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해병대 '빨간 깃발' 승격, 4星 장군의 한도 풀릴까
송고시간2022-11-15 08:00
육·해·공 3군 각군기에 해병대 추가한 군기령 개정
尹대통령, 대장계급 복원 공약…타군 반발 변수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논설위원 = 베트남전에서 '귀신잡는 해병'의 전설을 쓰고 귀환한 해병대 청룡부대 용사들을 맞은 것은 '사령부 해체' 검토라는 날벼락이었다. 대통령 박정희는 1973년 9월14일 국무회의에서 해병대를 해군에 흡수, 통합시키고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 의결을 강행했다.
한국전쟁을 1년 앞둔 1949년 4월 경남 진해 덕산비행장에서 약 400명의 소규모 병력으로 창설된 지 24년 만에 공중분해된 것이었다. 4성(星) 대장 계급의 사령관직은 중장으로 하나 낮아지면서 해군참모총장의 부하인 제2참모차장이 됐고, 해병대의 이름은 해군해병이 됐다.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과 서울 수복, 베트남전에서 세계 전사(戰史)에 빛나는 전공을 세운 해병대의 명예와 자존심이 무참히 구겨졌다.
해병대 해체는 북한 무장공비들의 청와대 침투사건인 1968년 1·21 사태의 반성으로 군 조직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박정희의 뜻에 따른 것이었지만, 베트남전 공로로 더욱 영향력이 커진 해병대 견제의 의도도 있었다. 5·16에 참여한 해병대 장군들이 반혁명사건에 연루된 것에 대한 박정희의 '뒤끝'도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
해체를 당한 지 14년이 흐른 1987년, 정부는 해병대 사령부를 재창설했다. 상륙작전 등 작전 수행에서 숱한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인데, 단결력과 자긍심이 남다른 해병전우들의 숨은 노력도 컸다. 다시 태어난 해병대는 2010년 11월 북한과의 연평도 포격전에서 변함없는 용맹성을 과시하며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게 된다. 전투 과정에서 산화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희생과 철모에 불이 붙은 채 K-9 자주포로 반격에 나선 병사의 모습은 해병 정신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연평포격전은 해병대에 비상의 날개를 달아줬다. 산하에 서북도서사령부가 창설됐고 2019년에는 군인사법 개정으로 사령관이 다시 대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5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기(軍旗)의 종류에 합참기와 육·해·공군기 외에 해병대기를 추가하는 군기령 개정안이 지난 11일 입법 예고됐다. 해병대기는 국군의날 등 각종 군 행사에서 게양되고 있지만 정작 군기령엔 빠져 있다. 정치권의 지적이 나오자 올해 돼서야 6·25 기념 현충원 행사 때 해병대기가 배치됐다. 해병대 부활 후 35년이나 흐르는 동안 깃발에 법적 지위가 없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제 군의 관심은 해병대 사령관의 대장 계급 복원으로 옮겨질 조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대선 후보 시절 별 셋인 사령관을 대장으로 올리고 '4군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현재 군 대장 보직은 합참의장, 육·해·공군 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육군 제2작전사령관 등 7개다. 윤 대통령이 결심만 한다면 인사 규정을 고쳐 해병대사령관이 합참의장이나 연합사부사령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방부를 비롯한 타군의 반발이 거세다. 국방부는 2019년 군인사법 개정 때도 해병대 대장계급에 대해 병력 규모가 육군 1개 군단보다 작아 지휘가 어렵다며 반대를 표명했다. 서부전선의 육군 1군단을 실례로 들면 3개 사단과 5개의 여단을 거느리고 있다. 1군단과 5군단 산하 포병여단은 화력 면에서 미군에 이어 세계최강을 자랑한다.
'4성 대장'이 해병전우들의 남은 소원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저출산 심화로 군대에 갈 남자가 부족해져 여성징병제를 도입하거나 외국인도 받아들이자는 판이다. 결국 별자리 늘리기에 국민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현실을 살피면서 해병대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절묘한 수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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