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매몰사고 '토사' 정체 놓고 매몰자 가족-업체 엇갈린 주장
송고시간2022-10-27 20:19
가족들 "업체가 매립한 광물 찌꺼기가 만든 인재…전날도 보수 작업"
업체 "사실 아니다…일제시대부터 있던 갱도서 나온 것으로 추정"

(봉화=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27일 오전 8시 34분께 경북 봉화군 한 아연 채굴 광산에서 붕괴사고가 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야간까지 구조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소방 당국은 전날 오후 6시께 사고가 발생해 2명이 고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22.10.27 sunhyung@yna.co.kr
(봉화=연합뉴스) 김선형 박세진 기자 =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를 일으킨 펄(토사)을 놓고 매몰자 가족측과 업체측이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매몰자 가족측은 사고가 난 업체 종사자들의 말을 근거로 '업체가 수직갱도 인근에 매립한 광물찌꺼기(슬러지)'가 갱도로 유입됐다고 주장했고, 업체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27일 해당 광산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제1 수직갱도 인근에 매립한 광물 찌꺼기가 갱도로 쏟아져 내려와 사고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복수 종사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업체 종사자들은 "이 찌꺼기는 광산을 캐낸 뒤 아연과 구리를 분리하고 남은 것으로, 업체 측이 정화한 뒤 매립했다"며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그렇게 버렸다고 종사자들이 고발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정화한 상태로 매립했기 때문에 광물 폐기물로 인한 중독은 없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런 주장을 접한 매몰자의 가족들은 "펄이 아니다. 광물 폐기물이다. '샌드(광물 찌꺼기)가 수직갱도에 흘러내려 매몰된 작업자가 사고 발생 하루 전날에도 보수 공사를 했다'고 동료 작업자들로부터 들었다"며 언론브리핑을 준비하는 소방 당국에 "'펄'(토사)을 '불법 광물 찌꺼기'라고 표현해야 한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경북 봉화의 아연 채굴 광산에서 매몰 사고로 작업자 2명이 고립돼 소방 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27일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께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갱도의 제1수갱(수직갱도) 지하 190m, 수평 거리 70m 지점에서 작업을 하던 박모(56), 박모(62)씨 등 2명이 연락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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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재(人災) 의혹에 대해 업체 사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업체 사장은 취재진에 "허가받은 광미장(돌가루를 모아 두는 장소)을 운영 중이며, 슬라임(끈적끈적한 형태의 폐기물)은 다 거기로 보내고 있다"며 "1970년대나 예전에는 아마도 (슬라임으로) 갱도를 막고 거기다가 충진(빈 갱도를 채워넣는 것)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펄이 터져 나온 갱도의 존재 자체를 저희는 몰랐다"며 "1988년에 회사를 인수했을 때부터 이미 연대미상의 갱도들이 가로로 많이 설치된 상태였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 안전관리자는 이날 실시한 언론 브리핑에서도 정체불명의 '펄'(토사)에 대해 "일제시대 때부터 갱도 사이 사이에 묻어둔 슬라임 형태의 모래 성분, 광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연합뉴스에 "지난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 업체 '광물 찌꺼기' 관련 고발이 접수됐으며, 종합 진단한 결과 매립된 물질들이 불법 폐기물이 아니라고 판단 내린 뒤 종결 처리했다"며 "통상 채굴하고 남는 광미나 용도 이외의 돌을 광산 안전을 위해 채워 넣는다"고 밝혔다.

(봉화=연합뉴스) 27일 오전 8시 34분께 경북 봉화군 한 아연 채굴 광산에서 붕괴사고가 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소방 당국은 전날 오후 6시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2.10.27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이와는 별도로 이번 사고 조사를 위해 관계자들을 상대로 구두 진술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구조 작업을 마친 뒤 '광산 안전법'에 근거해 법령 위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는 "위쪽에서 펄이 쏟아졌으니, 그게 어디서 발생한 건지에 대해 조사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근로자 56명인 사업장으로, 근로자 수가 50인 이상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사고는 전날 오후 6시께 경북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광산의 제1 수갱 하부 46m 지점에서 펄이 갱도 아래로 수직으로 쏟아지며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산부(조장 역할)인 박씨(62)는 후산부(보조 작업자)인 박씨(56)와 제1 수갱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 도중 매몰 사고를 당했다.
소방 당국은 구조에 최소 사흘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봉화=연합뉴스) 27일 오전 경북 봉화군 소천면 서천리 한 광산에서 작업자 2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펴고 있다.
사진은 봉화 광산 갱도 안에서 작업하는 모습. 2022.10.27 [경북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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