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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탄에 아래턱 잃고 반평생…'무명천 할머니'를 아시나요

송고시간2022-10-0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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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진아영 할머니는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집 앞에서 갑자기 날아온 총탄에 아래턱을 맞고 쓰러졌다.

경찰은 한경면 판포리에서 벌인 진압 작전 과정에서 진 할머니를 무장대로 오인해 총을 겨눴다.

집 앞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그를 할머니가 발견해 집으로 데려왔고, 그는 한 달여간 사경을 헤맨 끝에 겨우 목숨을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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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월령리사무소, 4·3과 진아영 할머니 애니메이션 제작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1949년 1월 12일.

고(故) 진아영 할머니는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집 앞에서 갑자기 날아온 총탄에 아래턱을 맞고 쓰러졌다.

무명천 할머니
무명천 할머니

[제주시 월령리사무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제주는 1948년 4월 3일부터 남한만의 총선거를 반대하며 일어난 무장봉기로 여기저기서 총성이 난무했다.

경찰은 한경면 판포리에서 벌인 진압 작전 과정에서 진 할머니를 무장대로 오인해 총을 겨눴다. 그의 나이 35세였다.

집 앞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그를 할머니가 발견해 집으로 데려왔고, 그는 한 달여간 사경을 헤맨 끝에 겨우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아래턱을 완전히 잃었다.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음식을 씹기도 어려워 죽으로 연명했으며, 이로 인해 위장병을 달고 살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흉한 얼굴을 무명천으로 칭칭 동여맨 채 살았다.

몸이 아픈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흉한 얼굴 모습에 주위에선 따가운 시선을 보냈고 그 때마다 그의 속은 무너져갔다.

부모님을 여의고는 언니와 사촌이 있는 한림읍 월령리로 고단한 삶의 터를 옮겼다.

그는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또 트라우마에 시달려 남들 앞에서 절대로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지 않았고, 화장실을 갈 때도 늘 모든 문에 자물쇠를 걸고 다녔다.

죽지 못해 사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약값을 벌기 위해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톳과 백년초를 채취해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지금이야 제주 4·3사건이 역사적 재평가를 받았지만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기 전까지 '4·3'은 쉽게 입에 올리기 힘든 말이었다.

후유장애로 고통을 받으며 55년을 이어오던 그는 2004년 9월 90세를 일기로 제주시 한림읍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4.3사건의 비극 무명천 할머니
4.3사건의 비극 무명천 할머니

[연합뉴스 자료사진]

억울하고 한 맺힌 마음을 무명천으로 동여맨 채 반평생 넘게 살아온 '4·3 비극의 상징' 진 할머니의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다.

진 할머니의 집터가 위치한 월령리사무소는 최근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 4·3 역사 보존 사업의 일환으로 진 할머니 일생을 담은 3분 26초짜리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애니메이션은 진 할머니가 경찰이 쏜 총탄에 맞아 턱을 잃은 사건을 시작으로, 사망할 때까지의 일생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제작됐다.

도민과 관광객 누구나 월령리 마을회관 내 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특히 월령리사무소 내 비치된 고글 형태의 VR(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면 2차원(2D)이 아닌 3D로도 애니메이션을 입체감 있게 볼 수 있다.

월령리사무소와 도는 앞으로 한림읍 월령리 380번지에 위치한 진 할머니 삶터에 영상기기를 설치해 애니메이션을 계속 상영하는 방향을 추진할 방침이다.

강한철 이장은 "월령리를 찾는 도민과 관광객이 무명천 할머니 이야기가 담긴 애니메이션을 통해 4·3의 아픈 역사에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4.3 후유장애 '무명천 할머니'의 생가
4.3 후유장애 '무명천 할머니'의 생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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