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서거] 찰스왕 출신학교는 이튼 아닌 무명의 유대계 기숙학교
송고시간2022-09-12 21:27
'강한 훈육' 원했던 부친 뜻 따라…매일 아침달리기·찬물샤워
학부모 초청행사 땐 여왕·부군 자리에 '엄마'·'아빠' 표시만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에 따라 왕위를 계승한 찰스 3세(73)가 공식 즉위하면서 그가 학창 시절을 보냈던 스코틀랜드의 기숙학교도 이목을 끌고 있다.
그가 영국 전통의 귀족학교인 이튼칼리지에 가지 않고 '강한 훈육'을 원했던 부친 필립공의 뜻에 따라 스코틀랜드 북부의 고든스타운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던 점은 영국 왕실의 관례를 깨는 일이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고든스타운은 1934년 독일 출생의 유대인 교육자인 쿠어트 한이 나치 독일로부터 벗어나 스코틀랜드에 세운 학교다.
학업 성취뿐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지식까지 균형 있게 습득해 세계 시민으로 육성한다는 비전을 갖고 설립됐다. 기숙학교 특유의 엄격한 통제 방식으로 알려져 있던 이 학교에 찰스 3세는 13세 때인 1962년 5월 입학했다.
왕세자인 그 역시 일반 학교인 고든스타운의 교칙을 어김없이 따라야 했다. 기숙사에 있는 침대에서 잠을 자고, 아침 달리기와 찬물 샤워 등도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고든스타운의 학생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찰스 3세의 부모였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공이 이 학교를 찾은 적이 있는데, 그들의 좌석에 놓인 종이에는 찰스의 '엄마(Mum)'·'아빠(Dad)'라고만 적혀 있었다는 일화는 아직도 회자한다.
어린 찰스 3세는 고든스타운에 입학하는 걸 꺼렸다가 부친의 고집을 못 이겨 학교를 다니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실 이야기를 다룬 영국의 한 드라마에는 찰스 3세가 고든스타운에 입학했을 당시 또래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등 고생을 한 것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찰스 3세는 여러 가지 고충을 극복하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게 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5년간 그는 다방면의 수업을 들었고 영문학과 역사, 라틴어 및 프랑스어 등의 과목에서는 특히 높은 학점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트럼펫과 첼로 연주, 합창단, 해안경비대 단원 등 수업 외 활동에도 의욕적으로 참여했다.
1964년에는 교내 생도 부대에 합류해 포츠머스 해군 기지에서 기본 항해와 조정술 등을 배우는 훈련 과정에도 참여했다.
특히 연기에 재능을 보였다. 1965년 고든스타운 학생들이 무대에 올린 셰익스피어 맥베스에서 그가 맡은 왕 연기는 비평가들의 찬사 속에 신문 기사에 실리기도 했다.
찰스 3세는 1975년 영국 상원 의회에 나와 고든스타운 시절을 회고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학교를 그다지 즐기지 않았지만 그건 집이 다른 어느 곳보다 행복했기 때문"이라며 "고든스타운에서 도전을 받아들이고 주도권을 잡는 법을 배웠으며 내 의지와 자제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 자신의 두 아들 윌리엄과 해리 왕자는 종전 관습대로 이튼에 입학시켰다.
고든스타운의 리사 커 교장은 BBC에 "찰스 3세의 봉사 생활, 야외활동에 대한 애정, 지적 호기심 등은 모두 학교에서 길러진 것"이라며 "우리는 그가 성공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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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새 국왕 "평생 헌신하겠다"…왕비 커밀라, 국민사랑 받을까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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