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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정책 또 후퇴…컵 보증금제 12월 세종·제주만 시행

송고시간2022-09-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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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오는 12월부터 세종과 제주에서만 부분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당초 올해 6월부터 시행하려다 카페 업주 등의 반발로 도입 일정을 올 연말로 미룬 데 이어 시행 지역도 대폭 축소하면서 정책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12월 2일 세종과 제주에서만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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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 확대 일정 제시 안해…'사실상 시행 취소' 지적도

'A업체 컵 B업체에 반납' 당장은 않기로…보증금액은 300원 유지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 놓인 일회용 컵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 놓인 일회용 컵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오는 12월부터 세종과 제주에서만 부분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보증금 액수는 300원으로 유지했지만 A프랜차이즈 일회용컵을 B프랜차이즈 매장에 반납하는 이른바 '교차반납'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당초 올해 6월부터 시행하려다 카페 업주 등의 반발로 도입 일정을 올 연말로 미룬 데 이어 시행 지역도 대폭 축소하면서 정책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세종·제주서 '부분 시행'…타지역 일정 수립 계획조차 없어

환경부는 12월 2일 세종과 제주에서만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반발에 2년 전 도입이 결정된 제도 시행일을 올해 6월에서 12월로 6개월 미루더니 시행지역마저 대폭 한정한 것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가맹점 수가 일정 개 이상인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음료값과 함께 보증금을 내도록 하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이다. 카페 등에서 한해 수십억 개씩 소비되는 일회용컵 재활용률을 높이고 궁극적으론 사용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원래 제도 시행일은 6월 10일이었다.

그러나 '테이크아웃' 위주로 영업을 하는 중소형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중심으로 가맹점주들이 제도로 발생하는 부담을 자신들이 오롯이 진다고 반발하고 여기에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환경부가 코로나19를 명분으로 시행일을 6개월 늦췄다.

환경부는 세종과 제주서만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하는 제도라서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다"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프랜차이즈 가맹점 통계에 따르면 제과점업과 '커피 및 기타 비알코올 음료점업',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 및 유사 음식점업'에 속하는 가맹점(2020년 기준 4만3천115개) 가운데 세종(310개)과 제주(541개)에 있는 가맹점은 단 2%다.

지난 5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커피전문점에서 진행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연회에서 커피전문점 직원이 일회용컵에 바코드 라벨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5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커피전문점에서 진행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연회에서 커피전문점 직원이 일회용컵에 바코드 라벨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도 시행 지역 축소는 갑작스러운 면이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20년 6월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며 도입됐고 시행만 올해 6월로 유예된 상태였다. 환경부는 법 부칙에 정해진 시행일인 올해 6월 10일에 맞춰 약 2년간 시행방안을 마련했고 시행지역은 당연히 전국으로 설정됐다.

그러다가 보증금제 시행을 미뤘고 이후 6월 28일 환경부는 이해관계자 등과 논의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역·매장·면적 등을 기준으로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전국에서 동시에 시행하지 않을 수 있음을 처음 시사했다.

지난 2년간 '전국에 시행'을 준비하다가 시행을 미루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더니 몇 달 만에 당장은 일부에서만 시행한다고 방침을 바꾼 꼴이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위해 지하철역과 KTX역 등 공공장소 500곳을 포함한 1천500곳에 컵 무인회수기를 설치하기 위한 87억5천만원을 편성했다. 이 역시 '전국에 시행'이 전제였다.

환경부는 세종과 제주 외 지역에서 언제 보증금제를 시행할지, 언제까지 일정을 마련할지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증금제 시행을 사실상 취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선화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세종과 제주는 선도지역으로 이곳에서 성과를 평가해 (다른 지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과평가를 어떻게, 언제까지 할지는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가 필요하다"라며 밝히지 않았다.

◇ 보증금 300원 유지…대상은 '바뀔 수도', 교차반납은 '일단' 않기로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 액수는 애초 계획한 300원을 유지했지만, 보증금제 적용 대상 등은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상 보증금제 적용 대상은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커피·음료·제과제빵·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와 '매장이 100개 이상인 휴게음식점영업·일반음식점영업·제과점영업 사업자' 등 가운데 환경부 장관이 정하는 사업자다.

환경부가 올해 초 행정예고한 고시안에는 '79개 사업자, 105개 브랜드'가 대상으로 지정됐다.

정 국장은 "예고된 대로 적용할 계획"이라면서도 "추가 입법을 거쳐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보증금제 대상 지정 고시를 이달 다시 행정예고할 방침이다.

'교차반납'은 일단 하지 않기로 계획을 바꿨다.

가맹점주들은 다른 매장에서 나온 컵까지 처리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환경부는 보증금제 시행 초기엔 환경부가 고시한 매장의 경우 해당 매장이 음료를 담아 판매한 일회용컵이 아니더라도 같은 프랜차이즈 일회용컵이면 반납받도록 하되, 이런 매장은 다른 프랜차이즈 컵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기로 했다.

환경부 목표 회수율은 90%인데 일회용컵은 음료를 매장 밖 다른 장소로 가져갈 때 이용된다는 점에서 교차반납이 안 되면 회수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일회용컵이 다른 생활폐기물과 함께 버려지면 그냥 소각될 때가 많지만 따로 모이면 고급화장지 등으로 더 유용하게 재활용될 수 있다.

환경부는 보증금제 대상 매장에 일회용컵에 붙이는 바코드 라벨 구매비(1개당 6.99원)와 보증금 카드수수료(1개당 3원), 재활용이 쉬운 표준용기 사용 시 처리비용(1개당 4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환경부 측은 이런 지원은 '세종과 제주에 대한 것'으로 "보증금제 시행지역이 확대됐을 때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이해관계자와 협의로 확정하겠다"라고 밝혔다.

◇ 제도 시행 앞두고 난맥상만…일회용품 정책 거듭 후퇴

지난 6월 10일 오후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회원들과 컵가디언즈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더종로R점 앞에서 기자회견에서 열고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6월 10일 오후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회원들과 컵가디언즈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더종로R점 앞에서 기자회견에서 열고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카페 등에서 사용되는 것을 비롯해 국내에 수입·생산되는 일회용컵은 한해 250억개 정도다.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사용되는 양은 연간 28억개로 추산된다.

코로나19로 일회용컵 사용량이 늘었는데 지난해 주요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18곳에서 사용된 일회용컵은 10억2천만여개로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5억3천여만개가 사용돼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각 매장에 회수된 일회용컵은 사용량의 16%에 그쳤다.

일회용컵 사용량 줄이기가 시급한데 환경부는 보증금제 시행을 준비하며 난맥상만 드러냈다.

앞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애초 보증금제 시행일 한 달 전에야 환경부에 의견을 전달할 기회가 처음 있었다고 주장했다. 컵 회수율을 높이려면 무인회수기가 보급돼야 하는데 아직도 정부가 제시한 성능을 충족한 회수기가 나오지 않았다.

환경부가 일회용품 정책을 후퇴시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식품접객업 일회용품 사용이 지난 1월 5일 한시적으로 허용됐다가 4월 1일 다시 금지됐다. 다만 환경부가 최대 300만원인 과태료 부과를 유예해달라고 각 지자체에 요청하면서 현재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고 있다.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일회용컵 규제 유예'를 언급한 뒤 과태료 부과를 유예한 터라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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