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산봉우리, 계곡, 숲 사이로 '휙휙'…짚라인
송고시간2022-12-14 08:00
(문경=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허공에 발을 딛는 순간, "짚~, 윙~" 소리가 울리고 몸이 하늘을 난다. 발아래 계곡과 나무들은 휙휙 지나간다. 처음엔 두렵지만, 자꾸 타다 보면 어느새 비명은 환호로 바뀐다.
어린아이도, 어르신도 모두 즐길 수 있을 만큼 쉽지만 스릴은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자이로드롭에 못지않다.
이런 쾌감은 경북 문경 불정자연휴양림에 있는 '짚라인 문경'에서 맛볼 수 있다.
◇ 쉽게 즐길 수 있고, 스릴도 만점인 짚라인
온몸을 감싸는 하네스(등반 등에 사용하는 안전 장비)와 헬멧을 착용했다. 하네스에는 트롤리(집라인용 도르래)가 카라비너(로프 연결용 금속 고리)로 연결돼 있다. 승합차를 타고 굽이진 불정자연휴양림 길을 15분가량 올라갔다. 이 산길은 옛날에 석탄을 실어나르던 길이었다.
해발 440m에 있는 '짚라인 문경'의 첫 번째 출발 탑에서 내렸다. 계곡을 건너며 탑승법을 익히는 1번 코스다. 출발 탑에서 맞은편 착지 탑까지 거리는 125m. 공중에 와이어(쇠로 된 줄)가 이어져 있다.
출발에 앞서 같은 조 사람들이 모여 파이팅을 외쳤다. "천천히 데크 밖으로 걸어가면 됩니다"라고 아주 간단한 탑승법에 관해 가이드가 설명했다. 그리곤 가이드 중 한 명이 짚라인을 타고 아무렇지 않게 맞은편으로 건너갔다.
출발을 도와주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작은 단 위에 섰다. 가이드가 하네스에 연결된 트롤리를 와이어에 걸어주었다. 팔을 쭉 펴서 하네스 앞의 검은 줄을 잡았다. "출발할게요"란 신호에 맞춰 주춤거리며 데크 밖으로 걸어갔다. 몸이 잠깐 허공으로 떨어지는 듯하더니 그대로 공중을 비행했다. 맞은편 착지 지점이 빠르게 다가왔다.
착지 탑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이드가 와이어에 연결된 브레이크 장치로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같은 조의 초등학생들도 별 두려움 없이 날아왔다.
2번 코스에서 가이드는 방향 조절에 관해 설명했다. 카라비너와 하네스를 연결한 삼각형의 고리를 돌리면 몸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설명은 간단했지만 직접 해보니 쉽지 않았다. 착지 탑까지 100여m를 날아가는 동안 고리를 살짝 돌렸는데 몸이 원하는 방향을 보지 못하고 한 바퀴를 빙글 돌아버렸다. 여러 코스를 탑승하는 동안 사진을 찍으며 동시에 방향 조절을 하려니 초보자에게는 어려웠다.
서너 번을 타며 긴장감이 살짝 사라진 5번 코스에서는 가이드가 좀 더 재미있게 타는 방법을 제시했다. 천천히 걸어 출발했던 것과 달리 허공으로 점프하며 타보라고 했다. 가이드가 출발 테크 밖으로 뛰어들자 와이어에 매달린 가이드의 몸이 통통 허공에서 튀었다. 초등학생 여학생이 두려움 없이 나서더니 마치 하늘을 뛰어다니는 마법사처럼 폴짝폴짝 멀어져 갔다.
6번은 계곡에서 나무 사이로 빠르게 활강 비행하는 코스다. 일명 타잔 코스다. 가이드가 먼저 "아~아~아~"를 외치며 날아갔다. 몇몇 탑승객들도 따라 "아~아~아" 소리를 질렀다.
8번 코스부터는 좀 더 과감하게 짚라인에 도전해 볼 수 있다. 7번 코스까지는 손으로 로프를 잡고 탔다면, 이번 코스에서는 아예 두 손을 놓고 하네스에 온몸을 맡긴 채 타면 된다. 허공을 나는 동안 두 손으로 팔베개를 하거나 두 팔을 활짝 편 채 하늘을 바라보면, 더욱 스릴 넘친다. 어린이들도 여성들도 잠시 머뭇거리긴 했지만 도전한 뒤 웃었다.
