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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현대적인 스마트 영농과 생물 다양성

송고시간2022-10-29 10:30

유럽과 한국에서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은?

독일 튤립 경작지
독일 튤립 경작지

넓은 경작지는 농업 생산 측면에선 좋지만 생물 다양성 측면에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1년 4월 독일 그레벤브로이히의 들판에서 트랙터로 튤립을 수확 중인 독일 농부. EPA_연합뉴스

농업은 현대적인 산업사회와 후기산업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혼란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는 유럽이나 한국에서 매한가지다. 과거의 농업 구조를 계속 유지하면 생산성이 낮아 높은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의 쌀농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시장의 힘이 지배적이면 농가 도산이 발생하며, 도산하는 농가들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진다. 독일에서는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에 있던 집단농장의 후신들이 가장 높은 생산성을 갖게 됐는데, 대규모 경작지에서 대규모 기계농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농민들은 유기농을 틈새시장으로 파고들었고, 또 다른 경우에는 '팜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환경문제는 집약 농업과 연관성이 있다. 1960년대에 이미 '침묵의 봄'이라는 책이 주목을 끌었는데, 예를 들면 농촌에서 새가 사라지는 이유를 다뤘다. 유럽에서 대규모 연구를 실시한 결과, 지난 수십 년간 산림 환경은 대체로 개선되고 건강해져 동식물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생물 다양성이 나아진 반면, 들판과 초지에서의 생물 다양성은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에서 한때는 매우 흔했던 메추라기나 댕기물떼새가 이제는 귀한 새가 됐으며, 완전히 사라진 곳도 많다. 한국에서도 예전에는 어디서나 뜸부기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매우 보기 어렵다.

콘크리트 농수로
콘크리트 농수로

콘크리트 농수로는 논을 단절시키고 생물 다양성을 크게 감소시킨다. 설치비가 많이 드는 반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올해 8월 녹조가 낀 경남 양산시 원동면 일대 농수로.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동식물이 사라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들 중 하나가 잡초와 벌레들을 없애기 위해 살포하는 화학 성분의 농약이다. 사람들도 그 효과를 직접 목격할 수 있는데, 독일과 한국에서 여름밤에 시골에 차를 몰고 가면 전에는 자동차 앞 유리에 부딪혀 죽은 벌레들이 한가득이었지만 요즘은 그 수가 훨씬 줄었다. 벌레들은 먹이사슬에서 상위 동물들에게 중요한 구성 요소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경관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예전에 독일의 모든 초지와 들판은 곳곳에 있는 덤불이 바람막이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영농을 기계에 의존하다 보니 경작지의 기본 단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한국의 경우는 과도한 콘크리트 사용이 문제다. 논농사에 반드시 필요한 개울과 수로는 예전에 생명의 서식지여서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작은 포유류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지금은 깊은 콘크리트 수로가 다반사이고, 그 안에서는 예전에 서식했던 동물들이 살아남을 수 없으며 풀도 자라지 못한다.

칡때까치
칡때까치

한국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칡때까치. 2016년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DMZ 펀치볼 둘레길에서 발견된 칡때까치. 국립수목원 제공

이는 생산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이로 인해 개구리가 사라지면 논에 벌레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그렇게 되면 농약 사용량이 늘어나 다시 생물 다양성이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가진 영향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남북한 비교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비무장 지대를 포함한 지역이나 북한에서는 한국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거나 매우 드문 칡때까치나 홍때까치 같은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새들은 40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제 한국에서는 비무장 지대 인근이나 몇몇 자연보호 구역에서만 서식하는 반면, 북한에서는 여전히 흔한 번식 조류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북한이 한국이나 독일 농업의 모범 사례는 아니다. 북한의 경우 자연의 치유는 현대적인 자원의 투입이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였으며, 주민들의 굶주림이라는 희생을 치른 비싼 대가다.

백령도에 설치된 개구리 사다리.
백령도에 설치된 개구리 사다리.

[환경운동연합 제공]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미래로의 퇴보'가 아닌 스마트 영농의 개념을 통해 꿈이나 실험실에서 서서히 실행 단계로 다가서고 있는 현대적이며 환경 친화적인 기술의 적용이 필요하다.

독일에서는 이미 연초에 예를 들면 옥수수나 밀 같은 작물에 비료를 줄 때 작물의 키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비료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트랙터가 개발됐다. 이를 통해 비료 투입량이 크게 줄었는데,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평균적인 양 내지는 최대량을 투입했을 것이다. 이 트랙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측정할 수 있다.

또 다른 방식의 스마트 영농을 통해 농지 활용 면적의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는데, 소위 '태양 에너지 플러스 영농' 방식을 통해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지역에서 영농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움직이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그 아래에서도 과실 재배가 가능한 방식이다.

또 한국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는, 그늘이 필요한 인삼 농사의 경우 태양광 모듈 아래의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식을 활용한다면 그로 인해 생기는 여유 부지는 예를 들면 자연보호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독일과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강과 개천을 자연 친화적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직선화하고 부분적으로 콘크리트 관을 설치해 개천을 땅 밑으로 흐르게 했던 구조를 다시 옛 모습대로 복원하는 시도를 해왔으며, 이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을 통해 동식물의 멸종 위기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면 그러한 예산 투입은 적절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강원 정선군 ,생태하천 복원사업
강원 정선군 ,생태하천 복원사업

강원 정선군 회동계곡에서 발원해 용탄리를 거쳐 동강에 합류하는 용탄천이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통해 2023년에 옛 모습을 되찾는다. 정선군 제공

이와 반대로 한국에서는 영농 환경에서 인위적인 요소의 투입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특히 북한과의 경계 지역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다. 이전에는 민간인 통제 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돼 있던 지역의 면적이 수년 전부터 감소하면서 다른 일반 지역들처럼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의 오래된 조류 보호 구역들 중 한 곳인 철원 지역의 '샘통'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오랫동안 두루미가 쉬어가는 장소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길이 많이 생기고 농업용 온실들도 많이 설치되는 등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물론 한국과 같이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영농 방식을 기대할 수는 없다. 북한과 같은 원초적인 영농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성과 자연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 시급하다.

'트랙터도 자율주행'
'트랙터도 자율주행'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2' 이 개막 이틀째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야외전시장에 농기계업체 존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 8R이 전시돼 있다. 2022.1.7 jieunlee@yna.co.kr

쌀농사의 경우처럼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가장 나쁜 방식인데, 그 이유는 그러한 방식이 WTO 체제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집약 농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환경 친화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농민들이 특정 자연 보호 방안을 수행하는 경우에 지원해주는 방식이 더 낫다.

지역 차원에서 좋은 방법이 이미 하나 있는데, 1년 내내 물이 차 있는 '무논'이다. 물이 차 있기 때문에 농사를 짓기는 어렵지만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좋다. 이런 경우 해당 농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이다. 해당 농민은 국가를 위해 환경 지킴이 역할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작지만 가능한 또 하나의 방법은 '개구리 사다리'를 설치다. 이를 통해 양서류나 파충류가 콘크리트 수로에 갇혀 죽는 것을 막음으로써 친환경적인 영농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데, 이 방법은 큰 비용도 들지 않는다.

한국의 논에서 다시 뜸부기 소리를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기 바라며, '침묵의 봄'이 절대로 오지 않기를 희망한다.

베른하르트 젤리거
베른하르트 젤리거

독일킬대학교 경제학 박사 | 1998~200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학대학원 전임강사 | 2004~2006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 현재 독일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독일 비텐·헤르덱케대학교 객원교수
[독일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제공]


옮긴이: 김영수(독일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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