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는 지금] ③ 세계 미술시장 '큰손' 전폭 지지에 '예술 강국' 도약할까
송고시간2022-10-28 03:00
공장 활용하는 '아트 밀' 프로젝트…젊고 재능있는 예술가 키우기에 주력
자동차 박물관·어린이 박물관 등도 가동…'소프트 파워' 영향력에 주목

(도하=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3일(현지시간) 카타르 국립박물관 내 야외 공간에서 바라본 도하 모습.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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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카타르의 문화 예술 행정 분야를 논할 때 반드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셰이카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공주다.
카타르 박물관청(QM), 도하 영화연구소, 리치 아웃 투 아시아(Reach Out to Asia), 카타르 리더십센터 등에서 폭넓게 활동하는 그는 세계 미술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인물 중 하나다.
셰이카 알 마야사는 무엇보다 미술 시장의 큰 흐름을 좌우할 정도의 '큰 손'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하=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 있는 이슬람예술박물관(MIA)에서 열린 '아트 포 투모로우'(Art for Tomorrow) 대담에 참여한 셰이카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공주 모습. 문화 예술에 조예가 깊은 그는 세계 미술 시장에서 '큰 손'으로 꼽힌다.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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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 외신은 공주가 연간 미술품 구매를 위해 쓰는 돈이 약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는 최소 1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느 미술관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다.
2012년에는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1839~1906)의 작품인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이 역대 미술품 판매 최고가를 경신했는데, 카타르 왕가가 새 주인이라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셰이카 알 마야사는 저명한 미술 작가들과도 친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에서 열린 '아트 포 투모로우'(Art for Tomorrow) 대담에서는 공주가 설치 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도하=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 있는 이슬람예술박물관(MIA)에서 열린 '아트 포 투모로우'(Art for Tomorrow) 대담에 참여한 설치 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과 셰이카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공주 모습.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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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당시 대담에서 수년간 작가와 교류했다고 밝히며 올라퍼가 사막 한가운데에 설치한 '섀도즈 트래블링 온 더 시 오브 더 데이'(Shadows travelling on the sea of the day) 작품을 함께 감상하기도 했다.
문화 예술에 큰 관심을 보이는 그가 카타르 박물관청을 이끄는 만큼 박물관에 대한 지원·투자도 전폭적이라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이런 점을 보여주듯 카타르에서는 '박물관 프로젝트'가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다.
먼저 박물관청은 미래 세대의 주역인 어린이들을 위한 박물관인 '카타르 어린이박물관 다두'(Dadu, Children's Museum of Qatar)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박물관청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도전 의식과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동시에 '인력 개발', '사회 개발', '경제 개발', '환경 개발'이라는 국가 비전 2030의 4대 목표 추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 자동차에 집중하는 공간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카타르 국립박물관의 한 전시공간에는 1963년 제작된 페라리의 250 베를리네타(Berlinetta) GTO 모델을 비롯해 향후 컬렉션의 상징이 될 '클래식카' 3대가 전시돼 있다.

(도하=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3일(현지시간) 카타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공간에 마련된 자동차 박물관 프로젝트 관련 내용. 차는 폰티악 플렉시글라스 디럭스 식스(Pontiac Plexiglas Deluxe Six), 통칭 '고스트카'(Ghost Car)로 불리는 모델이다.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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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박물관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향후 5∼10년 안에 박물관이 지어질 예정"이라며 "현재 카타르 전시관으로 쓰고 있는 공간을 리빌딩(re-building)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트 밀'(Art Mill)은 색다른 시도 중 하나다. 기존에 제분공장으로 쓰던 이 건물은 향후 박물관으로 바뀔 예정이다.
통상 건물을 부순 뒤 새로 짓는 게 더 간편하고 비용도 적게 들지만 이를 역행하는 것이다. 공장 내 저장탑(silo)은 일부 남겨두고 다양한 예술 분야의 전초 기지로 탈바꿈한다고 한다.
칠레 출신의 건축가인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이번 프로젝트는 'x=?' 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특정한 답을 내리지 않고 컬렉션에 따라 설계 방향, 전략을 달리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도하=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칠레 출신의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가 '아트 밀'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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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박물관청은 이와 더불어 내실을 다지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5년 발족한 '파이어 스테이션'(Fire Station)이다. 카타르 출신의 건축가 이브라힘 모하메드 자이다가 옛 소방서를 개조해 만든 이 공간은 젊은 아티스트를 지원한다.
재능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아직 그 꿈을 펼치지 못한 젊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지원하고 조언하는 일종의 예술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이곳을 거쳐 간 젊은 예술가만 해도 92명에 달한다.
이 외에도 패션과 디자인 중심지로 키워가는 M7, 알 나자다(Al Najada) 아티스트 스튜디오, 리완 디자인 스튜디오랩 (Liwan Design Studios and Labs) 등이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에 힘 쏟고 있다.
셰이카 림 알 사니 박물관청 전시 부문 디렉터는 "박물관을 지원, 투자하는 것은 아랍 문화권에만 좋은 게 아니라 다양한 교육, 경험을 통해 (학문적, 문화적) 진보, 성취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하=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나자다 아티스트 스튜디오 외부 모습.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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