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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내몰린 노동…'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 출간

송고시간2022-08-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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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바삐 일과를 보내고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온 수지 씨는 문득 딸아이의 발레복, 시리얼, 우유, 딸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부랴부랴 휴대전화를 꺼내 쿠팡에 접속해 해당 물건을 순식간에 구매했다.

다음 날 아침 7시, 그는 현관 앞에 배달된 박스를 보고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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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온종일 바삐 일과를 보내고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온 수지 씨는 문득 딸아이의 발레복, 시리얼, 우유, 딸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부랴부랴 휴대전화를 꺼내 쿠팡에 접속해 해당 물건을 순식간에 구매했다. 다음 날 아침 7시, 그는 현관 앞에 배달된 박스를 보고 안도했다. 필요한 물건이 모두 들어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쿠팡박스 덕택이었다.

쿠팡이 목표로 하는 것은 "모든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오전 7시 되기 전" 배송을 완료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장 보러 마트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거의 모든 걸 쿠팡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이 있으면 음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엄청난 배송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거대한 물류창고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물건을 분류하고, 배송하는 일을 하는 노동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삶은 사람들이 누리는 편리만큼 불편해지고, 불행해진다.

장덕준 씨가 그랬다. 장씨는 쿠팡물류센터를 다녔다. 근무시간은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 주문이 많을 때는 아침 6시까지 연장근무도 했다.

시작했을 때 건강했던 모습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갔다. 하루 "5만보"를 걷거나 뛰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일 년쯤 지났을 때는 몸무게가 15㎏이나 줄었다. 장씨는 숨진 날에도 새벽 6시까지 근무했다. 그는 집 목욕탕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장씨의 죽음에 대해 업무시간 과다, 야간근무, 중량물 취급 등의 사유로 업무상 과로 사망 판정을 내렸다. 근육이 급성으로 파괴되어 횡문근융해증이 의심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최근 출간된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민중의소리)는 쿠팡의 피해실태를 중심으로 서비스산업 전반에 고착화된 노동착취와 고강도 야간노동 문제를 비판한 책이다.

고(故) 장덕준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를 비롯해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 이희종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 등 7명의 필진이 엄혹한 배달 노동시장의 실태를 조명했다.

저자들은 쿠팡 시스템 속에 가려진 가혹한 노동 환경, 정규직 선발을 위한 엄혹한 경쟁체제 등을 고발하면서 노동환경 개선, 법 제도적 규제방안 마련 등을 촉구한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쿠팡의) 물류 혁신을 추동한 알고리즘과 기술개발은 현재의 불안정한 노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동시에 그러한 노동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지워냄으로써 이뤄졌다"고 비판한다.

240쪽. 1만5천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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