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기조,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S공포' 대응력 우려도
송고시간2022-08-30 10:00
재정수지·국가채무비율 줄어…지출 구조조정 주력해 건전성 확보
허리띠 졸라매 확보한 재원, 국정과제·안전망 강화 등에 투입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김다혜 기자 = 정부가 나라 살림 운영 기조를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해 편성한 내년 예산안을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제부터라도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야 한다'는 구호 아래 총지출 증가율·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국가채무비율을 일제히 낮춰, 재정건전성 강화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가 엄습하는 상황에서 지출을 줄인 것이 향후 경기 대응력 저하와 사회적 약자의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추경호 "재정건전성은 최후의 보루"…건전재정 전면 전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물가와 경기 둔화 우려 등 '복합경제 위기 상황'에서 편성한 내년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불확실성 아래에서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이자 안전판인 재정의 건전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 운용으로 재정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재정 운용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올해 1천조원을 돌파한 국가채무, 최근 3년간 매년 100조원을 넘나든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바로 줄이지는 못하더라도 기조를 전환해 점차 감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와 재정의 역할을 강조했던 이전 정부와 달리 민간과 시장의 역할에 무게를 두는 윤석열 정부의 철학도 재정 기조 전면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
내년 예산안에 담긴 각종 재정지표에서는 건전재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드러난다.
정부는 2018∼2022년 연평균 8.7%였던 총지출 증가율을 5.2%로 묶었고,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의 절반 수준인 2.6%로 설정했다. 국가채무비율은 49.8%로 50%를 넘지 않도록 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18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재정준칙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2022.8.18 xyz@yna.co.kr
◇ 지출 조여 건전성 확보…역대 최대 24조원 구조조정
재정을 전보다 튼튼하게 만들려면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증세 등을 통해 수입을 늘리는 방법보다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 본예산보다 13.1% 늘어난 625조9천억원이다. 그러나 올해 초과세수를 반영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비교하면 총수입 증가율은 2.8% 수준이다.
반면 내년 총지출은 2차 추경 대비 6.0% 줄인 639조원으로 설정했다.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5.2%다.
총수입과 총지출 조정을 통해 올해 대비 내년에 생기는 가용재원은 31조원이다.
이 중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 이전 재원 22조원을 떼면 중앙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은 9조원이다.
이에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총 33조원의 재정 여력을 확보했다.
분야별로 보면 산업·중소기업 예산의 감소율이 가장 높다. 올해 31조3천억원이었던 예산을 18.0% 줄여 내년 25조7천억원 편성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코로나19 관련 한시 지원 사업을 종료한 영향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25조1천억원)은 10.2% 줄이고, 문화·체육·관광 예산(8조5천억원)도 6.5% 감축한다.
◇ 국정과제·핵심과제 재원 투입…"해야 할 일은 하는 예산"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를 비롯한 핵심 정책과제에 투입하기로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선정한 110대 국정과제의 5년 소요예산 209조원 중 내년 예산에 반영된 것은 병사 월급 인상, 부모급여, 청년도약계좌 예산 등 11조원이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 사회적 약자 보호 지원 강화, 반도체 등 산업 지원에도 상당한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소득·일자리·주거 등 사회안전망 구축에는 31조6천억원을 배정했고 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약자 지원에는 26조6천억원을 편성했다.
반도체 산업 초격차 확보를 위한 1조원 투자, 핵심전략기술 6조원 투자 계획도 내놨다.
내년 예산안 중 재원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분야는 보건·복지·고용으로, 올해보다 4.1% 증가한 226조6천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김완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기본 방향은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하고 '해야 할 일은 하는 예산'으로 편성했다"며 "국정과제 이행과 서민·사회적 약자 지원, 미래대비 투자 등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 "성장 둔화하면 재정 역할 중요해져…소극적 예산" 지적도
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재정건전성 확보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지만,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덮친 가운데 재정지출을 줄여 경기 대응력이 떨어지고 취약계층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기에 재정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는데 재정지출을 급격히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지출을 효율화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 경기 대응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복지 지출 증가율이 4%대로 총지출 증가율보다 낮다"며 "코로나19 위기가 완벽히 끝나지 않았고 경제구조의 비대면 전환으로 자영업자 등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산이 소극적, 긴축적으로 편성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내년에 경기 침체가 온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고, 침체가 오더라도 추경으로 대응하려면 현 상황에서는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재정 확대는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기에 지출을 줄이는 것이 현 상황에서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성장은 재정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민간의 역동적인 힘을 가지고 해야 한다"며 "경기와 관련해서는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시점에 각국의 거시적인 움직임이 별도로 있을 것이고 중앙은행도 금리 (방향) 등을 적절한 시점에 고심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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