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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매매혼 조장 지적에…농어촌총각 국제결혼지원 '시들'

송고시간2022-10-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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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충북 증평군은 농촌 총각의 국제결혼 비용 일부를 지원하도록 규정한 조례를 지난달 폐지했다.

여태껏 지원금을 준 사례가 4건에 불과한데다, 일각에서 매매혼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일던 상황이다.

한때 신붓감을 구하지 못한 농어촌 총각에게 외국인 배필을 맺어주자는 취지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도입한 국제결혼 지원사업이 차츰 자취를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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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27곳만 조례 유지, 폐기하거나 검토 중인 곳 다수

시대착오 비난에 앞다퉈 사업 중단…여성단체 "정책전환 필요"

국제결혼·출산 (CG)
국제결혼·출산 (CG)

[연합뉴스TV 제공]

(전국종합=연합뉴스) 충북 증평군은 농촌 총각의 국제결혼 비용 일부를 지원하도록 규정한 조례를 지난달 폐지했다.

2010년 제정한 '증평군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에 관한 조례'는 만 35∼50세 농촌 총각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할 때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여태껏 지원금을 준 사례가 4건에 불과한데다, 일각에서 매매혼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일던 상황이다.

여기에다가 수혜자가 남성에 한정되면서 성차별 논란까지 불거지자 조례 자체를 없앤 것이다.

군 관계자는 "제정 당시는 좋은 취지였지만, 달라진 세태에 걸맞지 않게 됐다"며 "신청자가 없어 2020년 이후로는 예산조차 편성하지 않는 등 실효성도 사라진 상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때 신붓감을 구하지 못한 농어촌 총각에게 외국인 배필을 맺어주자는 취지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도입한 국제결혼 지원사업이 차츰 자취를 감추고 있다.

13일 행정안전부의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제결혼 지원 조례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27곳이다.

강원이 10곳으로 가장 많고 경남 6곳, 인천·충남·전남 각 3곳, 충북 2곳 순이다.

이 가운데 15곳은 '농어촌 총각' 또는 '농어촌거주 미혼남성' 등 지원 대상을 남성으로 제한하고 있다.

[증평군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증평군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 지자체는 결혼 못 한 총각들의 도시 유출을 막고 농어촌에서 사라진 어린아이 울음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국제결혼을 권장했다.

그러나 여성단체 등으로부터 매매혼이나 성차별을 조장하는 시대착오적 사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폐지 수순을 밟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도 국제결혼하는 농촌 총각에게 500만원을 지원하던 조례를 지난달 19일 폐지했다. 2015년 제정 이후 이 조례 혜택을 본 총각은 단 1명에 불과하다.

충남 금산군과 부여군도 2006년과 2008년 제정한 같은 성격의 조례를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폐지했다.

경남도 역시 2006년 6월부터 시행한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사업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그동안 369명의 농촌 총각에게 1인당 600만원의 결혼 지원금을 지원했으나 코로나19 등으로 2019년 이후 4년째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며 "비판을 무릅쓰면서 사업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06년 제정된 전북 부안군의 '농어촌 미혼남성 혼인 지원 조례'도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부안군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국제결혼 지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수년 전부터 예산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만 50세 미만 미혼 농어업인의 국제결혼 지원사업을 내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7명의 신청자 중 최종적으로 결혼이 성사된 경우가 단 1명도 없는 등 실효가 없기 때문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지원 실적이 전무한데다 사회적으로 달라진 시각 등을 고려해 일단 사업을 중단한 뒤 추후 조례 폐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랑·신부
신랑·신부

[연합뉴스TV 제공]

지자체의 국제결혼 지원은 시작단계부터 부정적인 시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수혜자를 남성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 데다, 매매혼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르기도 했다.

여성가족부는 2020년 '국제결혼 지원사업 특정 성별 영향평가'를 한 뒤 국제결혼 지원 조례를 유지하는 지자체에 사업 재검토를 권고하기도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성차별적인 국제결혼 지원에 따른 갈등이 잇따르면서 해당 지자체에 신중한 검토와 자제를 권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여성단체 역시 단순히 결혼만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은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승희 충북이주여성상담소장은 "인구절벽에 맞닥뜨린 일부 지자체가 출산 등을 유도하기 위해 국제결혼을 지원하는 사례가 여전하다"며 "저출생은 여성이나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대응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턱대고 국제결혼을 지원할 게 아니라 국내로 들어온 결혼이주자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도윤 김동민 나보배 양지웅 전창해 정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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