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학교서 일제 잔재 시설물 보존 서명운동 논란
송고시간2022-09-15 09:51
학부모 "학생들 정치적 이용"…학교측 "독서수업 활동"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의 일선 학교에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내 일제시대 시설 보존에 관한 서명운동을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15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전날 '인천 모 중학교에서 캠프마켓 내 옛 일본 육군 무기공장인 조병창 관련 교육을 편향적으로 하고 있다'는 내용의 민원이 시교육청에 여러 건 접수됐다.
민원을 낸 한 학부모 김모(47)씨는 "학생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역사를 직접 찾아 공부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라면서도 "오염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철거와 보존 의견이 대립 중인 캠프마켓 사안을 주제로 삼은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가 학업 수행과제를 통해 보존을 주장하는 측의 강연을 듣고 조병창 보존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편향적인 교육을 했다"며 "이는 학생을 정치의 도구로 삼아 일방적 사고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학교에서는 지난 1학기 특정 교과목 수업에서 조병창에 관한 독서와 토론 활동 등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지난 7월 교사와 일부 학생으로 이뤄진 한 동아리에서 조병창 보존을 촉구하는 전교생 서명운동을 벌여 100명가량의 서명을 받았다.
학교 측은 수업 중 조병창 보존에 대한 찬반 의견을 교육했고 시설 보존에 찬성한 특정 동아리에서 서명운동을 한 것일 뿐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당시 한 학기에 책을 한 권씩 읽자는 취지의 수업이 진행됐고 아이들이 책뿐만 아니라 여러 콘텐츠를 통해 양쪽 의견을 골고루 공부해 관련 활동을 한 것"이라며 "서명부를 외부 기관에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조병창이 있는 캠프마켓 부지는 1945년 해방 이후 주한미군이 주둔하면서 81년 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다가 이후 한미 합의에 따라 전체 44만㎡ 중 21만㎡가 반환됐다.
지역 역사·문화학계는 캠프마켓 내 조병창 유적을 최대한 보존해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인근 주민들은 이들 시설을 철거하고 대형 쇼핑시설을 유치하거나 공원을 조성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chams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09/15 09:5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