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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 잇단 낙마에 교육부 혼돈…학제개편안도 사실상 폐기 수순

송고시간2022-08-08 18:03

고교체제·유보통합 등 개혁 첫발 떼자마자 '졸속행정' 논란

국가교육위도 출범 요원…첩첩산중 쌓인 교육개혁 손놓나

입장 표명하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입장 표명하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거취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2022.8.8 hkmpooh@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35일째(34일만)인 8일 사퇴하면서 교육부가 새 정부 출범 직후 수장을 두번이나 교체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됐다.

교육부 관리들은 박 부총리가 비록 각종 자질 논란 속에 지난달 5일 취임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56일간 이어진 수장 공백을 메우고 본격적인 교육 개혁을 추진하기를 기대해 왔다.

그러나 한달여 짧은 시간, 그것도 본격적인 추진을 위한 업무보고에서 빚어진 '졸속행정' 논란 끝에 자리를 내놓게 되면서 교육부와 교육계 모두 한동안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새 정부 출범 이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홀대론', '폐지론'에 시달렸고 정부 출범 이후에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연금·노동과 함께 여러 차례 3대 개혁 대상으로 꼽혔다.

박 부총리는 김인철 후보자가 '온가족 풀브라이트 의혹' 등으로 지난 5월 3일 낙마한 이후 '깜짝' 발탁됐고, 교육 비전문가·만취운전·논문 표절 의혹 등 자질 논란으로 지명 40일 만에 가까스로 임명장을 받긴 했지만, 취임 이후에는 공공 성과관리 부문 전문가로서 교육부 조직·인사의 전면 쇄신을 추진할 것으로 주목됐다.

실제로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대통령에게 한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성과 창출형'으로 조직을 혁신하고 인사를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부총리는 바로 이 업무보고로 내놓은 학제개편 추진안에 발이 걸려 낙마하게 됐다.

고개숙인 박순애 사회부총리
고개숙인 박순애 사회부총리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퇴의사를 밝힌 후 인사하고 있다. 2022.8.8 hkmpooh@yna.co.kr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유보통합'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지만,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거리가 멀고 교육 당사자인 시도교육청·교원·학부모, 교육 전문가들에 대한 의견 수렴이 전혀 없이 이뤄진 발표로 '졸속 추진'이라는 거센 반발을 샀다.

고교체제 개편도 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이전 정부가 추진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일관성 없이 절반만 뒤집는 '자사고 존치 및 외고 폐지' 방안을 박 부총리가 느닷없이 언급해 비판을 받았다.

발표로 논란을 빚은 이후에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거나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언급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대응으로 불난 데 기름을 끼얹었다.

유아교육 출발선 맞추기, 고교체제 개편 자체는 모두 교육계의 오래된 이슈로 '교육개혁'이라는 측면에서 진지한 논의를 해봐야 하는 중대 과제인데, 이를 졸속으로 추진해 결국 추진 동력마저 잃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

5일째 이어지는 만 5세 초등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 촉구
5일째 이어지는 만 5세 초등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 촉구

(서울=연합뉴스) 사진은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회원들과 학부모들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만 5세 입학' 등 학제개편안은 당장 강력한 반대 여론이 확인됐고 이것이 장관 사퇴로까지 이어진 만큼 이전 그대로 추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9일 예정됐던 교육부의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만 5세 입학'과 관련된 주요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계에서는 학제개편안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의미로 박 부총리가 사실상 '경질'된 것인만큼 학제개편안 역시 사실상 폐기 수순이라고 봐야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김천홍 교육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입장변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며 "(만 5세 입학정책은)기존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공론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추진을 발표한 교육개혁 과제들도 얼마나 동력을 받을 수 있을지 다음 수장이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초·중등교육 재원 일부를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쓰는 쪽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이는 시도교육청과 초중등 교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어 추진이 까다로운 사안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과제로 주어진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 대학 규제 완화도 고사 위기에 있는 지방대 문제와 함께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부분이다.

교육부와 함께 중장기 정책을 담당해야 할 국가교육위원회도 출범 가능 시기(7월 21일)를 3주 가까이 넘기고도 위원 구성을 하지 못해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당장 연말까지 고시해야 할 2022 개정 교육과정, 연말까지 시안을 마련하기로 한 고교체제 개편 등을 국가교육위와 함께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

그밖에 인공지능(AI) 기반의 학력 진단시스템으로 맞춤형 학습 지원, 초·중등의 소프트웨어(SW)·AI 교육을 필수화 등 교육 과제가 첩첩산중 쌓여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 철학을 가지고 산적한 교육 과제를 해결하기보다 성과 내기에만 급급하다가 벌어진 대참사"라며 "교육부는 앞으로 교육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전반적으로 업무 계획을 다시 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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