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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가위'의 숨겨진 위험, 유전자 편집이 암 촉발할 수도

송고시간2022-07-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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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 Cas9)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첨단 기술이다.

암이나 유전 질환 등을 고치기 위해 이 가위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걸 크리스퍼 치료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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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과정에서 세포 유전 물질 최고 10% 상실

관련 세포 3∼9%, 염색체 손상 복구 못 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에 논문

분열 중인 세포의 염색체 분리
분열 중인 세포의 염색체 분리

세포 골격은 적색, DNA는 청색, 분열 세포를 나타내는 단백질은 녹색으로 각각 표시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벤-데이비드 랩 Tom Winkler.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 Cas9)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첨단 기술이다.

암이나 유전 질환 등을 고치기 위해 이 가위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걸 크리스퍼 치료법이라고 한다.

유전자 편집은 특정한 위치의 DNA 염기서열을 잘라내고, 불필요한 염기 조각을 제거하거나 그냥 수리하거나 원하는 조각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크리스퍼 가위의 기원은 박테리아의 면역계다.

박테리아는 바이러스의 크리스퍼(반복되는 특정 염기서열)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Cas9은 크리스퍼를 인지해 DNA를 자르는 효소 단백질이다. 다시 말해 가위 역할을 하는 게 Cas9이다.

약 10년 전 이 기술이 처음 공개되자 과학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유전자를 편집해 질병을 고친다는 발상 자체가 기발하고 획기적이었다.

그 후 크리스퍼 가위가 암, 간 질환, 유전 질환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상당히 축적됐다.

그런데 크리스퍼 가위 기술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걸 이스라엘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 기술로 유전자를 편집한 T세포에서 유전 물질이 최고 10%가량 상실되고 전체 유전체의 안정성도 떨어졌다는 게 요지다.

유전체의 이런 불안정화(destabilization)는 악성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생명과학대의 아디 바젤(Adi Barzel) 신경학 생물화학 부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Nature Biotechn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유전자 편집 이미지
유전자 편집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7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크리스퍼 가위에 대한 과학계의 관심은 컸지만, 임상실험은 생각보다 늦었다.

실제로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아 임상실험을 진행된 건 202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처음이다.

이 대학 연구팀은 한 기증자로부터 분리한 T세포의 유전자를 크리스퍼 가위로 편집해,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수용체가 발현하게 했다.

원래 수용체의 합성 코드를 가진 유전자는 가위(Cas9)로 잘라냈다.

그냥 둔 채로 T세포를 이식하면 받는 사람(recipient)의 세포를 공격할 위험이 있었다.

바젤 교수팀은 부서진 DNA가 항상 자체적으로 수리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했다.

크리스퍼 가위로 DNA를 건드렸을 때 염기서열이 손상된다면 잠정적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우리 벤-데이비드 박사는 "인간 세포의 유전체는 종종 자연적으로 손상되지만 대개 자체 복구되곤 한다"라면서 "하지만 손상된 염색체가 수리되지 않아 염색체 전체가 파괴되고 유전체가 불안정해지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유전체 불안정화는 암에서 자주 관찰된다.

최악의 경우 암을 치료하려고 DNA를 건드렸다가 자칫 악성 종양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바젤 교수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의 잠정적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2020년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의 임상실험을 그대로 재현해 봤다.

T세포 유전체에서 정확히 같은 위치, 즉 2번, 7번, 14번 염색체를 크리스퍼 가위로 쪼개고, 단세포 RNA 시퀀싱(염기서열 분석) 기술로 개별 세포의 해당 염색체 유전자가 어느 정도 발현하는지 측정했다.

이 실험을 통해 유전 물질의 큰 손실이 생긴다는 게 확인됐다.

예컨대 14번 염색체를 잘랐을 땐 약 5%의 세포에서 이 염색체 유전자가 거의 또는 아예 발현하지 않았다.

3개의 염색체를 동시에 건드리면 손상 범위가 더 커졌다.

구체적으로 세포의 9%는 14번 염색체, 10%는 7번 염색체, 3%는 2번 염색체에 발생한 손상을 복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3개 염색체가 각각 견뎌낼 수 있는 손상의 정도는 서로 달랐다.

암 신생항원과 T세포(Kras 돌연변이, p53 교란 폐암종 모델)
암 신생항원과 T세포(Kras 돌연변이, p53 교란 폐암종 모델)

[미국 MIT 타일러 잭스 교수팀 저널 '셀' 논문. 재판매 및 DB 금지]

염색체별 손상 범위는, 크리스퍼 가위가 각 염색체의 어느 지점을 절개했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크리스퍼 가위로 유전자를 건드린 T세포의 9% 이상이 다량의 유전 물질을 상실했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일단 크리스퍼 가위를 쓸 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포 손상을 줄이거나 손상된 세포를 제거해서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도 잠재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렇다고 크리스퍼 가위에 잠재한 엄청난 가치를 부정하는 건 아니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실제로 바젤 교수팀은 유망한 에이즈(후천성 면역 결핍증) 치료법 등을 이 기술로 개발한 바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크리스퍼 치료법의 잠재적 위험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했다"라면서 "긍정이든 부정이든 모든 측면을 시험해 해결 방법을 찾는 게 과학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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