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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활란·비단길 편지

송고시간2022-08-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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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문학의 원류(源流)로 평가받는 소설가 오정희가 그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해온 짧은 소설 42편의 모음집이다.

낮은 담장 안쪽, '일상'이란 단어로 표현되는 소소하고 평범한 삶의 이야기들이 담겼다.

자신의 이름을 남기겠다고 다짐했던 사람, 인생의 빛나는 시절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의 평범하면서도 삐걱대는 현재의 이야기와 맞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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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을 걷는 시간·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활란
활란

[시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 활란 = 오정희 지음.

한국 여성 문학의 원류(源流)로 평가받는 소설가 오정희가 그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해온 짧은 소설 42편의 모음집이다. 낮은 담장 안쪽, '일상'이란 단어로 표현되는 소소하고 평범한 삶의 이야기들이 담겼다.

책 제목 '활란'은 수록작 '사십 세'의 주인공 이름이다.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1899∼1970) 박사를 본받으라는 바람에서 주인공 부모가 지었다는 이 이름은 여러 소설 속 주인공들의 내면을 관통한다. 자신의 이름을 남기겠다고 다짐했던 사람, 인생의 빛나는 시절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의 평범하면서도 삐걱대는 현재의 이야기와 맞닿아있다.

오정희는 아이들의 성적 지수에 천국과 지옥이 갈리는 여성('아내의 가을'), 규모 없고 헤픈 살림을 나무라는 시어머니('나는 누구일까'), 십 대 시절의 한 소녀에 대한 환상을 여전히 간직한 중년 남성('정애'), 곗돈 타고 집 안에서 당당한 주부('건망증'), 아이들을 집에 둔 채 자원봉사에 헌신하는 여성('어떤 자원봉사") 등 40대 전후 여성의 삶을 그린다.

여성 주인공들은 당당함과 새로움, 도전성을 꿈꾸면서도 오래된 기존 규율과 가치관이 내면화된 세대에 속한다. 이미 지나간 20∼30년 전 주인공들의 흔들리는 마음이 소설 곳곳에 드러난다. 시대와 성별을 초월한 우리의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고, 시대성을 드러낸 채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다.

오정희는 "무심결에 눈에 들어온 정경이나 당연하고 친숙한 나날 중의 어느 순간 느닷없이 맞닥뜨린 생의 낯선 얼굴, 감히 심연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는, 세상과 삶의 미세한 균열들이 이러한 글들을 짓게 한 빌미가 됐다"며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이나 적막감, 외로움이 또한 힘이 되지 않았던가"라고 말했다.

시공사. 344쪽. 1만6천 원.

비단길 편지
비단길 편지

[은행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비단길 편지 = 윤후명 지음.

50여 년간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작가 윤후명이 '쇠물닭의 책' 이후 10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된 윤후명은 꾸준히 시와 소설 창작을 병행해왔다.

윤후명이 2017년에 발표한 시 전집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가 그의 시력(詩歷) 50년, 시의 총체였다면 이번 시집은 윤후명 문학 여정의 총정리로 불린다. 219편의 시가 백령도, 구게 왕국, 비단길 편지, 사랑의 힘, 둔황에서 강릉까지 등 5부로 구성됐다.

작가는 이번 시집에서 처음으로 문학 스승과 문우 20명을 소환하기도 한다. '내 물음은 우물 속을 헤매고 있었지/내 얼굴은 우물 속을 헤매고 있었지'('서촌풍경/윤동주네 우물'), '이것이 만남이라는 것이로구나 혼잣말을 하며/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이어령 선생님,/안녕히 가시옵소서'('그러나 그러나, 선생님은 가시다')라고 적었다.

윤후명은 "누군가는 내 소설들을 일컬어 강릉을 출발해 고비를 지나 알타이를 넘어 마침내 다시 '나'로 회귀하는 방황과 탐구의 여정이라고 했는데, 이 시들도 또한 그러하다"며 "나는 여전히 꿈꾸는 17세의 소년으로서, 다시 77세의 노인으로서 산길을 걸어 물길을 헤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나무. 300쪽. 1만5천 원.

월성을 걷는 시간
월성을 걷는 시간

[해냄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월성을 걷는 시간 = 김별아 지음.

베스트셀러 '미실'로 유명한 소설가 김별아가 2019년부터 경주 월성과 그 주변 지역을 답사하고 취재한 기록을 정리한 산문집이다.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에 연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답사와 내용 보충 작업을 거쳐 완성했다.

김별아는 월성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여러 문헌을 추적해 역사적 맥락을 살핀다. 발굴 작업 관련자들을 인터뷰하고, 월성 안에서 발견된 유물을 중심으로 시간을 더듬으며 신라인들의 삶의 흔적에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불국사와 문무대왕릉까지 월성 밖으로 시야를 넓혀 신라의 지배계층이 꿈꿨던 세상과 이념, 흥망성쇠를 다룬다.

작가는 또 '삼국사기'를 통해 신라 시대 역병의 창궐에 대해 살피면서 신라인들이 사용한 수세식 화장실을 답사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는 현대인들과의 동질성을 떠올린다. 이방인의 복색을 한 왕릉을 지키는 석상과 토우를 통해 이민족을 존중하며 공생했던 신라인들의 포용 정신을 21세기 대한민국으로 소환하기도 한다.

해냄출판사. 272쪽. 1만7천800원.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사계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심윤경 지음.

2002년 한겨레문학상으로 등단한 소설가 심윤경이 작가 활동 20년 만에 처음 펴낸 에세이다. 심윤경은 자신의 소설들에 나온 좋은 어른들의 원형이 할머니였다며 "그 사랑 속에서 숨 쉬고 뒹굴며 자랐다"고 고백한다.

심윤경은 육아 분투 속에서 새로이 되새기게 된 할머니의 사랑, 중년에 겪게 된 우울과 소설가로서의 위기, 가족과 친구 이야기 등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심하게 낯을 가리고 생떼를 쓰는 아이 앞에서 인내심이 약해질 때 할머니의 관용을 기억해내고, 무기력함과 난독증을 겪었을 때는 자신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자 노력한다.

작가는 "할머니가 평생 한 말들의 80%는 단 열두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려. 안 뒤야. 뒤얏어. 몰러. 워쩌'다. 표준어로 하자면 '그래. 안 돼. 됐어. 몰라. 어떡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고은 소설가는 추천사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우아한 사랑이 할머니의 다섯 단어에 있다. 이토록 넉넉한 포옹이라니"라고 했다.

사계절. 224쪽. 1만3천 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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