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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는 없더라도…딸이 쓴 편지 받아봤으면 좋겠어요"

송고시간2022-08-08 06:45

모야모야병으로 뇌병변 장애 얻은 민혜양 가족…"폭넓은 지원 필요"

서울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송민혜양
서울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송민혜양

[푸르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규리 기자 = "나는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해요", "어떤 드라마를 좋아하나요?"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장치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송민혜(가명·17) 양의 물음에 기자가 잠시 망설이자 송 양의 어머니(45)는 "저희는 '우영우' 봐요. 민혜도 가끔 같이 보죠"라며 먼저 답을 건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에 입사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려낸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뇌병변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다소 먼 얘기다.

민혜 양의 어머니는 "현실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가 우영우 변호사처럼 스스로 표현하는 게 가능할까 싶었다"며 "자유롭게 밥도 혼자 먹고 움직이는 (드라마 속) 모습을 보면 뇌병변 장애아 엄마들은 '저 정도라면 얼마나 좋을까' 한다"고 했다.

뇌병변 장애는 뇌성마비,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등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생긴 신체적 장애로, 보행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준다.

이런 뇌병변 장애의 특성상 민혜 양 어머니도 재활치료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딸과 붙어있을 수밖에 없다.

지적·자폐성 장애로 대표되는 발달장애와 비교하면 지체 뇌병변 장애인의 경우 움직일 때마다 현실의 '턱'이 와닿는 셈이다.

AAC 장치를 이용해 어머니와 대화 중인 송민혜양
AAC 장치를 이용해 어머니와 대화 중인 송민혜양

[푸르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래 여느 아이와 다르지 않던 송 양은 다섯 살이던 2010년, 뇌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서서히 좁아지는 희귀질환인 '모야모야병'이 발병하면서 장애를 갖게 됐다.

병은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좌측 뇌혈관 수술을 받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목을 가누지 못하게 된 데 이어 우측 뇌가 부어오르며 뇌경색이 왔다.

송 양의 어머니는 "나도 그랬지만, 후천적으로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된 부모들과 얘기해보면 아이가 아프기 전에 머무르는 것 같다"면서도 "아이가 다시 걷고 말하는 걸 보고 싶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송 양은 올해 3월 푸르메재단과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의 희귀 난치 어린이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보조기구와 재활 치료비를 지원받았다.

수동 휠체어를 타던 때는 편마비가 온 왼쪽 몸이 아래로 계속 쳐져 휠체어에 손이나 팔이 끼여 다치는 일이 많았다.

재단 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다행이라면서도 지역자치단체나 지자체 내 특정 구별로 장애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서비스 편차가 크다는 점이 아쉽다고 송 양 어머니는 털어놨다.

송 양 어머니는 "특정 지역 거주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내용이 많아 속상했다"며 "여러 장애인 가구에 좀 더 폭넓은 정부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송 양의 AAC 장치에서는 "나는 초록색이 좋아요"라는 문장이 몇 차례나 반복해서 이어졌다.

편마비가 오지 않은 오른손으로 버튼을 조작하는 훈련을 받고 있지만,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아 이런 일이 잦다.

또 기계에 저장된 말만 할 수 있다 보니 상대가 묻는 말에 적절한 답변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딸 민혜가 글씨를 쓸 수 있게 됐으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전할 수 있게 됐으면 해요. 언젠가 '엄마 사랑해요'라고 쓰인 편지를 받아볼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cu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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