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건축양식"vs"건축계 모욕"…옛 청주시청사 철거 논란 가열
송고시간2022-10-25 15:55
민선8기 이범석 시장, 본관 철거 방침 속 왜색 시비 또 불거져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청주시가 새 시청사 건립 부지에 있는 옛 청사 본관동 철거 결정을 내리면서 또다시 지역사회에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민선 8기는 문화재적 가치가 없는데도 민선 7기 때 잘못된 존치 결정이 내려졌다며 본관 철거와 함께 청사 설계 재공모 방침을 밝혔다.
시는 안전등급 미흡, 유지관리비 과다, 구조보강 등 추가 공사비 소요, 사회적 합의 과정의 비공정성, 일본식 건축양식 답습 논란 등을 본관동 철거 사유로 설명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본관동이 '왜색 건물'인지 여부다.
이범석 시장은 지난달 초 시정질문 답변에서 "일본에서 공부한 설계자가 일본의 근대건축가의 영향을 받아 옥탑(첨탑)은 후지산, 로비 천장은 욱일기를 형상화해 일본 전통 양식의 난간을 표현하는 등 일본식 건축양식을 모방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며 간헐적으로 제기됐던 왜색 시비에 불을 붙였다.
최근 본관동 가치평가 연구용역을 수행한 대한건축사협회 충북도건축사회는 '본관동 스폿 스터디'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건축가 단게 겐조의 자택과 가가와현 청사를 상당 부분 참고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첨탑과 발코니 난간, 캔틸레버 이중보, 로비 천장 등 장식 구조물들을 종합하면 후지산과 욱일기를 직접적으로 형태 구성의 모티브로 차용하지 않았더라도 일본건축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천도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대표는 25일 본관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근대문화 가치가 없는 일본식 카피 건물을 없애라"고 굴착기 등을 동원해 철거 퍼포먼스를 했다.
1965년 준공된 본관동은 고 강명구 건축가가 설계했다. 애초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면적 2천1㎡였으나 1983년 지상 4층(연면적 2천639㎡)으로 증축됐다.
1995년 3월호 '건축가'지는 시청사 건물은 기존의 중앙 대칭적인 입평면에서 벗어나 청주를 상징하는 주성(舟城)의 배 모양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지붕 위에 돛대 모양이 상징적으로 세워져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잡지에서 당시 강 건축가는 설계를 의뢰받은 과정 설명과 함께 '좌우 대칭적 중심 강조를 없애고 외형을 주 테마로 한 최초의 관청건물을 시도하였다'고 말했다.
마지막 문장에서는 "오래된 시일이라 지금 보면 부끄럽고 후회되는 점도 많으나 그 당시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시가 본관 철거 결정을 내리면서 주목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시는 의회동 임시이전과 연계해 본관동을 철거한 뒤 2028년 11월 준공 목표로 2025년 8월 본관동과 그 주변 부지에서 새 청사 건립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 지역 시민단체와 건축학계는 펄쩍 뛰고 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본관은 1999년 건축문화의 해를 맞아 지역 건축문화유산으로 소개된 이후 2004년 근대문화유산 목록화 조사보고서에 수록됐다"며 "이후 문화재청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시에 문화재 등록을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시가 왜색 주장을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와 입증은 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화재청에 문화재 직권 등록을 촉구했다.
근대도시건축연구회 회장인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목구조 전통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동남아 모두 가지고 있어 (관련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다 볼 수 있는데 일본에 그게 있다고 해서 일색이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단게 겐조가 세계적 건축가인 르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았고, 김중업 선생도 마찬가지"라며 "청주시 옛 본관동 왜색 시비는 우리 건축계와 건축가들을 굉장히 모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도 문화재청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본관동 철거 예산 승인의 키를 쥐고 있는 시의회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주목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21석씩 의석을 갖고 있다.
jcpar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10/25 15:5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