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의 치열한 싸움은 어떠했나…감염병 역사로 돌아보는 교훈
송고시간2022-09-07 09:00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내년 1월 31일까지 '팬데믹' 다룬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모자를 쓴 신사가 차에 올라타려 하자 누군가 손을 들어 제지한다. 다른 사람과 달리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상황 같지만 사람들의 옷차림도, 그가 타려 한 교통수단도 어딘가 낯설다.
흑백으로 된 사진이 촬영된 시기는 1918년. 지금으로부터 104년 전 스페인독감이 휩쓸 때다.
흑사병, 콜레라, 스페인독감, 코로나19 등 인류를 위협한 감염병의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수많은 감염병에 맞서 인류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다시, 연결: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를 이달 8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을 세계사적 시각에서 다룬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인류가 경험해 온 주요 감염병 이야기를 사진, 기록물, 영상 콘텐츠 등 총 150점의 자료로 생생하게 풀어낸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에서 인류의 역사 속에 감염병이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보여주는 영상을 먼저 마주한다.
영상은 사람들이 농경과 정착 생활을 하면서 생활이 안정됐지만, 병원균이 여러 명에게 퍼지는 집단감염 또한 가능해졌다고 설명하며 인류와 감염병의 무한한 '싸움'을 조명한다.
전시 첫 번째 부분인 '교류가 가져온 번영과 질병'에서는 근대 이후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국제 교역망을 따라 풍토병이 다른 대륙으로 전파하며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특히 1883년 프리드리히 그레츠가 그린 삽화는 당시 사람들이 느낀 공포를 엿볼 수 있다.
배의 앞부분에는 해골 같은 모습의 형체가 앉아 있는데 사람들은 이 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으려 한다. 외지에서 온 사람 즉, 이민자들에 의한 콜레라 유입과 공포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2부 '돌아온 감염병의 시대'에서는 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속속 등장하는 감염병을 다룬다.
조류독감, 니파바이러스감염증 등 사람과 동물 종을 넘어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 사례를 애니메이션 '아이와 병든 닭', '집 잃은 박쥐' 등과 함께 볼 수 있다.
전시는 단순히 감염병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3부 '다시, 연결'에서는 국경 폐쇄, 지역 봉쇄, 불평등한 백신 공급, 감염자 차별 등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드러났던 우리 사회의 취약한 모습을 신문 기사와 스티로폼 조각 등으로 보여준다.
전시 말미에는 5m 높이의 상호작용(인터렉티브)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어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와 함께 팬데믹 극복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전한다.
남희숙 관장은 "코로나19와 앞으로 다가올지 모를 또 다른 위기에 인류 문명이 이룩해온 의학·과학적 도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와 호혜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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