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이거라도 남았으니 다행"…떨어진 배 아래 착잡한 농민들
송고시간2022-09-06 14:35

(순천=연합뉴스) 차지욱 기자 = 6일 오후 전남 순천시 낙안면 배 농장에서 농민이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떨어진 배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2.9.6 uk@yna.co.kr
(나주·순천=연합뉴스) 송형일·차지욱 기자 = "착잡하지만 이거라도 수확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위안 삼아야죠. 울어봐야 뭐 하겠어요."
6일 오후 전남 순천시 낙안면 배 농장은 들어서자마자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전날까지만 해도 탐스럽게 익은 배가 주렁주렁 달려있던 곳이었지만 배들은 하루아침에 힘없이 떨어져 짓눌려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배들을 주워 확인하던 농장 주인 김만진(68) 씨는 그 안에서 크고 멀쩡한 배가 나올 때마다 안타까워했다.
이 중에 상품성 있는 배를 골라 납품할 수는 있지만, 수확 철과 겹쳐 일손이 부족한 시기라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추석이 일찍 오고 여름 가뭄으로 배 생육이 부진했기에 느지막이 수확을 시작한 김씨 농장은 다른 곳보다 피해가 더욱 컸다.
김 씨는 "85%는 아직 수확을 못 했는데 이번에 20%가 떨어졌다"며 "달린 것들도 바람 때문에 가지에 부딪히고 상처 입어 상품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나주=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6일 오전 전남 나주시 금천면 한 배 농장에서 농민이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떨어진 배를 살펴보고 있다. 202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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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주산지인 나주지역에서도 낙과 피해가 속속히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 사이에서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피해가 덜했다는 안도가 나왔다.
나주시 금천면에서 배 농사를 짓는 70대 장영배 씨는 "아침 일찍 과수원에 나가 봤는데 나무당 떨어진 배가 10여개 미만이라 걱정을 덜었다"며 "남해안 쪽은 서해안보다 피해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나주시 부덕동 배 농장 주인 김창곡(73) 씨도 "태풍 매미 때는 낙과한 배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는데 그보다는 나은 편"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동희 나주배원협 조합장은 "태풍이 회오리바람처럼 휘감듯 불면 낙과 피해가 많은 데 이번에는 한 방향으로 쭉 올라가는 식이어서 예상보다 낙과 피해가 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기준 전남 곳곳에서 논 23㏊가 침수됐고 518㏊의 벼, 대파, 배추 등이 비바람에 쓰러졌다.
과수원 578㏊도 낙과 피해를 봤다.
완도와 전남 양식장에서도 전복 1만5천 마리, 굴·홍합 10만 패 등이 유실됐다.
무안·영광·신안 등 염전에서도 소금 창고 등 23개 시설이 파손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농가의 경우 농협에 피해 신고를 하면 신속히 손해 평가를 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는 민·관·군이 합동해 복구 지원에 나서는 등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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