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전문가들 "이용자도 엄벌해야"
송고시간2022-09-06 06:00
경찰 위장 수사 허용됐지만 '불능범' 처벌 어려워…"개정 필요"
(서울=연합뉴스) 송정은 박규리 기자 =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성 착취 영상물 제작·유포 범죄를 줄이려면 이용자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6일 연합뉴스에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있는 것"이라면서 "성 착취물 유료 이용자와 시청자도 똑같이 처벌하지 않는 한 이러한 사이버 성폭력 범죄는 원천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전문 김재련 변호사 역시 "2019년 n번방 사태 당시 착취물을 소비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처벌됐는지 알려지지 않아 시민들이 경각심을 갖기 어렵게 됐다"며 "이들 시청자에 대해서도 국가 사법 교정시스템 안에서 교육하고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법무부가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의 전문적인 수사 역량과 매뉴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승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유포'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낀다"며 "경찰에서 초동 수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매뉴얼이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아동 성 착취물 사건을 대리하다 보면 사건이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하다가 지방경찰청으로 가기도 하고 지방경찰청에서 수사하다가 일선 서로 내려오는 등 통일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인 사단법인 탁틴내일 최영희 이사장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수사하려고 하면 늦는다"면서 "마약수사대를 따로 두고 있는 것처럼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전문적인 상설 수사대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효과적인 수사를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도 필요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경찰의 '위장 수사'가 허용됐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9월부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경찰이 신분 위장 수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인 경찰관이 아동·청소년을 가장해 피의자에게 접근해 대화한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 착취라는 실제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피의자가 불능범(불능미수)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
전날 열린 국회여성아동인권포럼 정책토론회에서 선미화 경찰청 성폭력수사계장은 "독일에서는 법률상 '불능미수'라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고 미국과 호주에서는 '가공피해자에 대한 범행 처벌' 규정을 따로 마련해 경찰관이 아동·청소년으로 가장해 나눈 대화도 처벌하고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je@yna.co.kr, cu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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