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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이건희의 평창올림픽, 이재용의 부산엑스포

송고시간2022-09-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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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당시 회장은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었다"면서 "이제 심기일전해 세계 스포츠계에서 국가를 위해 기여하고 경제위기의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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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유치 발표에 울먹이는 이건희 회장
평창올림픽 유치 발표에 울먹이는 이건희 회장

(서울=연합뉴스) 이건희 회장이 2011년7월7일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올림픽 유치가 발표되자 눈물을 흘리며 박수치고 있다. 2020.10.25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성한 논설주간 = 2011년 7월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장.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당시 회장은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 공개석상에서 평생 두 차례 눈물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 이 전 회장의 두 번째 눈물이었다. 그는 1년 반쯤 전인 2009년 12월 말 이명박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조세 포탈 및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형이 확정된 지 불과 4개월 만의 특사였다. 그것도 이 전 회장 혼자만의 특사였다. 두 차례 도전에서 실패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매진하라는 특별한 조건이 붙었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었다"면서 "이제 심기일전해 세계 스포츠계에서 국가를 위해 기여하고 경제위기의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때부터 삼성의 글로벌 작전은 시작됐다. 그룹 미래전략실은 매주 각국에 주재하는 책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화상회의를 했다. 각국 IOC 위원들과의 접촉 내용을 보고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어디서 어떻게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까지 상세한 점검이 이뤄졌다. 오너가 하나하나 챙기다 보니 해외 법인장이나 지사장 등은 IOC 위원들을 만나는 일에 매달렸다. 단순히 한 표를 호소하기보다는 평창 편으로 만들기 위해 인맥을 쌓아나가는 작전이 1년 넘게 끈끈하게 이어졌다고 한다. 이 전 회장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입장이 불분명한 IOC 위원들을 은밀히 만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평창 유치가 결정되기 3개월 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1 스포트어코드' 행사에 직접 참석해 IOC 위원들을 독대했다. 그때 이 전 회장은 몸이 매우 불편해 장녀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부축을 받으며 연합뉴스 런던 특파원과 만나 "작년, 재작년에는 (유치 가능성이) 없었는데 이제는 좀 보이는 것 같다. 많이 나아졌다. 그래도 뮌헨 때문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한 결과일까. 3개월 뒤 IOC 총회에서 평창 63표, 뮌헨 25표, 안시 7표로 평창 유치가 결정됐다. 평창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 경쟁 도시였던 뮌헨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광복절 특사' 확정 소감 말하는 이재용 부회장
'광복절 특사' 확정 소감 말하는 이재용 부회장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한 뒤 나와 복권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8.12 utzza@yna.co.kr

11년이 지난 2022년 9월. 이번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슷한 역할을 넘겨받았다. 이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에 나선다. 이 부회장은 영국 등을 돌며 유치 활동을 벌인다고 한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측에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후 가석방으로 풀려나 형기가 만료됐으나 이번 특별복권으로 5년간 취업제한이 풀렸다. 이 부회장은 특별복권 뒤 입장문에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11년 전 부친이 그랬던 것처럼 이 부회장은 부산 엑스포 유치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경제적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투표권을 가진 회원국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한 국가, 한 국가를 1대1로 설득해 지지를 끌어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다. '엑스포 특사' 이 부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이 부회장은 특별복권으로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벗어났지만 부당 합병 의혹 사건의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국정과제로 채택해 사활을 걸고 있다. 총리 직속으로 유치위원회를 출범했으며,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한덕수 총리와 함께 공동유치위원장을 맡겼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치에 나선다고 한다. 정부는 오는 21일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유치계획서를 제출한다. 부산,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로마(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등이 신청서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오일머니'의 벽을 넘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최종 개최지는 내년 11월 170개 BIE 회원국의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상황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때와 닮은 듯 또 다르다. 최고 권력자로부터 특사를 받은 뒤 유치 특명을 받은 점이 비슷하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떠안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은 평창 때 보다 커졌다. 이 부회장의 표현대로 그가 국민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확인하는 과정이 될지도 모른다.

ofcour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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