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낙인 우려에 숨어드는 위기가구…재량권 부재에 한숨쉬는 복지사

송고시간2022-09-04 06:05

beta

사회복지사 A(50)씨는 "전산 자료도 아예 싹 밀어달라고 하셨지만 보존 기간 때문에 그러지는 못했다"며 "그런 분들을 계속 보호하려고 노력해도 당사자가 요구해오면 어쩔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4일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 보완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위기가구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고립을 택하고 이들을 보살피는 사회복지사들조차 재량권 부재 등 열악한 업무환경에 지쳐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료·관리비 체납 등으로 위기가구로 분류되면서 관할 주민센터의 '찾아가는 보건복지 전담팀'이 연초부터 여러 차례 연락을 해왔지만 이씨는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낙인이 두려웠다고 한다.

요약 정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줄인 '세 줄 요약' 기술을 사용합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제공 = 연합뉴스&줌인터넷®

위기가구 "복지 신청해도 된다는 보장없어…수원 세모녀 이해가"

복지사들 "권한 없다보니 현장서 소극적…개인정보 조회도 제한"

숨진 '수원 세 모녀'가 살던 다세대 주택 현관문
숨진 '수원 세 모녀'가 살던 다세대 주택 현관문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가 살던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 주택 1층 집 현관문에 엑스자 형태로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올해 초 50대 여성 A씨는 주민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혹시나 두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소문이 퍼져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지장이 갈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사회복지사 A(50)씨는 "전산 자료도 아예 싹 밀어달라고 하셨지만 보존 기간 때문에 그러지는 못했다"며 "그런 분들을 계속 보호하려고 노력해도 당사자가 요구해오면 어쩔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4일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 보완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위기가구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고립을 택하고 이들을 보살피는 사회복지사들조차 재량권 부재 등 열악한 업무환경에 지쳐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회적 낙인·제도 불신에 고립 택하는 위기가구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주변에서 '멀쩡해 보이는데 꼭 받아야 하냐' 같은 얘기를 들을 것 같아 많이 주저했어요. 신청해도 반드시 된다는 보장도 없고…"

노원구에 사는 이모(48) 씨는 올해 4월께 주민센터를 찾아 수급자 자격을 신청하기까지 많은 용기와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건강보험료·관리비 체납 등으로 위기가구로 분류되면서 관할 주민센터의 '찾아가는 보건복지 전담팀'이 연초부터 여러 차례 연락을 해왔지만 이씨는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낙인이 두려웠다고 한다.

그는 "동사무소에 갔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뒤에서 수군대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소문이 퍼져 아이들이 학교에서 안 좋은 얘기를 들으면 상처받을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수원 세 모녀가 생전에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우면서 이해는 간다. 과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컸을 것"이라며 "주민센터에서 연락했더라도 빚 독촉 전화라고 생각해 받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에서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위기가구를 돌보는 '똑똑똑 돌봄단' 소속 단원들도 비슷한 사례를 종종 마주한다고 전했다.

단원 장영주(52) 씨는 "자택 방문을 거절하는 분들께는 전화나 문자로 최대한 다가가려 노력하는데 전화까지 거절하면 억지로 밀어붙일 수가 없다"며 "그런 면에선 한계점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다른 단원도 "도움을 원치 않는다고 강력하게 거부하시는 분도 상당히 있다"며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원 세 모녀' 마지막 길 공영장례로
'수원 세 모녀' 마지막 길 공영장례로

암·희귀병 투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가 8월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모습. 세 모녀의 장례는 수원시 공영장례로 치러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작은 재량권에 점점 소극적"…가난 입증 책임 전가 부작용도

이러한 위기가구를 적극적으로 발굴해내고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복지 현장 최일선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적정한 재량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원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만난 사회복지사 B(32)씨는 "저희가 짊어져야 하는 책임과 의무에 비해 재량권은 거의 없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해결을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일례로 위기 가구에서 고독사 징후가 포착돼도 현관문을 섣불리 개방할 수 없고 경찰이 입회해도 사후 법적 책임은 전적으로 사회복지사 개인이 져야 한다고 B씨는 설명했다. 강제 개방한 현관문 수리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B씨는 "제도가 그렇다 보니 일할 때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수원 세 모녀의 (실거주지) 데이터가 있었다고 해도 사회복지사가 문을 두드리고 쪽지를 붙이는 것 이상의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조회 권한이 없어 위기가구 발굴에 어려움을 느끼고, 이는 결국 취약계층에 가난 입증 책임이 전가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A씨는 "정부에서 넘어오는 위기 정보에는 단편적인 체납 액수와 기간 정도만 있고 그 사람의 소득과 재산, 금융거래까지는 나오지 않는다"며 "당사자가 서비스를 신청해야만 조회가 가능한데 본인이 거부해버리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사회복지사 C(36)씨는 "개인정보와 조사 권한 문제가 있다 보니 자료를 직접 요구할 수밖에 없는데 당사자분들은 무리한 요구로 받아들이신다. 그런 분들은 다시 전화해도 안 받으시고 선뜻 찾아가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씁쓸해했다.

rbqls1202@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