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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심사 강화해도 금액 기준은 그대로…문어발 확장 억제 한계

송고시간2022-10-2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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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기업결합(M&A) 심사 기준 개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이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의 문어발식 확장을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거대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위한 M&A를 차단하기 위해 행정규칙인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할 방침이지만, 기업결합 신고 범위를 넓히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최근 논란이 된 플랫폼 사업자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소규모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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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인수 기업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일 때만 심사

올해 5∼7월 석 달간 카카오 기업결합 11건 중 7건은 신고 대상 아냐

"잠재적 경쟁자 없애는지, 혁신 사업자 진입 방해하는지 따져볼 필요"

카카오 판교 아지트
카카오 판교 아지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김다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기업결합(M&A) 심사 기준 개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이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의 문어발식 확장을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원 미만인 소규모 기업을 인수할 때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므로,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강화해도 이를 피해갈 수 있어서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거대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위한 M&A를 차단하기 위해 행정규칙인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할 방침이지만, 기업결합 신고 범위를 넓히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심사 기준 개정이고, 신고 기준을 바꾸려면 공정거래법과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공정위는 자산 또는 매출액이 3천억원 이상인 회사와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기업이 결합하는 경우에 대해서만 신고를 받아 경쟁 제한성을 심사한다.

기업 부담을 줄이고 행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정 규모 이하의 기업과 결합할 때는 신고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논란이 된 플랫폼 사업자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소규모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공정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7월 이뤄진 카카오 계열사의 기업결합 11건 중 7건은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

7건 중 6건은 금액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 신고 대상에서 빠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와이낫미프로덕션(웹툰 제작) 및 오오티비(예능 콘텐츠 제작) 인수, 카카오헬스케어의 네오젠소프트(헬스케어 솔루션) 인수, 카카오모빌리티의 위드원스(화물운송 주선자용 솔루션 개발·운영) 인수, 넥스트레벨스튜디오(웹툰 제작)의 샌드위치타임(웹툰 제작 툴 거래 플랫폼) 인수, 카카오VX(골프 등 스포츠 사업)의 비글(위치정보 기반 운동 앱 운영) 인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사 분야에서 이뤄진 기업결합인 만큼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합병해 경쟁을 제한하는 킬러 인수가 아닌지, 거대 사업자가 계속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해 이용자를 묶어두는(락인·lock-in) 방식으로 소규모 혁신 사업자의 진입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만하지만, 피인수 기업의 자산·매출액이 적다는 이유로 심사를 피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신고 대상 7건 중 나머지 1건은 카카오가 새로운 회사(서울아레나)를 설립한 경우였다.

신고가 이뤄진 4건 중 3건은 카카오 계열사 간 합병이어서 간이심사만 이뤄졌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케이엠파크(구 GS파크24·주차장 운영) 인수 1건에 대해서만 경쟁 제한성을 따져보는 일반심사가 이뤄졌다.

공정위는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내놓은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경쟁 촉진 방안'에서 여러 서비스를 연계해 복합적 지배력을 강화하는 플랫폼 고유의 특성을 고려해 경쟁 제한성을 따지는 방향으로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으나, 자산·매출액을 토대로 심사 필요성을 따지는 현행 기준을 그대로 두면 제도 개선 효과가 반쪽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도 규모는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경쟁사를 인수하는 행위가 심사 사각지대에서 이뤄지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피인수 기업의 자산·매출액이 300억원 미만이라도 거래금액이 6천억원 이상이면 기업결합을 신고하도록 하는 거래금액 신고제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거래금액이 6천억원을 웃도는 대형 M&A는 흔치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더구나 거래금액 신고제의 경우 거래금액뿐 아니라 국내 활동 수준 요건(3년간 월 10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상품·용역을 판매·제공한 적이 있거나 3년간 국내 연구시설·연구인력·연구 활동 등에 대한 연간 지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적이 있는 경우)도 충족해야 적용된다.

실제로 제도 도입 후 지금까지 거래금액 신고제에 따른 추가 신고는 0건이었다.

강 의원은 "카카오 사태로 특정 기업의 독과점이 국민 경제와 일상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해졌다"며 "문어발식 확장의 폐해를 막기 위한 보다 더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고 기준을 지나치게 넓히면 스타트업 인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업 부담 가중, 행정 효율 저하 등도 고려할 요소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도 모든 기업결합을 다 신고받지는 않는다"며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기업 규모·거래금액 등을 기준으로 신고 범위를 정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말했다.

이어 "300억원 미만 기업이라도 성장 잠재력이 있으면 심사하기 위해 거래금액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연간 기업결합 심사 건수가 1천건을 넘는 점을 고려할 때 신고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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