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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저지대 덮친 '물폭탄'…"빗물과 한바탕 전쟁 치러"

송고시간2022-08-09 13:46

과일 떠내려가고 냉장고도 고장…전통시장 상인들 한숨만

모래주머니 넘어가는 주민들
모래주머니 넘어가는 주민들

[촬영 김상연]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무섭네, 무서워."

폭우경보가 내려진 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일신동 한 주택가.

집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몇몇 주민들은 전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굵은 빗줄기를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지대에 있는 빌라 반지하에 사는 40대 김모씨는 지난 밤 폭우 여파로 집 안에 빗물이 들이치며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고 했다.

집 현관문에는 여전히 흙탕물이 고여있었고, 방 안에는 이웃으로부터 급하게 빌린 제습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갔다.

김씨는 "수도관이 터지면서 집 안이 물바다가 되더니 창문으로도 갑자기 빗물이 샜다"며 "창밖을 보니 도로에 물이 가득 차 넘실거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야말로 정신없이 물을 퍼냈다"며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청소를 끝낸 상태"라고 덧붙였다.

물에 잠긴 반지하 방
물에 잠긴 반지하 방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빌라 입구에는 침수를 막기 위한 모래주머니가 겹겹이 쌓여 있어 전시 상황을 방불케 했다. 주민들은 빗물에 미끄러지지 않을까 아슬아슬 장애물을 넘나들었다.

주민 김금애(71)씨는 "옆 건물 반지하에는 신혼부부가 살고 있는데 물이 무릎 정도까지 잠겨 소방당국이 배수 지원을 왔다"며 "매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는데도 구청에서는 현장에 나와보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주택가 인근 일신시장 상인들은 연신 걸레질과 빗질을 하며 가게를 덮친 흙탕물의 흔적을 지워내고 있었다. 전날 오후 늦게 비가 쏟아지면서 퇴근을 했다가 황급히 가게로 돌아온 상인들도 많았다.

모래주머니 쌓아 침수 방지
모래주머니 쌓아 침수 방지

[촬영 김상연]

11년째 떡집을 운영 중인 육신훈(54)씨는 순식간에 불어난 빗물에 가게를 지키려 밤을 꼬박 새웠다고 했다. 육씨는 "비가 순식간에 차오르더니 가게까지 밀고 들어와 깜짝 놀랐다"며 "땀범벅이 된 상태로 계속 물을 퍼냈다"고 했다.

마트 사장 최모(52)씨는 한창 가게를 청소하다가 한쪽에 쌓아둔 휴지와 부탄가스를 보며 한숨만 쉬었다.

그는 "물에 젖어 못 쓰는 것들은 다 폐기 처분하려고 모아뒀다"며 "가게를 청소하고 있는데 또 비가 오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다"고 하소연했다.

일신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폭우에 따른 피해 상황을 집계하고 있다"며 "지난 밤 폭우로 71개 점포 중 절반가량이 냉장고 고장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물에 잠긴 마트
물에 잠긴 마트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시와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119에 신고된 호우 피해는 모두 336건이며 10개 군·구에도 277건이 접수됐다.

지역별로는 부평구가 1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구 40건, 미추홀구 30건, 동구·남동구 20건, 연수구 19건, 서구 18건, 계양구 6건, 옹진군 2건 순이었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인천은 전날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부평구 271.5㎜, 중구 전동 223.1㎜, 연수 187.5㎜ 등의 비가 내렸다.

섬 지역인 옹진군에는 이날 오전 0시부터 8시 10분까지 목덕도 185.5㎜, 영흥도 125㎜, 덕적도 106.5㎜, 자월도 95.5㎜의 폭우가 쏟아졌다.

인천시는 비상 2단계를 발령하고 10개 군·구와 인력 1천202명을 투입해 비상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수해로 숙박업소에 대피한 주민 41명에게는 숙박비와 식비 등 재난구호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 이재민은 4가구 9명, 사전 대피자는 12가구 32명으로 집계됐다.

침수된 도로
침수된 도로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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