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논&설] 조문외교 논란은 누가 키우나

송고시간2022-09-21 13:35

beta

"조문 외교를 하겠다며 영국에 간 윤석열 대통령이 교통통제를 이유로 조문을 못 하고 장례식장만 참석했다. 교통통제를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았는데 대책을 안 세운 것이라면 더 큰 외교 실패, 외교 참사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 같은 당 김의겸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화면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치됐던 웨스트민스터홀 주변 지도까지 띄워 놓고, "리셉션이 열린 버킹엄궁에서 1.2km이고, 도보로 16분 거리"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도보로 이동해 조문했는데 왜 윤 대통령은 도보 이동을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인터넷상에서는 '폭망한 조문외교', '도대체 거긴 왜 간 거냐', '나라 망신 제대로다' 등의 글이 폭주한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우리로 따지면 빈소에 가는 행위, 그리고 육개장을 먹는 행위, 그러고 나서 아주 가까운 사이라면 발인까지 보는 행위, 이게 조문의 패키지인데 빈소에 방문해 헌화나 분향이나 어떤 조문은 하지 못하고 육개장 먹고 발인 보고 왔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요약 정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줄인 '세 줄 요약' 기술을 사용합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제공 = 연합뉴스&줌인터넷®
영국 시민들에게 작별 고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영국 시민들에게 작별 고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런던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논설위원 = "조문 외교를 하겠다며 영국에 간 윤석열 대통령이 교통통제를 이유로 조문을 못 하고 장례식장만 참석했다. 교통통제를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았는데 대책을 안 세운 것이라면 더 큰 외교 실패, 외교 참사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 같은 당 김의겸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화면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치됐던 웨스트민스터홀 주변 지도까지 띄워 놓고, "리셉션이 열린 버킹엄궁에서 1.2km이고, 도보로 16분 거리"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도보로 이동해 조문했는데 왜 윤 대통령은 도보 이동을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인터넷상에서는 '폭망한 조문외교', '도대체 거긴 왜 간 거냐', '나라 망신 제대로다' 등의 글이 폭주한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우리로 따지면 빈소에 가는 행위, 그리고 육개장을 먹는 행위, 그러고 나서 아주 가까운 사이라면 발인까지 보는 행위, 이게 조문의 패키지인데 빈소에 방문해 헌화나 분향이나 어떤 조문은 하지 못하고 육개장 먹고 발인 보고 왔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이렇다. 윤 대통령은 18일 도착 당일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려고 했지만, 도착 직후 영국 왕실에서 교통상황 등을 고려해 참배 및 조문록 작성을 다음 날로 순연토록 요청했고, 이를 따랐다는 것이다. 상주인 찰스 3세 주최 리셉션과 다음날 장례식에 참석했으니 조문 불발이니 의전 소홀이니 하는 주장은 가당치 않다는 것이다. 탁 전 비서관이 말했듯 아주 가까운 사이만 참석하는 발인까지 본 것 아닌가. 상주 만나 인사하고, 발인까지 봤는데 상주쪽 사정으로 참배를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이 온당한 처사냐는 것이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반론이다.

웨스트민스터홀 조문이 일정대로 이뤄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10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한 한 번도 없었던 세기의 장례식이다. 아무리 디테일에 충실한 영국 왕실이라 해도 한꺼번에 몰려든 정상급 조문 행렬을 복잡한 런던 시내에서 조율하는 데 고충이 컸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장례식에 다소 늦게 도착해 식장에 바로 입장하지 못하고 한동안 입구에서 대기했다고 한다.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일 수는 있겠지만 정교하게 짜인 여왕 장례식의 진행 계획을 어그러뜨릴 수는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의 동선은 아무리 세밀하게 짜도 예기치 못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아쉽다'고 표현하면 될 가십성 사건을 '외교 참사'로 키우는 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장례식 참석차 런던을 방문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사석에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른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부적절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자 캐나다 야당 의원은 "노래를 불렀다고 문제 삼을 생각은 없지만,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더 나은 노래를 고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자국 정상의 '실수 아닌 실수'에 이런 정도의 비판이면 족할 것이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20일 국회 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 자리에서다.

김병주 의원(민주당) = 대통령의 런던 도착시간이 언제였습니까?

한덕수 국무총리 = 아마 한 1시쯤 되지 않았을까요?

김 의원 = 답답합니다. 3시 반에 도착하셨어요.

한 총리 =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김 의원 = 박 진 외교부 장관은 어디 있었습니까?

한 총리 = 글쎄요, 저는 뭐 대통령님을 모시는 걸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의원님께서는 뭐 달리….

김 의원 = 뉴욕에 있었습니다. 뉴욕에.

김은혜 홍보수석은 "런던의 복잡한 상황으로 오후 2~3시 이후 도착한 정상은 다음 날로 조문록 작성이 안내됐다"고 했다. 그날 도착 시간이 당일 조문 가능 여부를 결정한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얘기다. 총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부재 시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가(그것도 국회 대정부 질문을 앞두고서는) 최소한 그날의 중요 이슈는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았을까. 그는 외교부 장관이 영국에 동행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당시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의 뉴욕 방문을 앞두고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을 위해 뉴욕에 있었다. 한일 관계 전환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는 중대사가 논의되고 있는 것조차 한 총리는 제대로 몰랐다는 얘기가 된다. 야당이 마치 실수를 기다려온 것처럼 조문 불발을 외교 참사로 침소봉대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총리의 답변을 보면 우리 외교, 나아가 국정 전반이 너무 느슨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조문외교 논란이 커지는 것은 이런 불안한 대응도 일조하고 있을 것이다.

kn0209@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