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호모 에렉투스의 땅도 기후변화 못 피했다
송고시간2022-10-02 08:02
세계최대 사막호수 투르카나 지역…호숫물 범람하는 데 주변은 극심한 가뭄 기현상

(투르카나 호수[케냐]=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케냐 북서부 투르카나 호수의 엘리예 스프링스 수변 공간 모습. 호숫물이 불어나 건물과 야자수 아랫부분이 잠겨 있다. 2022.10.2 sungjin@yna.co.kr
(투르카나[케냐]=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세계 기후 위기의 현장은 보통 지역에 따라 가뭄이나 홍수의 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가뭄과 홍수가 일대에 동시에 나타나는 곳이 있습니다.

(투르카나 호수[케냐]=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케냐 북서부 투르카나 호수의 원경 모습. 유네스코(UNESCO) 세계 유산인 투르카나 호수는 짠물이고 '옥빛 바다'로 불리기도 한다. 2022.10.2 sungjin@yna.co.kr
아프리카 케냐 북서부에 있는 투르카나 호수 일대가 그렇습니다.
지난 9월 27일 이곳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180만 년 전 직립원인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던 곳이 바로 투르카나 호수 지역이라고 합니다.

(나이로비[케냐]=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조모케냐타국제공항(JKIA) 구내에 180만년 전의 직립원인 호모 에렉투스가 전시돼 있다. 사진 속 유골은 투르카나 호수 지역에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 '투르카나 보이'의 모습. 2022.10.2 sungjin@yna.co.kr
가서 보니 지난 수년 사이 과연 호숫물이 불어나 건물과 야자수가 호수 속에 반쯤 잠겨 있었습니다. 이전보다 호숫물이 범람해 500∼700m를 모래사장 쪽으로 전진해 들어온 상황입니다.
그러나 호수 주변 일대는 지난 2년 연속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투르카나[케냐]=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케냐 북서부 투르카나 호수 주변 지역에서 보이는 낙타 떼와 유목민. 투르카나 호수는 세계 최대 사막호수이다. 2022.10.2 sungjin@yna.co.kr
아이들은 물을 구하기 힘들어 수업도 참석하지 못한 채 물통을 굴리며 나르고 있었습니다.

(투르카나[케냐]=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투르카나 지역 아이들이 노란색 플라스틱 물통에 관정에서 얻은 물을 담아 끌고 가고 있다. 2022.10.2 sungjin@yna.co.kr
투르카나 부족 여성은 정부와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그나마 작은 지원을 받더라도 이웃과 나누어 쓰는 공동체 문화 때문에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호소합니다.

(투르카나[케냐]=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케냐 북서부 투르카나 카운티의 로렝기피 마을에 사는 한 여성이 가뭄 피해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2022.10.2 sungjin@yna.co.kr
넘쳐나는 호숫물을 관개용수나 음용수로 쓰면 좋으련만 사해처럼 소금물이라서 그렇지도 못합니다. 지역사회 전문가는 담수화 설비를 하려고 해도 턱없이 비싼 비용 때문에 설치는 엄두도 못 낸다고 합니다.
케냐 북부뿐 아니라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의 뿔' 지역이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라는 데도 불구하고 호숫물이 불어난 이유는 멀리 에티오피아 산악지대에 내린 불규칙적 폭우가 강이나 지하로 흘러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또한 기후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는 말합니다.
아프리카는 탄소 배출량이 전세계의 3% 정도에 불과하지만 피해는 가장 극심하게 받는 곳임을 투르카나 호수 일대는 한꺼번에 홍수와 가뭄으로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sungji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10/02 08: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