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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 "우영우는 다같이 만든 것…세상엔 외뿔고래들 많아요"

송고시간2022-08-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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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청자들 사이에 드라마 종영의 아쉬움이 여전한 지난 22일 서울 강남 카페에서 만난 박은빈은 드라마가 받은 큰 사랑에 아직도 얼떨떨해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듯했다.

박은빈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지만, 대중성은 대중들의 몫이라고 생각해 목표로 삼은 시청률도 전혀 없었다"며 "기대 이상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솔직히 무섭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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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연기할지 몰라 여러 차례 고사…"폭발적 반응 무섭기도"

"영우에게 많이 배워…누가 응원 안해도 혼자 잘해내려 노력하는 사람"

"이 사회에 다양한 사람이 산다는 게 작품 메시지"…"시즌2 논의는 아직"

배우 박은빈
배우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김우진 인턴기자 = 아역부터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온 배우 박은빈이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통해 사랑스러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많은 시청자들 사이에 드라마 종영의 아쉬움이 여전한 지난 22일 서울 강남 카페에서 만난 박은빈은 드라마가 받은 큰 사랑에 아직도 얼떨떨해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듯했다.

박은빈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지만, 대중성은 대중들의 몫이라고 생각해 목표로 삼은 시청률도 전혀 없었다"며 "기대 이상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솔직히 무섭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진정성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제가 모르는 감수성이나 무지했던 부분에 대한 반응이 나올 수도 있으니 괜찮을지 걱정도 됐다"며 "우영우에게 배운 대로 모든 것을 포용해야겠다는 자세로 반응들을 봤다"고 말했다.

박은빈은 캐스팅 제안을 받고, 여러 차례 출연을 고사했다고 했다. 보통 대본을 보면 어떤 느낌으로 연기를 할지 예상이 되는데, 우영우는 어떤 톤의 목소리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쉬운 마음으로 접근하면 안 될 것 같은 작품이었어요. 좋은 작품이란 느낌은 왔지만, 배우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면 암담했죠. 개인적으로 캐릭터를 혼자 만드는 게 편한데, 이 작품은 절대 혼자서는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작가와 감독님이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갈 기회를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모두와 함께 영우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는 데 따른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전작인 드라마 '연모'가 끝나고 '우영우'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남은 시간은 2주. 박은빈은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 속에서 자문 교수를 만나고, 자폐 진단 기준 등을 공부하며 우영우에게 다가갔다고 했다. 자폐가 있는 실존 인물을 단순히 모방하지 않기 위해 영상 자료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했다.

박은빈은 "(자폐 연기가) 현실적인지 비현실적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드라마는 어떤 인물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창작물"이라며 "자폐라는 특성을 캐릭터의 한계로 두지 않으려고 했고, 연기할 때도 증상 구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폐인과 가족분들이 많을 텐데 최대한 상처가 되지 않는 방향이 어디일지 고심했다"며 "제가 찾은 답은 우영우가 가진 진심을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영우가 세상을 마주하고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그 과정을 거짓 없이 진실하게 연기한다면 (자폐인과 그 가족들도) 불쾌한 부분이 사라질 것이라고 배우로서 희망을 품고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은빈이 연기한 우영우는 당당하고 사랑스러웠다. 입술을 삐죽 내밀고 김밥을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돈하고, 고래 이야기라면 상기된 표정으로 온갖 지식을 끊임없이 읊어대는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을 발산했다.

박은빈은 연기를 하는 동안 우영우 자체였다. 하지만 그는 때로 우영우가 친구 같고, 언니 같기도 했다고 했다. 어떨 때는 우영우의 부모가 된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배우로서 해야 하는 숙제는 시청자들이 우영우를 응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사실 우영우는 누가 응원해주지 않아도 혼자서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친구라는 점도 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영우는 두렵고 불편한 부분이 있어도 '해보겠다'고 용기를 내는데, 이런 측면이 저보다 훨씬 어른스럽다"며 "사람을 자기 잣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부분 등 영우에게 배운 게 많다"고 덧붙였다.

자폐와 동시에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캐릭터다 보니 대사량도 어마어마했다. 법정 장면에서는 어려운 법률 용어를 속사포처럼 쏟아내야 했고, 고래 이야기를 할 때도 에피소드마다 다른 고래들이 등장해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박은빈은 "법률 용어는 이전에 '이판사판'이라는 드라마를 한 적이 있어서 거부감은 없었는데 빠른 속도로 대사를 읊어야 하는 게 어려운 작업이었다"며 "고래 대본을 볼 때면 가슴이 막막했지만, 방송으로 보니 영우처럼 저도 신이 났다"고 말했다.

배우 박은빈
배우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은빈은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장면으로는 마지막 회에서 어렸을 때 자신을 버린 친모 태수미와 마주한 채 외뿔고래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꼽았다.

우영우가 자신을 흰고래 무리에 속해 지내는 외뿔고래에 빗대며 "모두가 저와 다르니까 적응하기 쉽지 않고, 저를 싫어하는 고래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게 제 삶이니까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박은빈은 "우영우라는 자폐인을 넘어 이 세상 모든 외뿔고래에게 전하는 저희 작품의 메시지가 담긴 것 같다"며 "제가 자폐인 분들에게는 무슨 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외뿔고래들에게는 이 세상에 흰고래와 함께 살아가는 외뿔고래가 많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에 우영우를 걱정하며 챙겨주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과 우영우를 향한 배려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권모술수' 권민우가 등장하는데 박은빈은 두 사람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공동체에 들어간 이상 주변인과 부딪히면서 사는 건 모두가 겪는 일들이잖아요. 우영우 옆의 최수연과 권민우가 있는 것도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거죠. 이 사회에 여러 사람이 살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게 저희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의 인기가 대단했던 탓에 시즌2 제작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박은빈은 시즌2 출연 제의를 받았냐는 질문에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후속작을 낸다면 오리지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그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배우 박은빈
배우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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