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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선] 맨츄리안 캔디데이트와 차이니스 댓글부대

송고시간2022-10-30 07:0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뉴욕타임스(NYT)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러시아와 관련된 '맨츄리안 캔디데이트'로 의심하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맨츄리안 캔디데이트를 직역하면 '만주(滿洲)의 후보'이지만, '적국의 조종을 받는 정치인'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1962년에 발표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인지 신문 칼럼 제목으로 쓰일 만큼 관용적인 표현이 됐다.

이 영화에는 한국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뒤 구(舊)소련과 중공의 첨단 세뇌 기법으로 암살 병기가 된 미군 부사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소련이 비밀리에 손을 잡은 미국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주인공에게 유력 경쟁자인 다른 대통령 후보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내린다는 것이 줄거리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맨츄리안 캔디데이트'라는 표현이 쓰인 이유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후 조사에서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 때 인터넷 공간의 여론조작과 선동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도왔다는 사실이 일부 확인됐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 이메일 해킹 사건은 차치하더라도, 러시아가 운영하는 댓글부대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클린턴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슬람교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들어내면서 유권자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클린턴 후보가 악마의 지원을 받는다는 밑도 끝도 없는 내용의 인터넷 밈을 퍼뜨려 신앙심이 깊은 유권자를 자극한 것도 러시아 댓글부대였다.

클린턴 후보가 낙선한 대선 결과를 보면 첨단 세뇌 기술이나 암살과 같은 영화 속 설정보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작이라는 현실적인 수단이 훨씬 더 위력적이었다.

러시아 댓글부대가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키기 위해 제작한 인터넷 밈
러시아 댓글부대가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키기 위해 제작한 인터넷 밈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자료 캡처] 재판매·DB 금지

인터넷을 통해 다른 나라의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에 개입하려는 국가는 러시아뿐만이 아니다.

중국도 외국의 국내 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댓글부대를 운영하는 대표적 국가다.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가짜 계정 80여 개를 적발해 삭제했다고 밝혔다.

중국 댓글부대는 마치 평범한 미국 시민인 것처럼 위장한 뒤 총기 소유에 대한 헌법적 권리와 낙태 반대 등을 주장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을 시도했다.

중국 댓글부대는 체코 국내 정치에도 개입하려다가 적발돼 메타 플랫폼에서 퇴출당했다.

또한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에서도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댓글부대가 친중·반서방 정서를 조성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댓글부대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국도 마냥 안심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

미국이나 체코, 솔로몬제도의 여론에까지 개입하려는 중국이 동북아에서 자신들의 이익이 걸린 한국에 손을 뻗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외부의 여론 조작 가능성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지는 공개된 자료가 없다.

다만 외교부는 올해부터 모니터링 업체와 용역 계약을 하고, 웨이보 등 중국의 온라인 여론을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네티즌들의 여론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의 우호 감정 증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미국의 외교 관계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우리는 중국이 주장하고 싶어하는 것을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전임 외교부 장관 시절 채택된 정책이다.

각국을 대상으로 댓글부대를 운영한다는 중국 입장에선 한국 정부에 감사한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굳이 한국을 겨냥한 댓글부대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한국 정부가 알아서 중국의 여론을 수렴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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