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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년만에 고국 품으로…프랑스에 잠든 홍재하 지사 유해 봉환

송고시간2022-10-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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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만리에서 하루 벌어 하루를 살면서도 독립운동 자금을 한 푼 두 푼 모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보냈던 홍재하(1892∼1960) 애국지사가 오매불망하던 고국으로 돌아간다.

홍 지사가 일제 탄압을 피해 러시아와 영국 등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1919년 프랑스에 처음 발을 디딘 지 103년 만이자,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가리라는 믿음 속에 살다가 영면에 든 지 62년 만이다.

유해 봉환을 앞두고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홍 지사의 아들 장 자크 홍 푸안(80) 씨는 아버지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는 듯 보였지만, 아버지의 모국어를 할 줄 몰라 아쉬워하는 내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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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독립운동 자금 모금·최초 유럽 한인 단체 조직

1960년 타계…정부, 2019년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

홍재하 지사의 아들 장 자크 홍 푸안 씨
홍재하 지사의 아들 장 자크 홍 푸안 씨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홍재하(1892∼1960) 애국지사의 아들 장 자크 홍 푸안(80) 씨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식당에서 아버지 사진을 들고 있다. 2022.10.16 runran@yna.co.kr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이역만리에서 하루 벌어 하루를 살면서도 독립운동 자금을 한 푼 두 푼 모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보냈던 홍재하(1892∼1960) 애국지사가 오매불망하던 고국으로 돌아간다.

홍 지사가 일제 탄압을 피해 러시아와 영국 등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1919년 프랑스에 처음 발을 디딘 지 103년 만이자,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가리라는 믿음 속에 살다가 영면에 든 지 62년 만이다.

일제 강점기에 영국에서 일본으로 끌려갈 뻔했던 홍 지사는 황기환 임시정부 파리위원부 서기장 덕에 프랑스로 피신했고, 제1차 세계대전으로 폐허로 변한 동부의 작은 마을 스위프에서 전후 복구 사업에 투입됐다.

홍 지사는 1919년 12월부터 6개월 동안 받은 일당을 다른 한국인 30여 명과 함께 모아 총 6천 프랑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써달라며 임시정부 파리위원부에 전달했다.

당시 일당은 3프랑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절반은 집세로 내야 했기 때문에 먹고 살기도 빠듯했겠지만, 홍 지사를 비롯한 한국인들은 일제 치하에서 고통받을 조국을 생각하며 어려움을 감내했다.

홍 지사와 함께 스위프에서 1∼2년간 일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했던 다른 한국인들은 이후 각지로 흩어지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고, 그들에 관한 기록은 현재 찾을 수 없다고 한다.

홍 지사는 1919년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 최초 한인 단체인 '재법한국민회'를 조직해 제2대 회장을 지냈고, 1920년 유럽에 거주하는 한국인 50여 명과 3·1운동 1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홍재하 애국지사
홍재하 애국지사

[홍 지사의 아들 장 자크 홍 푸안 씨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버지는 항상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확신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저희에게 한국어를 배우라고 강요하지 않았죠. 한국에 가기만 한다면 한국어는 당연히 습득했을 테니까요."

유해 봉환을 앞두고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홍 지사의 아들 장 자크 홍 푸안(80) 씨는 아버지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는 듯 보였지만, 아버지의 모국어를 할 줄 몰라 아쉬워하는 내색이었다.

어렸을 때만 해도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한국인들에게 모든 것을 다 내주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던 홍 푸안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다"고 회상했다.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 방식에 반항심을 품었던 날들도 있었다고 웃으며 옛 추억을 이야기하다가도 성실, 진실, 애정, 연대, 신앙 등 홍 푸안 씨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가치들을 나열할 때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 외에도 여섯 자녀를 둔 홍 지사의 형편이 풍요롭지는 못했지만, 집안에는 홍 지사를 찾아오는 한국 사람들을 위한 먹거리는 항상 구비돼 있었다고 한다.

홍 지사가 암으로 생을 마감했던 콜롱브 자택에는 프랑스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1948년에는 장면, 장택상, 조병옥, 정일형, 모윤숙, 김활란 등 유엔총회 대표단이 오기도 했다.

홍 지사에게도 1949년 한국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 있는 홍 지사의 아버지가 비행기 푯값을 마련해준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돈을 전달해주겠다던 사람이 돈을 가로채는 바람에 수포가 됐다.

건국훈장 애족장 받는 홍재하 애국지사의 아들
건국훈장 애족장 받는 홍재하 애국지사의 아들

홍재하 애국지사의 아들 장 자크 홍 푸안 씨가 2019년 8월 15일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건네받은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 푸안 씨는 한국 정부가 2019년 홍 지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할 때 국가보훈처에 유해 봉환 의사를 표명했고 이듬해 한국으로 모시려 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년이 지나서야 아버지의 평생 소원을 이뤄드리게 됐다.

홍 지사의 막내아들인 홍 푸안 씨는 "아버지가 프랑스를 떠나는 것은 서글프지만 얼마나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는지, 얼마나 그 열망이 컸는지 알기에 나의 아쉬운 마음쯤이야 견뎌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과 프랑스한인회는 국가보훈처의 국외거주 독립유공자 본국 봉환 사업으로 오는 11월 홍 지사를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안장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다음 달 10일 콜롱브 시립묘지에서 홍 지사의 유해를 인수해 화장한 뒤 11일 스위프에서 추모행사를 하고, 12일 파리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분향소를 운영한다.

유대종 대사는 "홍 지사가 고국으로 돌아가길 그토록 염원했는데 드디어 그 꿈이 실현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유해 봉환으로 프랑스 한인사회가 더욱 결속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안식 한인회장은 "홍 지사가 프랑스에 정착한 최초 한인들과 함께 성금을 모아 독립운동자금을 마련했듯 프랑스 교민들도 성금을 모아 유해 봉환 경비 일부를 마련해 의의를 더하겠다"고 밝혔다.

홍재하 지사의 아들과 프랑스 대사관·한인회 관계자들
홍재하 지사의 아들과 프랑스 대사관·한인회 관계자들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홍재하 애국지사(1892∼1960)의 아들 장 자크 홍 푸안(80·가운데) 씨와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권혁운(오른쪽) 공사, 송안식 프랑스한인회장이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식당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2.10.16 runran@yna.co.kr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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