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으로 나오다 쓰러진 70대 해녀 CPR로 살린 동료 해녀들
송고시간2022-09-13 14:59
주민에 심폐소생술 교육하던 여성의용소방대원 양수자·윤순열 씨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소라 채취를 마친 해녀들이 뭍으로 나오다 갑자기 쓰러진 70대 동료 해녀를 목격하고 신속히 응급조치해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제주동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께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 삼양동 해녀탈의장 인근 해상에서 소라 채취 작업을 마치고 뭍으로 나오던 해녀 A(77)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A씨보다 앞서 뭍으로 나오고 있던 해녀 양수자(52) 씨는 뒤따라오던 A씨가 사라진 사실을 알고 주변을 살폈다.
A씨는 당시 몸에 묶어 놓은 소라 30㎏가량의 소라가 담긴 테왁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져 의식을 잃은 채 물 위에 떠 있는 상태였다.
양씨는 곧바로 A씨를 향해 달려갔다.
양씨는 다른 해녀 2명과 함께 A씨를 육상으로 옮기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수산물 채취를 막 마친 터라 체력이 떨어져 A씨를 뭍으로 올리는 것이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이때 해녀탈의장에 있던 동료 해녀 윤순열(52) 씨가 이를 목격하고 양씨 등과 힘을 합쳐 A씨를 육상으로 끌어 올렸으며, 다른 동료 해녀들은 119에 신고했다.
A씨는 구조 당시 의식과 호흡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씨와 윤씨는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고, A씨는 다행히 119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의식과 호흡을 되찾았다.
우도 여성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며 평소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직접 시행해 온 이들 두 해녀는 실제 상황이 벌어지자 침착하게 처치해 동료 해녀를 구한 것이다.
A씨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씨는 "당시 상황이 워낙 급박했던지라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며 "다행히 꾸준히 해온 심폐소생술 교육 덕에 처음이었지만, 실전에서도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우리 우도 삼양동 어촌계 해녀 중에서 나와 양수자 씨가 가장 젊다. 무슨 일이 생겼다면 나와 양씨 책임이란 생각이 들 수 있었을 텐데 천만다행"이라며 "A씨 아들이 사고 당일과 다음날에도 병원에 있는 A씨 대신 고맙다는 인사를 해왔지만, 사실 A씨가 살아줘서 내가 더 고맙다"고 말했다.
제주동부소방서 의용소방대는 특수시책 중 하나로 해녀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을 해 지난해 261명, 올해 들어 9월까지 264명에 대한 교육을 완료했다.
dragon.m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09/13 14:5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