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학제개편·유보통합, 시기 놓치면 못한다
송고시간2022-07-29 17:26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7.29 kimsd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모든 아이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기 위해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하는 '유보통합'과 초등학교 진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개편'이 핵심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모든 아이의 성장의 첫 걸음을 국가가 책임지고 뒷받침하도록 출발선 단계부터 국가의 책임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교육은 기본적으로 국가책임이며 취약계층이 공정한 교육기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교육의 출발선에서부터 격차를 해소하려면 국가책임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보통합 방안을 포함해 모든 아이가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입하는 학제개편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일단 공교육 책임을 강화해 나간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유보통합은 영ㆍ유아에게 교육과 돌봄 서비스의 질을 높여준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부에서,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에서 각각 나눠 관리하다 보니 조직, 인력, 예산이 쪼개져 있다. 교육 수요자를 중심에 두지 않아 부모 입장에서는 공급자가 주는대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보육비용 재원을 어떻게 통합 관리할지, 통합 이후 발생하는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 등 정부 부처들끼리도 교통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 유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린이집의 교육 수준이 낮다는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상이한 교사 양성 과정과 처우 문제 등도 손을 봐야하고, 교육과정도 개편해야 한다.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을 바꿔야 하는 등 국회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정부가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해 세부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되 신속하고 과감하지 않으면 또 다시 시기를 놓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전두환 정권 때 유치원과 보육시설이 이원화된 이래 역대 정부마다 조직을 꾸려 유보통합을 외쳤으나 공염불에 그쳤다. 유보통합의 큰 방향성에는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도 유치원-어린이집 이원 체제가 굳어진 것은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한 추진의지를 보이는만큼 임기내 첫발을 내딛기를 기대한다.
초등 입학연령을 현재 만6세에서 만5세로 1년 낮추는 학제개편은 계획대로 진행되면 76년만의 변화다. 정부가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는 의무교육을 1년 앞당긴다는 의미다. 의무교육이 일찍 시작되면 사교육비와 육아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장기적으로 경제활동인구를 조기에 확보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취학연령이 낮춰지는 특정 시기에는 초등 1학년생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학교 시설도 재배치해야 하고 교원 수급 문제도 있다. 특정 시기에 초등 1학년이 늘어나면 그만큼 고입·대입 경쟁률이 치솟는다. 학부모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현재로서는 2025년부터 4년간 25%씩 입학연도를 앞당기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사회적 논의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교육부는 대국민 토론회와 공청회, 전문가 의견수렴, 관계기관 협의 및 조정 등 국가교육위원회의 집중적인 숙의 과정을 거쳐 최종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과 관련한 해묵은 과제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특정 집단이나 조직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면 공감대를 도출하기 힘들다.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자세로 교육 수요자를 중심에 두고 접근해야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흐지부지 되는 일이 없도록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07/29 17:2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