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등 교육 시급한데…대전 체험센터로는 역부족
송고시간2022-11-01 06:00
이태원 참사 당시 구급대원 부족해 시민들 CPR 가세
시민체험센터서 30분∼1시간 간단 체험만…내실 있는 교육 필요

(서울=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시민들이 119 구조대원들과 함께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다. 202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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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 교육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현재 대전에 있는 시설과 여건으로는 실제 상황에서 선뜻 나설 만큼 충분한 교육을 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일 대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2014년 대전남부소방서 내에 연간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문을 연 119시민체험센터에 2017년 4만8천946명, 2018년 4만9천601명, 2019년 4만9천788명이 찾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여파에 3천∼4천여명씩만 찾다가 올해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면서 9월까지 9천300여명이 방문했다.
센터에서는 30명씩 나눠 소화기·옥내소화전 작동법이나 탈출·피난기구 사용법 등과 함께 30분∼1시간에 걸쳐 CPR 체험도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애니메이션 시청 등도 포함돼 있다. 중요한 이론 교육 없이 말 그대로 간단한 체험만 이뤄지고 있다.
일선 소방서에서 학교 등 요청을 받아 찾아가는 교육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체험센터와 비슷한 방식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5만7천여명이 찾아가는 '소소심'(소화기·소화전·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는데, 이 중 실제 상황에서 CPR을 할 수 있을 중학생 이상은 8천100여명이다. 나머지 4만9천여명은 유아·초등생들이다.
더불어 대전지역 5개 소방서마다 소소심 교육을 담당하는 인력은 전문인력 1명과 보조인력 1명뿐이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맥박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심장이 미세하게 뛰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상태의 심장을 다시 제대로 뛰게 하는 동시에 뇌로 계속 산소를 공급해 뇌사를 방지할 수 있는 게 CPR"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모두가 TV나 영화에서 CPR 장면을 봤겠지만, 실제 제대로 CPR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라며 "이번 이태원 참사 현장 영상에서도 구급대원 등이 CPR을 하는 와중에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걱정스럽게 쳐다만 볼 뿐, 선뜻 나서지 못한 이유도 평소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체험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심정지와 호흡곤란 환자가 300명 가까이 나오면서 1대1로 CPR을 할 구급 대원이 턱없이 부족해 전문적이지 않은 시민들까지 가세해야 했다.
대전시와 소방본부는 더욱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해 현재의 체험센터를 체험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연면적 6천㎡)의 시민안전체험관이 건립되면 연간 교육인원이 15만명으로 늘어나고, CPR을 비롯한 응급처치 교육도 더 깊이 있게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시민안전체험관 확충 대상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2016년 1차 확충 대상 8곳 선정 당시 대전은 시민체험센터가 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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