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시대] ① 병든 지구 살리는 미래산업…인간 삶도 직결
송고시간2022-09-22 08:30
"전세계 농지 49억ha·산림 40억ha 되살리면 지구온난화 완화"
생물 다양성 유지에도 한몫…"함께하는 세상이 유기농의 참뜻"
[※ 편집자 주 = 깨끗한 환경에서 인공을 가미하지 않고 재배한 먹거리가 각광받는 시대입니다.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유기농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여겨집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오는 30일 충북 괴산에서 '2022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가 개막합니다. 연합뉴스는 이 행사를 계기로 전 세계 유기농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점검하는 기사를 4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지구환경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의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은 '벼랑에 선 세계'(World on the Edge)라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적으로 식량, 에너지, 물, 토양 조건이 지구 역사 이래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다.
극단적인 난개발과 이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최근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기후와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 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면서 일련의 문제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유법 중 하나로 유기농을 꼽는다.
세계 최대 유기농업운동단체인 아이폼유기농국제본부(IFOAM)는 유기농을 '토양과 생태계, 인류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
유기농을 통해 자연 그대로 관리된 농장은 토양을 건강하게 하고, 다양한 생물에게 먹이와 서식지를 제공하는 한편 친환경 먹거리로 인간의 건강과 후생을 지켜준다는 얘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기농은 상업적 경제성이 없는 전통산업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먹거리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화두인 탄소중립 실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식량 대량생산을 위해 도입된 화학기계농법은 기후교란의 원인이 된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질산 등 온실가스를 쉼 없이 배출한다.
반면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은 건강한 토양을 기반으로 다양한 식물을 공존하게 해 공기 중의 탄소를 토양으로 되돌리는 효과가 있다.
유기농으로 일군 경작지 0.4㏊는 3천175㎏의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격리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적으로 49억ha의 농지와 목초지를 유기농화하고, 산업화로 황폐해진 산림지 40억ha를 제대로 녹화하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안전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결과적으로 유기농은 인간은 물론 환경생태계와 지구 생명을 연장하는 미래산업인 셈이다.
IFOAM은 유엔(UN)이 정한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17가지 중 6가지의 해법을 유기농에서 찾고 있다.
기아 종식, 건강과 웰빙, 깨끗한 물과 위생,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기후변화 대응, 육상 생태계 보전이 그것인데, 자연·생태계·인류의 공존을 추구하는 유기농과 일맥상통한다.
국내 환경운동가 역시 유기농 전환을 건강한 지구를 지키는 가장 가치 있는 일로 꼽는다.
탄소 저감, 환경복원, 생물 다양성 유지 등을 통해 미래 세대에 덜 훼손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에서 유기농업을 가르치는 '농부 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김형신 보타리농업학교 대표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도, 생태계도, 인간도 함께 어울려야 한다"며 "모두가 함께하는 세상이 유기농의 참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우 충북친환경농업인연합회 부회장은 "여러 생물이 안전하게 살기 위해선 생태계의 균형이 중요한 데, 코로나19도 이런 균형이 무너져 발생한 게 아닌가 싶다"며 "생태계 안정을 추구하는 유기농업에 관심을 모아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jeonc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09/22 08: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