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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약물로 얼룩진 MLB 홈런사 '깨끗한' 저지가 다시 썼다

송고시간2022-09-2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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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런왕 배리 본즈가 은퇴 시즌인 2007년에 날린 개인 통산 762호 홈런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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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혼혈 선수 저지, 도핑 검사 강화한 2005년 이래 첫 60홈런

백인 부부 가정에 한국인 형과 입양…'모두 기립! 클린 홈런왕 나가신다'

홈런왕 에런 저지
홈런왕 에런 저지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 2020년 8월. 미국의 한 경매 사이트에 특별한 물품이 등장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런왕 배리 본즈가 은퇴 시즌인 2007년에 날린 개인 통산 762호 홈런공이었다. 'MLB 통산 최다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때 터뜨린 홈런볼이었다.

해당 공이 가진 의미와 미국 스포츠 경매 시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 공은 28만2천900달러(약 3억9천470만원)에 낙찰됐다. 이 공은 2008년 37만6천612달러에 팔렸지만, 12년이 지난 뒤 오히려 낮은 가격에 재판매됐다.

지난달 뉴욕 양키스의 전설 미키 맨틀의 사진이 들어간 카드가 169억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헐값과 다름없었다.

MLB 개인 통산 최다 홈런공이 찬밥 신세인 까닭은 본즈의 홈런 기록이 퇴색해서다.

지난 2004년 약물 스캔들이 터지면서 MLB에 폭풍이 몰아쳤다.

2001년 역대 한 시즌 최다인 73홈런의 주인공 본즈를 비롯해 비슷한 시기에 60홈런 고지를 밟은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등 리그 간판급 선수들이 약물에 의존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MLB를 혼돈에 빠뜨렸다.

스포츠 관계자들의 폭로로 시작된 약물 스캔들은 미국 법무부 조사를 거쳐 사실로 드러났고,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됐던 홈런왕들은 모두 불명예스럽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하이파이브 하는 에런 저지
하이파이브 하는 에런 저지

[USA투데이=연합뉴스]

MLB는 이들의 홈런 기록을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만, 팬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1961년에 새운 로저 매리스(뉴욕 양키스)의 한 시즌 61홈런, 1927년에 베이브 루스(양키스)가 세운 60홈런 기록을 더 높게 평가한다. 약물에 오염되지 않은 기록이라서다.

빅리그의 어두운 역사를 걷어낼 깨끗한 홈런왕을 보고 싶다는 팬들의 열망이 해가 갈수록 커갔고 마침내 2022년 새로운 해결사가 등장했다.

매리스와 루스의 까마득한 양키스 후배인 에런 저지(30)다.

저지는 2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상대로 시즌 60번째 홈런을 날려 미국 전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저지는 MLB에서 도핑 검사가 강화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60홈런 고지를 밟았다.

단일 시즌에 홈런 60개를 친 역대 6번째 선수라는 역사적 사실보다도 매리스, 루스와 더불어 약물을 빌리지 않은 '청정 홈런왕', '진정한 홈런왕'이라는 위대함이 저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미국 지역지 뉴욕 포스트는 "저지가 금지약물 문제없이 60홈런을 터뜨렸다"며 "이는 1961년 매리스 이후 61년만"이라고 표현했다.

저지의 홈런 기록을 루스의 기록보다 높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CBS스포츠는 논란이 된 홈런 기록을 살펴보면서 "루스의 기록도 완전히 깨끗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루스가 뛴 20세기 초반엔 극심한 인종차별로 유색 인종 선수들이 MLB에서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색인종이 출전한 흑인들의 야구 리그, 니그로 리그는 1920년부터 1948년까지 운영됐으며, 이 리그에서 나온 기록은 2020년이 되어서야 MLB 기록으로 편입됐다.

루스는 오로지 백인들이 던진 공만 쳤고, 백인 사이에서 경쟁했다.

이처럼 인종 차별과 약물 등 미국 사회의 짙은 그늘과 함께하는 MLB 홈런사에서 저지는 인종의 벽마저도 넘어섰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 선수 롭 레프스나이더(왼쪽)와 에런 저지
한국계 입양아 출신 선수 롭 레프스나이더(왼쪽)와 에런 저지

[에런 저지 인스타그램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흥미롭게도 저지는 다양성을 존중하려는 현대 미국 사회를 대표한다.

흑백혼혈인 저지는 1992년 4월 26일에 태어나 하루 만에 백인 부부에게 입양됐다.

저지에겐 한국인 형도 있다. 저지의 형인 존슨 저지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 같은 가정에 입양됐다.

지금은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린덴에서 체육 교사로 일하는 아버지 웨인 저지와 어머니 패티 저지 밑에서 무럭무럭 자라며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다.

혼혈 입양아 출신인 저지는 아무런 문제 없이 평탄하게 선수 생활을 했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2번째로 양키스에 입단한 저지는 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기량을 키웠고, 2017년 52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MLB 신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이후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을 제외하면 매해 20홈런 이상씩 날리며 양키스의 간판타자가 됐다.

양키스타디움 우측 외야에는 '판사'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저지(judge)를 응원하기 위한 3열 좌석의 특별 공간인 '판사실'(judge's chambers)이 있다.

키 201㎝, 몸무게 128㎏의 거구에서 뿜어나오는 저지의 홈런을 보고 법정에 들어오는 판사를 맞이하듯 팬들은 '저지의 법정'에서 모두 기립해 저지를 열렬히 환영한다.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저지는 올 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21일까지 타율 0.316, 60홈런, 128타점을 올리며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 타점 1위 자리를 사실상 예약했다. 아메리칸리그 타율 순위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홈런의 제왕'이라는 루스와 같은 반열에 오른 저지는 남은 15경기에서 대포 2방을 더 때리면 매리스를 넘어 아메리칸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운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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