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뭄 처음] ② "제한급수가 뭐예요" 광주 '물 전쟁' 초읽기
송고시간2022-11-15 07:00
일상생활 큰 불편 예상…아파트 저수조도 물 못 쓰게 잠가 단수
이대로면 내년 3월 동복댐 고갈…"물 아껴야 제한급수 최대한 늦춰"
[※ 편집자 주 = 광주·전남이 심각한 가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물 부족을 겪는 전남 일부 섬 지역은 이미 제한 급수에 들어갔고, 현재 추세라면 인구 143만 광역시인 광주도 내년 초 제한 급수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가을, 겨울의 계절적 특성을 고려하면 광주 시민 상수원인 동복댐, 주암댐의 내년 3월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연합뉴스는 광주·전남의 극심한 물 부족 현상과 원인, 제한 급수로 예상되는 불편, 절수 행동 요령 등을 담은 기사를 5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세수한 물을 버리지 않고 빨래를 해야 한다. 쌀은 빌려주어도 물은 빌려주지 못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인심이 거칠어지고 있다."
1992년 12월 27일 자 한 신문 사회면에 실린 '영호남 가뭄 극심 목 탄다' 제하 기사에는 마을 우물마저 말라버린 전남 신안군 흑산도 섬마을의 고된 일상이 담겼다.
당시 광주시민도 1992년 12월 21일부터 1993년 6월 1일까지 163일 동안 이어진 제한급수를 경험했다.
해당 기사는 "급수가 되는 날에도 고지대에는 물이 제때 올라오지 못해 가족들이 물을 받기 위해 밤샘을 하기 일쑤"라며 광주 동구 지산동에 사는 시민의 고충도 함께 전했다.
지난겨울부터 1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뭄으로 광주에서도 30년 만에 겪는 물 부족 사태가 코앞에 닥쳤다.
비는 내리지 않고 하루 평균 50만t의 물을 쓰는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광주 식수원인 동복댐은 내년 3월께, 주암댐은 그로부터 약 2개월 뒤 고갈된다.
설거지통 이용하기, 빨래 모아서 하기, 양변기 물통에 벽돌 넣기 등 지금 섬마을 주민이 실천하는 생활 속 물 절약을 광주시가 시민에게 호소하는 까닭이다.
광주에서는 주암댐 물을 끌어온 1994년 7월 1일 이후 지금처럼 심각한 물 부족 상황이 없었다.
그 직전에 경험한 1992∼1993년 제한급수는 광주천과 용봉천을 경계로 동서 구역을 나눠 시내 전역에서 홀짝 격일제로 이뤄졌다. 광산구만 정수장 입구 기준 남북으로 경계를 구분했다.
동복댐 확장 공사를 끝낸 1985년 7월 1일 이전에는 어땠을까. 물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겨울에도 제한급수가 연례행사처럼 반복했다.
1982년 1월 25일에는 엄동설한에 잠시 날씨가 풀리자 태평극장 주변 등 광주천 상류가 빨래하러 나온 시민들로 붐비는 풍경이 연합통신(현 연합뉴스) 지방 소식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광주시는 시민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제한급수를 다시 시행한다면 늦어도 2개월 전에는 구체적인 방식을 예고하도록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
격일제와 시간제, 구역별 단계화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시민 고충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찾는 중이다.
하지만 제한급수는 어떤 방식이든 밥을 짓고, 얼굴과 몸을 씻고, 빨래를 해결하는 일상생활에 가장 직접적이고 큰 불편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광주의 물 사용량은 각 가정에 공급되는 생활용수가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음식점과 사무실 등에서 쓰는 업무용은 25%, 산업용은 7%이다. 이 둘을 합쳐도 생활용수 사용량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다.
대중목욕탕이 쓰는 물은 업무용에 속하는데 전체 사용량의 0.4%에 불과하다.
대형 저수조가 갖춰진 아파트는 제한급수에도 실질적인 단수는 없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제한급수에 들어가면 단수 적용 시점에 아파트 저수조의 물 공급 배관까지 잠그고 막는다.
광주시는 생활 속에서 물 20% 아껴 쓰기를 실천하면 하루 물 소비량이 약 10만t 줄어 내년 장마철까지 제한급수 없이 버텨볼 수 있는 만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협조를 당부했다.
과거보다 심각해진 가뭄은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상시적 위기일 수 있어, 광주시는 제한급수 관련 지침을 손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행 '광주광역시 식용수 사고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은 동복댐 저수율이 7% 아래로 내려가면 격일제 제한급수를 하도록 규정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유례없는 가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한급수 매뉴얼을 그대로 따르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상황의 급박함을 전했다.
그는 "과거 같으면 70% 수준을 보이는 11월 중순의 동복댐 저수율이 올해는 30%대까지 내려갔다"며 "나부터 물을 일상생활에서 아껴야 제한급수를 최대한 늦추며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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