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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혈맹' 역사 잊은 한국에 '새 드라마 찍자'는 수리남

송고시간2022-10-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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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남미 대륙 북부의 작은 나라 수리남이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사실이 한국 대중에 알려진 것은 최근 들어서다.

넷플릭스의 6부작 시리즈 '수리남'이 흥행하지 않았다면 역사의 망각 속에 묻힐 뻔했다.

수리남이 그저 마약에 찌든 '막장 국가'로 인식될 정도로 우리에게 망각의 존재가 된 것은 지구 반대편의 남미에 있고 인구(약 59만명)가 적은 탓이 크지만, 혈맹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데 인색한 한국의 무관심도 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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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수리남'
드라마 '수리남'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논설위원 = 남미 대륙 북부의 작은 나라 수리남이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사실이 한국 대중에 알려진 것은 최근 들어서다. 넷플릭스의 6부작 시리즈 '수리남'이 흥행하지 않았다면 역사의 망각 속에 묻힐 뻔했다. 사실 한국에 전투병을 파병한 16개국 가운데 수리남이란 나라 이름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국적으로 참전했기 때문이다.

수리남은 유럽의 식민지 개척이 시작된 이후 1975년 독립할 때까지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 검은 피부색을 가진 인구의 상당수가 수리남 혈통이다. '오렌지 3총사'로 불린 네덜란드의 축구영웅 프랑크 레이카르트와 프로격투기 K-1의 1인자로 군림한 '플라잉 더치맨' 레미 본야스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의 연인인 엘리자베스 피나스가 수리남계다.

수리남이 그저 마약에 찌든 '막장 국가'로 인식될 정도로 우리에게 망각의 존재가 된 것은 지구 반대편의 남미에 있고 인구(약 59만명)가 적은 탓이 크지만, 혈맹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데 인색한 한국의 무관심도 한 원인이다. 한국전에 참전한 수리남인은 115명으로, 2명이 전사하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이들은 네덜란드 정부의 한국전 모병 소식을 듣고 입대한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당시 미국 환율로 월 40달러를 받고 이역만리 한국 땅에서 북한, 중공군과 싸웠다. 중동부 전선에서 그들의 헌신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강원도 화천과 양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휴전 후 귀환한 수리남 군인들을 맞은 것은 네덜란드 정부의 외면과 식민지 조국의 가난이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한국전 참전의 대가로 직업군인 자리를 약속했지만 끝내 지키지 않았다.

수리남
수리남

[촬영 안철수]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수리남 노병들을 위해 해준 것이라곤 2008년 수도 파라마리보에 참전용사 기념 동상을 세우고 2016년 생존자 4명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준 것이었다. 외면당한 것도 서러운데 한국의 드라마 한 편으로 인해 무법천지의 마약 국가로 전락했으니 수리남 입장에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수리남 정부는 지난달 한국 정부에 항의하면서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던 수리남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찬드리카퍼사드 산토키 수리남 대통령이 최근 부산엑스포 유치 사절로 온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에게 "양국관계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전화위복'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경찰국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내며 마약, 부패와의 전쟁을 이끈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말에 "새로운 넷플릭스 드라마를 함께 찍자"고 말해 웃음꽃을 피웠다는 후문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한시 의전 시비와 영국 여왕 조문 논란 등 새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시작부터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뜻하지 않은 곳에서 신선한 뉴스가 전해지니 청량제가 아닐 수 없다. K-컬쳐의 글로벌 영향력과 소프트 외교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이번 계기에 수리남을 비롯해 잊혀져가는 한국전 혈맹을 챙기고 그들의 헌신을 후세에 알리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수리남 한국전 참전용사와 포옹하는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
수리남 한국전 참전용사와 포옹하는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수리남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참배한 뒤 반 곰 참전용사와 포옹하고 있다. 2022.10.23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eong@yna.co.kr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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