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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커여워·팡역시…국립국어원 '야민정음' 행사 논란

송고시간2022-10-0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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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이 오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진행한 온라인 행사에서 '댕댕이(멍멍이)'와 '커여워(귀여워)' 같은 온라인 용어를 '야민정음'이라고 소개해 논란이 일었다.

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립국어원은 지난달 중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글날 맞이 누리소통망 댓글 기획 행사'를 알리는 이미지 한 장을 게시했다.

행사가 시작하자마자 댓글에는 "국립국어원이 '야민정음'이라는 말을 써도 되나", "뜻을 알고 있는 게 맞나" 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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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민정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2시간 만에 삭제

국어원 "디시 용어인 줄 몰랐다"…유희수단으로는 긍정적

국립국어원 '야민정음 행사' 논란
국립국어원 '야민정음 행사' 논란

[국립국어원 트위터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국립국어원이 오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진행한 온라인 행사에서 '댕댕이(멍멍이)'와 '커여워(귀여워)' 같은 온라인 용어를 '야민정음'이라고 소개해 논란이 일었다.

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립국어원은 지난달 중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글날 맞이 누리소통망 댓글 기획 행사'를 알리는 이미지 한 장을 게시했다.

국립국어원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특정 음절을 비슷한 모양의 다른 음절로 바꿔 쓰는 것을 '야민정음'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야민정음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며 댓글을 유도했다.

이어 '멍멍이→댕댕이', '광역시→팡역시', '귀여워→커여워', '명곡→띵곡'을 야민정음의 예시로 들었다.

행사가 시작하자마자 댓글에는 "국립국어원이 '야민정음'이라는 말을 써도 되나", "뜻을 알고 있는 게 맞나" 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국립국어원은 2시간여 만에 게시글을 내렸다. 국립국어원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 등록돼 있던 '야민정음'도 잠정 삭제했다.

우리말샘에 등록돼있던 '야민정음'
우리말샘에 등록돼있던 '야민정음'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야민정음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국내야구 갤러리를 뜻하는 '야갤'과 '훈민정음'을 합성한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갤' 이용자는 대다수가 남성이며 보수 성향이 짙다. 야민정음은 이들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김머중',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박ㄹ혜'로 적거나, 지역명을 부를 때 머구(대구), 팡주(광주) 등으로 쓰는 언어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놀이 문화가 널리 퍼져 지자체 행사나 광고·마케팅에도 사용되고 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언중이 재밌게 활용하는 문자 유희 현상으로 보여 건전한 토론의 장을 만들고자 행사를 기획했었다"며 "'야민정음'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몰랐다가 누리꾼들의 지적을 통해 알게 됐고 행사를 중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단어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더 면밀히 살피고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말샘'이 언어 현상을 다양하게 반영하는 채널인 만큼 야민정음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고 보고 감수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고맙고 소중한 우리 한글'
'고맙고 소중한 우리 한글'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지난 4일 오후 한 가족이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0월 9일 한글날을 기념해 이날부터 10일까지를 2022년 한글주간으로 지정하고 8일 오후 열리는 '한글주간 전야제' 등 기념행사, '고마워 한글' 포토존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wise@yna.co.kr

전문가들은 커뮤니티 성향 등과 무관하게 일단 하나의 놀이수단으로 자리 잡은 현상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우정 단국대 한문교육연구소장는 "언어를 고지식하게만 쓰지 않고 다양하게 즐기려 한다는 점에서 사회문화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언어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언어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유희 기능"이라며 "자신의 언어나 문자를 가지고 놀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는 행위가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유희 문화를 어떻게 부를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립국어원의 '야민정음' 이벤트는 다소 섣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교수는 "국립국어원이 더 섬세하게 야민정음의 유래를 알아보지 않은 게 아쉽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야민정음'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다른 표현으로 바꿔보자는 취지의 공고를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김 소장도 "이미 사회적으로 통용된다면 굳이 학술적인 용어로 바꿀 필요는 없다"면서도 "단어에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느낀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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