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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유전체의 '자폭 스위치'로 슈퍼버그 잡을 수 있을까

송고시간2022-07-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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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세월 베일에 싸여 있던 레트론 유전자가 박테리아의 유전체에 내장된 '자폭 스위치'에 관여한다는 걸 유럽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 스위치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버그'(다제내성균)의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유럽 분자 생물학 연구소'(EMBL)의 아타나시오스 티파스 박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8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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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론 유전자, 바이러스 침입하면 독소 풀어 스스로 성장 억제

세균 콜로니 바이러스 확산 차단…다제내성균 약점 될 수도

유럽 분자 생물학 연구소, 저널 '네이처'에 논문

항생제 내성 폐렴 간균
항생제 내성 폐렴 간균

호중성 백혈구가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저항하는 폐렴간균을 공격하는 장면.
[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세균의 레트론(Retron) 유전자는 1980년대에 처음 발견됐다.

이 유전자의 암호로 생성되는 역전사효소는 정체불명의 RNAㆍDNA 혼합 분자를 만들어낸다.

특이하게도 이 유전자는 세균에 감염하는 바이러스, 즉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약칭 '파지')에서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레트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오래 세월 베일에 싸여 있던 레트론 유전자가 박테리아의 유전체에 내장된 '자폭 스위치'에 관여한다는 걸 유럽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 분자 스위치는 세균 무리에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이 스위치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버그'(다제내성균)의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유럽 분자 생물학 연구소'(EMBL)의 아타나시오스 티파스 박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8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시스템 생물학자인 티파스 박사는 현재 EMBL 유전체 생물학 유닛(연구 그룹)의 리더를 맡고 있다.

세균의 레트론 '자폭 스위치'
세균의 레트론 '자폭 스위치'

[유럽 분자 생물학 연구소 Creative Team. 재판매 및 DB 금지]

세균의 유전체엔 수백 종의 독소ㆍ항독소 시스템이 들어 있는 거로 알려졌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들 시스템은 파지를 억제하는 데 쓰일 거로 추정된다.

레트론의 암호로 생성되는 역전사효소는 '작은 RNA'(small RNA )를 형판으로 삼아 '다중 복사 외가닥 DNA'(msDNA)를 만들어낸다.

세균에게 레트론이 필요한 이유가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은 건 이 유전자나 msDNA가 결여됐을 때 나타나는 '표현형'(phenotype)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티파스 박사팀은 2020년 6월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표현형을 살모넬라균에서 처음 발견했다.

병원성 세균인 살모넬라는 낮은 온도에서 msDNA가 없으면 잘 자라지 못했다.

msDNA를 만들지 못한 살모넬라균은 산소 결핍에 민감해져 암소(cow)의 장에서 콜로니(菌落)를 형성하지 못했다.

언뜻 봐도 레트론은 여러 세균 유전체에서 발견되는 독소ㆍ항독소 시스템과 비슷했다.

이 시스템은 옆에 붙어 있는 두 개의 유전자로 구성된다.

한 유전자가 세균의 성장을 막는 독소의 합성 암호를 가지면, 바로 옆의 유전자는 항독소 암호를 갖고 있다.

이처럼 정반대로 작용하는 두 개의 유전자가 공존해도 세균은 아무 일 없이 성장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항독소가 제거되면 독소가 활성화해 세균의 성장을 억제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표면에 달라붙은 파지 캡시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표면에 달라붙은 파지 캡시드

화학적으로 처리한 파지 캡시드(바이러스의 단백질 외피)로 포박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폐 세포 감염과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독일 라이프니츠 분자 약물학 연구소 Barth van Rossu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msDNA를 생성하는 레트론 역전사효소를 차단하면 독소가 활성화해 세균의 성장을 막았다.

이는 msDNA가 역전사효소와 함께 새로운 종류의 항독소, 즉 성장 억제 복합체를 생성한다는 걸 시사했다.

연구팀은 수천 개의 세균 유전자를 하나하나 높은 수위로 발현하게 한 뒤 어떤 게 스위치 역할을 하는지 살펴봤다.

이 작업엔 유전체학, 단백질체학, 생물정보학 등의 첨단 기술이 총동원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바이러스 단백질이 어떻게 이 메커니즘의 스위치를 조작하는지 드러났다.

알고 보니 레트론은 세균 콜로니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확산을 저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이러스에 처음 감염된 세균의 레트론 스위치가 켜져 성장이 억제되면 동시에 바이러스의 증식도 차단됐다.

처음 감염된 세균이 스스로 성장을 포기함으로써 콜로니 전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걸 막았다.

바이러스는 자기 힘으로 입자를 증식하지 못해 숙주(여기선 세균)의 복제 기계를 가로채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균 감염을 바이러스로 치료하는 '파지 치료법'(phage therapy) 개발에 기여할 거로 보인다.

특히 세균의 '독소 활성·억제 접합'(TAC/TIC) 체계를 분명히 밝혀낸 부분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티파스 교수는 "박테리아 자살 시스템의 작동 스위치를 상세히 알아내면, 외부에서 독소를 활성화해 세균을 죽이는 촉매제도 개발할 수 있다"라면서 "다제내성균에 쓸 만한 항생제가 마땅하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이런 전략의 실행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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