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철새' 뿔제비갈매기, 올해도 육산도에…이동경로 드러나
송고시간2022-09-13 12:00
3~6월 육산도에 7마리 찾아와…중국 칭다오나 대만 동부 해안으로 이동
전세계에 100마리 미만…곧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등재 예정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세계에 100마리도 남지 않은 '신비의 철새' 뿔제비갈매기 이동 경로가 확인됐다. 뿔제비갈매기는 우리나라 서해상 섬에서 멀리는 대만 동부 해안을 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뿔제비갈매기가 올해도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서 번식한 것이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괭이갈매기 집단번식지 육산도서 뿔제비갈매기가 처음 발견된 것은 2016년 4월로 이후 육산도서 번식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뿔제비갈매기가 성격이 포악하다고 알려진 괭이갈매기와 함께 생활하는 점은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육산도를 찾은 뿔제비갈매기는 총 7마리다. 이 가운데 한 쌍이 알을 낳고 새끼 1마리를 키워냈다.
육산도에 오는 뿔제비갈매기 수는 작년 7마리와 재작년 8마리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육산도가 뿔제비갈매기 중요 번식지임을 보여준다고 생태원은 설명했다.
육산도는 천연기념물 제389호인 '칠산도'에 속하는 무인도로 뿔제비갈매기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을 보호하고자 2016년 12월 특정도서로 지정됐다. 뿔제비갈매기가 다른 번식지인 중국 동부에서 '인간의 불법 알 채취'와 태풍, 같은 속인 큰제비갈매기와의 교잡 등 때문에 잘 번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천연기념물이자 특정도서로 출입이 제한되는 육산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육산도를 찾은 뿔제비갈매기 성체 가운데 한 마리는 지난해에도 육산도에 와서 생태원이 금속가락지를 부착했던 개체로 확인됐다. 6월 말 육산도를 떠난 이 성체는 8월 2일엔 전북 고창군 바닷가에서, 같은 달 4일에는 고창군에서 536㎞ 떨어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자오저우만해안에서 발견됐다.
올해 가락지를 부착한 뿔제비갈매기 중 성체 1마리와 새끼 1마리도 6월 말 육산도를 떠난 뒤 7월 말 전북 고창군 해안서 괭이갈매기 무리와 함께 생활하다가 중국 칭다오로 이동해 8월까지 머문 것이 확인됐다.
작년에 육산도에 왔던 새끼 1마리는 지난해 9월 육산도에서 서쪽으로 610㎞ 떨어진 산둥성 르자오해안에서 발견된 뒤 올해 6월 21일에는 산둥성에서 남쪽으로 1천262㎞ 떨어진 대만 이란시 난양하구에서 확인됐고 8월엔 칭다오 자오저우만해안서 목격됐다.
생태원 관계자는 "최근 연구에서 뿔제비갈매기들이 태국과 캄보디아 등에서 월동한 뒤 칭다오까지 북상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라면서 "뿔제비갈매기들이 칭다오에 모이는 경향이 있어 학계에서도 이 점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뿔제비갈매기는 인간이 생태를 거의 모르는 '신비의 철새'다.
국내에서 현재까지 파악된 바론 3월 중순~말 국내 번식지에 도착해 알을 낳기 전까지는 밤에만 섬에 머무르고 번식기인 4월 말 이후에는 먹이활동을 할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 시간을 섬에서 보낸다.
최근 5년 관찰 결과 4월 15~19일에 단 한 개의 알만 낳았으며 어미 새가 26~28일 알을 품으면 부화하고 새끼는 태어난 뒤 37~43일 만에 비행을 시작한다.
번식지를 떠나는 시점은 7월 중하순이며 번식지를 떠난 뒤엔 괭이갈매기와 함께 지내다가 8월 초 중국 산둥반도로 건너간다.
뿔제비갈매기는 1937년부터 2000년까지는 멸종했다고 여겨지다가 2000년 6월 대만 마주섬에서 4쌍이 발견돼 존재가 확인됐다. 2013~2015년 중국에서 복원사업이 진행돼 2018~2020년 중국에서 번식하는 개체가 76~82마리로 증가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동식물 목록인 '적색목록'에 '위급'으로 등재됐으며 곧 국내에서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에 오를 예정이다.
국내에서 복원사업 추진 가능성에 대해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중국에서 복원사업에 사용한 시스템을 연구 중"이라면서 "이동 경로 등이 조금 더 밝혀지면 개체를 늘릴 방법을 한 단계씩 연구해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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