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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과학적 문자' 그 이상…향후 세계문화 선도해 나갈 것"

송고시간2022-10-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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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한국어 학자,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전 메이지가쿠인대학 객원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한글의 변화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한글을 '지'(知)의 관점에서 조명한 책 '한글의 탄생'으로 주목받은 노마 히데키 씨가 한국 출판 11년 만에 개정판을 펴냈다.

한글날인 지난 9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개정판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니 감회가 깊다"며 "한글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새로 써야 할 부분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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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학자 노마 히데키 씨, 11년 만에 '한글의 탄생' 개정판 선보여

연내 K팝 다룬 책 출간 예정…"K팝, 장르 넘어 거대한 'K 아트' 우주로"

일본인 한국어 학자,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씨
일본인 한국어 학자,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씨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한마디로 한글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대단히 높아졌지요. 무엇보다 지구상의 많은 이들이 한글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어 학자,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전 메이지가쿠인대학 객원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한글의 변화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부인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었다.

더 생각할 여지가 없다는 듯 그의 말은 단호했고,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한글을 '지'(知)의 관점에서 조명한 책 '한글의 탄생'으로 주목받은 노마 히데키 씨가 한국 출판 11년 만에 개정판을 펴냈다.

한글날인 지난 9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개정판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니 감회가 깊다"며 "한글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새로 써야 할 부분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본 현지에서 일본어로 먼저 출간된 이 책은 2011년 10월 9일 우리말로 나왔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한글을 공부하려는 사람은 물론, 언어나 문자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필독서'로 여겨진다.

책은 한글이 어떤 문자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하는 것을 넘어 한글 창제 이전부터 있었던 문자 생활과 환경을 꼼꼼히 짚으며 새로운 문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밝힌다.

조선시대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자연의 소리에서 '음'의 단위를 추출하고, 이를 자음·모음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을 다루면서도 어렵지 않게 차근차근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한글의 탄생' 기존 판(왼쪽)과 개정 증보판 표지
'한글의 탄생' 기존 판(왼쪽)과 개정 증보판 표지

[돌베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책으로 그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사와 아시아 조사회가 주최하는 '제22회 아시아태평양상' 대상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한글학회의 '주시경 학술상' 등을 받기도 했다.

노마 히데키 씨는 지난 10년간의 변화 속 한글의 위치가 달라졌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문자 그 자체의 논리성, 그리고 문자의 배경에 있는 지적인 세계라면서 "흔히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라거나 1위라고 하지만 그런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글의 지적인 세계를 우리가 새로운 시대에 얼마나 언어화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앞으로는 한글과 한국어가 세계의 문화를 선도해 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책은 기존 골격은 유지하면서 오늘날 현실에 맞게끔 내용을 더했다.

부제 역시 초판에는 '문자라는 기적'에서 '인간에게 문자란 무엇인가'로 바뀌었다. 언어와 문자를 한글을 통해 다시 들여다보면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자는 뜻에서다.

"기존 책은 일본어권에서 아직 한글을 모르는 분이 많았기에 약간 계몽적인 기술이 적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은 한글에 대한 인지도가 완전히 높아져서 문자의 본질 같은 이야기도 할 수 있었죠."

그는 개정판에서 자신을 소개하며 '한국과 일본 양쪽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문장도 추가했다. 어머니의 고향이 함경도라고 한다.

책에서 일본의 조선학교와 관련해 학자로서의 소신을 밝힌 부분은 특히 눈에 띈다.

조선학교는 1945년 해방 이후 우리 말과 글,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생겨난 국어 강습소가 그 시작인데 한때 수백 곳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그 숫자가 크게 줄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정부의 고교 수업료 무상화 방침에서 제외되는 등 공공연한 차별에 놓이기도 했다.

지난 3월 일본 사회언어과학회의 학회지 '사회언어과학'에 실린 광고 모습
지난 3월 일본 사회언어과학회의 학회지 '사회언어과학'에 실린 광고 모습

도쿄대학출판회, 홋카이도대학출판회, 헤이본샤(平凡社)가 함께한 노마 히데키 씨의 책 '언어존재론', '언어 이 희망에 찬 것', '한글의 탄생' 광고. 모두 한글과 한국어를 크게 다루고 있다. 여러 출판사가 함께 저자 1명에 대한 광고를 낸 건 일본 학술·출판계에서 이례적이다. [노마 히데키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언어는, 그리고 언어 교육은 개인이 가진 고유의 소유물로서 무조건 존중받아야 할 권리"라며 "언어와 언어 교육은 결코 빼앗을 수 없다. 사람의 언어와 사람이 언어를 배우는 영위는 결코 빼앗아서도 빼앗겨서도 안 된다"고 역설한다.

"다른 언어권에서 일본어를 배우는 아이들 앞에 확성기를 든 어른들이 나타나 '스파이의 자식들'이라고 고함치는 모습을, 혹은 일본의 전통 의상인 유카타를 입고 축제에 나들이 나간 소녀들이 옷이 찢기는 수모를 당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358쪽)

그는 이런 견해를 밝히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에 "역사 안에서 기록돼야 한다"며 담담히 말했다.

노마 히데키 씨는 다음 달 말 일본에서 '색다른' 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 세계로 뻗어가는 K팝을 언어학과 미학의 시점에서 비추어 본 'K팝 원론'(K-POP 原論)이 바로 그것이다.

여느 K팝 분석서와 달리 이 책은 K팝 뮤직비디오와 그 안에 담긴 한국어에 특히 집중했다.

그는 "그룹 아이브(IVE)의 노래는 한국어 된소리에서 흔히 나타나는 성문 폐쇄를 된소리 발음이 없는 부분에서 멋있게 구사한다. 또, 있지(ITZY)는 일본어에는 없는 높낮이로 일본어 노래를 불러 신선한 자극을 준다"고 설명했다.

새 책에는 QR 코드 150개를 넣어 독자가 본문과 K팝 작품을 자유롭게 오가도록 했다. 읽는 경험을 넘어 보고, 들으면서 이해하라는 뜻에서다.

"K팝은 하나의 음악 스타일이나 장르를 넘어 거대한 'K 아트'라는 우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음악이나 미술 등 모든 예술은 물론, 경제도 K팝을 질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책은 새로운 경험이 될 거예요."

일본인 한국어 학자,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씨
일본인 한국어 학자,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씨

2016년 경주에서 열린 '세계한글작가대회'에 참석했던 노마 히데키 씨 모습.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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