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류정혜 본부장 "'사내맞선' 다음 주자는 현대판타지"
송고시간2022-07-26 07:19
"스토리IP, 모든 상상 담는 포맷…로맨스판타지·게임판타지는 이야기 그릇 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스토리 IP의 여러 장르 중에서 로맨스판타지와 게임판타지, 현대판타지(현판) 등은 스토리가 담기는 그릇이 달라요. 상상력의 크기가 훨씬 크고, 글로벌에서 통할 여지도 많이 있는 거죠."
류정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마케팅본부장은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판타지 장르 IP가 가진 잠재력에 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올봄 드라마 '사내맞선'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카카오엔터가 '김비서가 왜 그럴까'·'사내맞선'과 결을 같이 하는 통통 튀는 오피스 로맨스물을 또다시 슈퍼 IP로 키우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었지만, 오히려 판타지 장르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로맨스·게임 판타지는 웹툰·웹소설로 대표되는 스토리 IP에서는 이미 굳건한 축을 이루고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으로 대표되는 게임판타지물은 남성 독자들을, '세이렌' 등 로맨스판타지물은 여성 독자들을 끌어모으는 대표 장르며,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다.
류 본부장은 "로맨스판타지라는 장르 자체는 카카오페이지가 한국에서 새로 연 장르나 다름없다"며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독자가 1만∼2만 명도 안 됐지만, 지금은 독자 규모가 100배가량 커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장르의 특수성 때문에 팬층이 두꺼운 대작이라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드라마화되기에는 아직 장벽이 높다.
주인공들이 분홍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으로 설정되거나 서양 근세 또는 게임, 신화 속 세상을 배경으로 마력·신성력 등을 사용하는 등 국내 드라마로 만들기에는 까다로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엔터가 차기 슈퍼 IP로 고려하는 것은 현대와 판타지 장르 사이에 있는 현대판타지물이다.
류 본부장은 "중간 단계로 현대판타지 장르를 생각하고 있다"며 "드라마 '도깨비'가 현대판타지 장르였는데 성공한 것을 보면 이미 수요는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주 웹툰으로 공개하는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이하 데못죽)의 경우 한층 신선한 현대판타지다.
배경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현대지만, 주인공이 3년 전으로 회귀해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된 데다가 상태 창이 뜨고 능력치를 올리면서 성장하는 등 게임 판타지적인 요소를 차용했다.
판타지 장르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관이 크고 방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로맨스물은 크게 성공해도 남녀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하는 결말에 이르고 나면 후속 이야기를 이어가기 어렵다. 주인공 커플이 위기를 맞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를 독자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류 본부장은 "수사물이라면 90화까지 만들 수 있지만, 현대 로맨스물은 어렵다"며 "장르적 성격 때문에 억지로 늘리기보다는 원작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판타지는 작가가 상상하고 그려내기만 하면 되는 스토리IP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세계를 가정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몰입을 끌어내기도 좋다.
그는 "스토리 IP는 하나의 유니버스(우주)와 세계를 던져준다"며 "시간적·금전적 제약이 있는 영상과는 달리, 생각하는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소스이며 가치 있는 포맷"이라고 덧붙였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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