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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친러' 극우 정권 출범에 EU·나토 '안절부절'

송고시간2022-09-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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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비롯해 국제 사회가 우려했던 이탈리아 극우 정권의 탄생이 현실로 다가왔다.

에너지 위기, 물가 급등, 경기 침체 우려 등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복합적 위기 국면에서 이탈리아의 차기 정부가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할 경우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가 유럽 파트너들과의 연대보다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당면한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려고 할 경우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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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동맹 '약한 고리' 되나…對러시아 제재 균열 위기

전문가들 "차기 정부, 드라기 노선에서 크게 바뀌지 않을 듯"

'삼각축' 지향점 온도차 속 '불안한 연정'…동상이몽 속 내분 가능성

마지막 총선 유세에 모인 이탈리아 우파 정당 대표들
마지막 총선 유세에 모인 이탈리아 우파 정당 대표들

(로마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동맹당의 살비니 대표(왼쪽에서 2번째부터)와 전진이탈리아당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대표, 이탈리아형제들(Fdl)당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22일(현지시간) 로마 포폴로 광장에서 열린 중도우파의 최종 연대 유세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 2022.09.23 jsmoon@yna.co.kr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유럽을 비롯해 국제 사회가 우려했던 이탈리아 극우 정권의 탄생이 현실로 다가왔다.

경제 위기 직후인 2012년 127% 수준이던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 이미 150%에 달한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으로 위기에 빠진 유로존을 구해내며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지난해 2월 취임하면서 이탈리아에도 잠시 희망이 찾아왔다.

하지만 유럽 사회로부터 경제 대응에 대한 큰 기대를 받았던 드라기 총리는 1년 5개월 만에 사임했고, 만성적인 부채 문제를 타개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공공지출 확대, 대대적 감세 등 포퓰리즘 정책을 앞세운 극우 세력이 권력을 잡게 된 것이다.

에너지 위기, 물가 급등, 경기 침체 우려 등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복합적 위기 국면에서 이탈리아의 차기 정부가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할 경우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제한하면서 유럽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게 됐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가 유럽 파트너들과의 연대보다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당면한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려고 할 경우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출구조사 발표 결과, 이번 조기 총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나타난 우파 연합의 두 축인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대표적인 친푸틴 인사라서 유럽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살비니 상원의원은 대러시아 제재가 러시아보다 유럽과 이탈리아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인사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0년 절친으로 휴가를 함께 보냈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다.

2019년 7월 로마에서 만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왼쪽)와 푸틴 대통령
2019년 7월 로마에서 만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왼쪽)와 푸틴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차기 정부가 경제·외교 정책에서 드라기 정부와 크게 차별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루이지 스카지에리 유럽개혁센터(CER)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차기 총리가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는 예산안 등 주요 쟁점을 두고 EU와 대치하면 시장 신뢰에 타격을 줘 이탈리아의 차입 비용을 증가시키고, 더 나아가 재정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카지에리 연구원은 "멜로니는 유럽 파트너들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인물을 재무장관으로 선택할 것"이라며 "차기 정부는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재정 지출 약속의 대부분을 축소하거나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는 메시나대교 건설을 재추진하자는 살비니 상원의원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묵살했다.

멜로니 대표는 기업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00억 유로(약 42조원)에 이르는 국가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살비니 상원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더 이상의 적자 재정은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멜로니 대표는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선 국가 재정을 책임 있게 운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가용할 수 있는 재원 내에서 공공지출이 이뤄질 것"이라며 "난 국가재정을 파탄 낼 정도로 무책임하고 부주의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집권해도 이탈리아 국가재정이 파탄 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이탈리아가 EU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멜로니 대표는 자신이 총리가 되면 '갈등의 시대'를 열지 않을 것이라며 EU 회원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는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이전 정부와는 다른 태도를 취하길 원하지만, 그것이 EU를 파괴하고, EU를 탈퇴하는 등의 미친 짓을 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파 연합을 구성하는 삼각축인 멜로니, 살비니, 베를루스코니의 지향점이 저마다 달라 차기 정부가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스카지에리 연구원은 "겨울철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 이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차기 정부는 어려운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한다"며 "차기 정부가 쉽게 붕괴해 다른 연정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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