마지막 코스인 9번은 360m로 최장 코스다. 시야가 확 트여 있어 전망도 가장 좋다. 출발 탑에 서니 단풍철이라 문경의 온 산이 울긋불긋했다. 1번 코스에서 눈을 감고 '악' 비명을 지르며 출발했던 여성들도 이곳에선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모두 건너편 산봉우리로 날아가는 동안 손 흔들어 인사하며 짚라인에 환호했다.
◇ 허공에 몸을 띄울 용기만 있으면 가능한 하강 레포츠 짚라인
짚라인은 두 곳에 지주대를 세우고, 튼튼한 와이어를 설치해 트롤리란 도르래를 타고 반대편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하강 레포츠다. 별도의 고가 장비를 구비할 필요도 없고, 어려운 훈련도 필요하지 않다. 걸어서 출발 탑 밖 허공으로 나갈 용기만 있으면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이런 형태의 하강 레포츠를 대부분 편하게 짚라인이라 부르지만 하동, 단양, 남이섬 등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은 엄밀히 짚와이어라 부른다. '짚라인 문경'은 와이어를 타고 날아갈 때 나는 '짚~' 소리에 착안해 '짚라인코리아'란 업체가 등록한 브랜드명인 까닭이다. 해외에서는 플라잉폭스(Flying Fox), 에어리얼런웨이(Aerial Runway) 등으로 부른다.
'짚라인 문경'에서는 불정자연휴양림에 설치된 난이도가 다른 82~360m 길이의 9개 코스를 타게 된다. 산봉우리, 계곡, 숲을 집라인을 타고 건너거나 숲길을 걸으며 탐험할 수 있게 구성했다. 9개의 코스를 타는 동안 기본 탑승법, 조종법을 배우고 점프하기, 두 손 놓고 타기, 하늘 향해 눕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짚라인의 매력을 맛볼 수 있어 좋다. 10~12명의 한 조가 9개를 코스를 모두 탑승하고 내려오는 데는 2시간가량이 소요된다.
학생들의 수학여행과 기업 워크숍으로 인기 있고, 연인이나 가족 단위도 많이 찾는다. 주말 휴일에는 예약 없이 탑승하기 불가능할 정도다. 4계절 내내 탑승할 수 있고 특히 가을에 찾는다면 아름다운 불정자연휴양림의 단풍에 취하기도 좋다.
◇ 짚라인 안전하게 타기
공중에 있는 외줄을 타고 빠르게 비행하는 만큼 짚라인을 안전하게 타려면 안전 장비를 잘 갖추어야 한다.
짚라인 탑승에 사용하는 하네스는 허벅지 부분이 하중을 견디고, 상체 부분은 몸이 틀어지지 않게 하는 낙하산, 소방구조대원들이 쓰는 풀바디 하네스를 착용한다.
가이드들이 안전교육을 진행하며 하네스와 헬멧을 각 개인의 체형에 맞춰 버클 등을 조절하고 점검해 준다. 트롤리와 카라비너는 2.4t 정도까지 버틸 수 있다. '짚라인 문경'을 운영하는 '짚라인코리아'는 미국의 챌린지코스기술협회에서 어드벤처 시설의 설계, 설치, 점검 및 교육 분야까지 인증을 받았다.
짚라인 탑승에 나이 제한은 없다. 다만 몸무게는 30㎏ 이상 100㎏ 이하여야 한다. 100㎏을 넘을 경우는 와이어가 아래로 많이 처져 데크와 충돌 위험이 있어서라고 한다. 또 무게가 너무 가벼우면 와이어 구간 도중에 속도를 잃고 멈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 길이가 가장 긴 9번 코스의 경우 30㎏ 정도의 어린이는 안전을 위해 가이드와 함께 타기도 한다. 키도 190㎝ 이하여야 충돌 위험이 작다.
짚라인 탑승을 안내하는 가이드들은 '짚라인코리아'에서 진행하는 40시간 레벨1 교육과 120시간의 레벨2 교육을 모두 마친 가이드들이 안내한다.
탑승에서 주의할 점은 출발과 착지 지점 사이를 연결하는 와이어 밑에 서면 안 된다. 와이어를 직접 손으로 잡아서도 안 된다. 출발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출발하고 도착지 가이드가 설명에 따라 착지 후 이동하면 된다. 그리고 착륙 타워에서는 다리를 들어야 가벼운 충돌을 피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2년 1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z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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