게, 과일가게 등에 손님들은 있었지만, 선뜻 물건을 집어 드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정육점 직원은 "국산 쇠고기 등심 한 근(600g)에 4만3천900원이라 근당 1만2천900원인 돼지고기 삼겹살을 찾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과일가게 앞에서 가격을 물어보고 발길을 돌린 주부 이모(52)씨는 "시장 물가가 싸지 않을까 해서 방문했는데 물가가 생각보다 올라 오늘 필요한 식품 몇 가지만 구매했다"고 말했다.

평범한 우리 이웃뿐 아니라 지자체의 행정복지센터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올해는 '김치를 나눠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 유독 빈번해졌다는 게 복지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광주 동구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높은 물가에 먹거리는 물론이고 화장지나 치약 등 생필품마저 떨어진 가정도 생겨나고 있다"며 "맞춤형 복지제도를 통해서 부족한 것들을 채워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점점 커져만 가는 대출 원리금 납부 압박은 다가올 세밑 한파 걱정 못지않게 부담이다.

1년 전 빚을 내 아파트를 구입한 고모(39)씨 부부는 치솟은 금리에 대출 이자를 내는 데 월급의 대부분을 쏟아붓고 있다.

자녀 양육비와 생활비,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맞벌이인 고씨 부부의 손에 남은 돈은 없다.

그는 부수입을 위해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 할 수 있는 배달 일을 고려하고 있다.

고씨는 "'숨만 쉬고 있어도 적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더는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됐다"며 "월급만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면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물가 상승 (PG)
물가 상승 (PG)

[백수진 제작] 일러스트

◇ 점점 줄어드는 '온정의 손길'…다가 올 겨울이 더 무서워

물가 삼중고에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소외계층 후원·봉사단체를 향한 지원도 점점 끊기는 실정이다.

연탄을 쓰는 부산 고지대 저소득층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부산연탄은행'은 올겨울 후원의 손길이 적어 막막하다.

부산연탄은행은 올해 연탄 기부 목표를 예년보다 10만장 정도 줄어든 20만장으로 정했으나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운 처지다.

이맘때면 그나마 이어졌던 주요 기업들의 후원 문의가 아직 없을 정도다.

대구연탄은행은 매년 11월 초부터 다음해 3월 말까지 시민과 기관단체 후원을 받아 취약계층에 연탄을 제공하는데, 올해 후원금이 예년에 훨씬 못 미친다.

해마다 연탄 캠페인 초기에는 부진하다가 연말연시가 되면 후원금이 늘었지만, 올해는 경기침체로 후원금 걷기가 더욱 힘들다고 설명했다.

충남 서산에서 연탄은행을 운영하는 문덕암 목사는 "연탄 배송비가 한 건당 100원에서 200원까지 올랐고, 등유도 예전엔 20가구를 지원했는데 올해는 한 가구만 지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무료급식소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대구역 부근의 무료급식소 '요셉의집'은 식자재 가격이 10∼20% 뛴 탓에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노숙인 등이 역 주변으로 모여들어 붐빌 텐데, 재정난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까 전전긍긍이다.

요셉의집 아가사 수녀는 "최근 고물가로 급식소 운영이 어렵지만, 후원자들의 후원금과 봉사자 도움을 받아 간신히 운영하고 있다"며 "시민들께서 주위의 어려운 분들에게 더욱 관심을 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루 150~200명의 노인이 매일 점심 끼니를 해결하는 광주 남구 사랑의 식당도 예전만 못한 음식을 내놓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연탄 기부 손길 '뚝'(CG)
연탄 기부 손길 '뚝'(CG)

<<연합뉴스TV 제공>>

◇ 동절기 지원 나선 지자체…전문가 "지원금 규모 커져야"

지자체는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를 지원하고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경남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생활이 어려운 노인 가장 세대 약 1만3천979세대와 경로당 7천530개소에 대해 가구당 난방비를 각 연 6만원과 월 32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원도 역시 1천614명(생활지원사 1천545명, 응급관리요원 69명)을 투입해 독거노인 7만6천928명에게 전화나 방문을 통해 건강 상태, 난방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또 대전시는 기름보일러를 쓰는 한부모가정이나 소년소녀가정 15가구에 가구당 31만원까지 등윳값을 결제할 수 있는 카드를, 연탄으로 난방하는 저소득층 191가구에는 연탄값을 결제할 수 있는 카드를 각각 발급해주기로 했다.

쪽방 거주자 399명에게는 목욕·빨래 지원과 밑반찬·월동제품이 제공된다.

충남도는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등 전문인력이 취약계층을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수시로 건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며 겨울철 마을경로당에 난방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등유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는 유가 변동 폭을 고려해 난방비 지원 대상이나 지원금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며 "관계 기관과 지자체가 관련 지원책을 사회 환경 변화에 맞게 다듬어 탄력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취약계층을 위해서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에는 한시적으로 등유 개별소비세를 유예할 필요가 있다"며 "에너지바우처 지원액을 상향 조정하는 등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수환 강태현 변지철 홍창진 노승혁 천정인 최은지 김동민 천경환 김솔 김재홍 임채두 기자)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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