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송고시간2022-07-22 14:51
블랙하우스·문학소녀의 탄생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세네갈계 프랑스 작가 다비드 디옵의 2021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으로, 원제는 '영혼의 형제'다.
한 세네갈 병사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동료를 잃고 폭력과 광기에 휩싸이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세네갈의 젊은이들이 프랑스-독일 전쟁에 투입돼 다수가 희생된 역사를 바탕으로 했다.
어린 시절부터 붙어 다니던 친구 알파와 마뎀바는 돈을 벌어 출세하고자 프랑스 군대에 입대한다. 제국주의 프랑스는 아프리카 군인을 '초콜릿 군인'이라고 부르며 야만적으로 싸우기를 주문한다.
이들이 매일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던 와중에 마뎀바가 죽는다. 알파는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 푸른 눈의 적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적을 죽이고, 적의 손과 총을 갖고 와 그 손을 보관하는 등 광기를 보인다.
소설에서는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나는 안다. 나는 알고 있다' 등의 독백이 반복된다. 평범한 젊은이가 어떻게 악마 군인으로, 영혼의 주술사로 변모해가는지를 볼 수 있다.
희담. 208쪽. 1만6천원.
▲ 블랙하우스 =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2021년 영국 추리작가협회(CWA)에서 주관하는 대거상(The CWA Dagger)을 받으며 스릴러 작가로서 이름을 알린 스코틀랜드 작가 피터 메이의 장편소설이다.
스코틀랜드의 루이스섬을 배경으로 한 '루이스 3부작' 중 하나로, 메이는 '블랙하우스'를 먼저 집필한 뒤 '루이스맨'과 '체스맨'을 썼다.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18년 만에 고향에 돌아간 형사 핀 매클라우드가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며 섬의 깊은 비밀과 직면하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서술하는 방식을 통해 한층 정교하고 다층적인 서사를 펼친다.
현재 형사 핀이 살인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며 시간을 거꾸로 되짚어가는 한편, 과거 소년 핀이 벌인 일들이 커지는 균열 속에서 조금씩 실체를 드러낸다.
비채. 448쪽. 1만6천800원.
▲ 문학소녀의 탄생 = 김윤경 지음.
1961년 여고생 작가 양인자가 중학교 3학년 때 쓴 소설 '돌아온 미소'가 인기를 끌었다. 같은 해 소아마비로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19살 문학소녀 백혜자의 첫 시집 '소라의 꿈'도 출간돼 화제가 됐다.
두 소녀의 10대 시절을 관통한 1950년대는 미 군정기부터 강력하게 추진된 한글 교육의 성과로 문맹률이 크게 낮아지고, 초등의무교육 시행으로 전국의 학교와 학생 수가 급증했다. 읽고 쓰는 능력이 더는 소수 지식인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으로 여겨졌고, 여성 독자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조교수인 저자는 이처럼 1950년대 여성 독서의 문화사를 짚으며 "소녀문학은 소통의 좌절을 경험하며 형성된 비애와 번민이라는 문학소녀들의 망탈리테(심성)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글을 읽게 된 여성들이 문학예술의 세계에 몰입하는 과정을 학교 교육과 여성잡지 문예 교육의 구체적 사례 분석을 통해 재구성한다. 또 1950년대 문학 취미를 본격적으로 공유한 여성 독자의 문학 이해방식과 소설 수용양상, 글쓰기의 욕망을 살피며 한국 독서계와 문화계에 등장하게 된 '문학소녀'의 정체를 밝히고자 한다.
책과함께. 192쪽. 1만3천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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